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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영화감독 하라고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그는 왜 아직도 영화를 놓지 못하는가.”
"“누가 영화감독 하라고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그는 왜 아직도 영화를 놓지 못하는가.”"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_영화는 완성된 화면으로만 만난다. 극장에 앉아 두 시간 남짓한 이야기를 보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면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가 관객에게 도착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의 욕망과 계산, 타협과 좌절이 겹겹이 쌓인다. 특히 감독에게 영화 한 편은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과 자존심,
"“누가 영화감독 하라고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그는 왜 아직도 영화를 놓지 못하는가.”"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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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완성된 화면으로만 만난다. 극장에 앉아 두 시간 남짓한 이야기를 보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면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가 관객에게 도착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의 욕망과 계산, 타협과 좌절이 겹겹이 쌓인다. 특히 감독에게 영화 한 편은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과 자존심, 능력과 실패를 모두 걸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독실격 시즌 2》를 읽기 전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소제목이었다.


‘누가 영화감독 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


웃긴 제목인데, 이상하게 웃고 나면 씁쓸하다. 정말 그렇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선택했고, 힘들면 그만둘 수도 있는데 끝내 놓지 못한다. 그런데 그 꿈을 붙잡고 있는 과정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때로는 초라하고, 비겁하고, 질투에 휘둘리고, 자기합리화로 가득하다.


최 감독은 흔히 생각하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멋진 창작자’와는 거리가 멀다. 데뷔작의 실패 이후 10년 동안 차기작을 만들지 못했고, 다시 기회를 잡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에 매달리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꽤나 찌질하다. 잘되는 후배가 신경 쓰이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에게 서운하고, 제작사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자존심이 흔들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인간적이다.


실패한 뒤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사실은 상처받았으면서 괜찮은 척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보다 환경과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지는 마음. 나보다 잘되는 사람을 진심으로 축하하기 어려운 마음. 다시 기회가 오면 이번에는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


그것은 영화감독에게만 존재하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최 감독의 이야기를 영화계의 특수한 이야기로만 읽기보다는 ‘실패한 뒤에도 자신이 실패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인간의 이야기’로 읽게 된다.


특히 책 속 문장 중🔖“나는 잘못 없다.” 라는 최 감독의 태도는 이 인물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처럼 느껴졌다. 


사실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 내가 믿어온 능력과 자존심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때로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제작사가 문제였고, 투자자가 문제였고, 환경이 문제였고, 운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자기합리화를 거창한 심리 분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최 감독의 말과 행동을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더 웃기고, 동시에 더 아프다.


책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화라는 꿈에 대한 환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었다. 작품 초반에는 영화가 다른 예술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보이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창작자를 꿈꾸는 일반인들에겐 유난히 영화가 만만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 문장은 영화라는 매체를 둘러싼 묘한 착시를 생각하게 했다.

그동안 영화를 너무 쉽게 소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영화 한 편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와 연출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를 만나면 ‘내가 만들어도 이것보다는 잘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관객으로 영화를 보는 것과 영화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영화 한 편에는 시나리오, 배우, 촬영, 미술, 편집, 음악, 제작비, 투자, 배급 등 수많은 요소가 얽혀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는 사람이 있다. 

영화는 기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이해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감독실격 시즌 2》가 재미있는 것은 바로 그 ‘영화를 만드는 과정의 비영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화면에는 나오지 않는 회의실의 눈치, 시나리오 수정, 캐스팅을 둘러싼 계산, 제작사의 사정, 투자와 흥행에 대한 압박, 누가 누구와 친한지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까지.


영화는 예술이지만, 영화 제작 현장은 동시에 철저히 현실적인 비즈니스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 사이에서 최 감독은 예술가이고 싶어 하지만 생존해야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작품을 지키고 싶어 하지만 제작사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다. 자존심을 지키고 싶지만 기회를 놓칠 수도 없다.

바로 이 모순이 이 소설의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것 같다.



특히 마음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나의 실패는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책의 질문들이 이 한 문장에 상당 부분 압축되어 있는 듯했다.

실패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실패가 자신의 잘못 때문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모든 실패를 외부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어쩌면 실패 이후 가장 어려운 일은 ‘내가 잘못한 것과 내가 어쩔 수 없었던 것을 구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 감독은 그 경계에서 계속 흔들린다.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다시 기회를 얻고 싶어 한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싶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영화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감독이라는 직함과 인정받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왜 저래'라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순간, 아주 조금 불편해진다.


‘나도 비슷한 적이 있지 않았나?’


실패한 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변명했던 순간, 누군가의 성공을 축하하면서도 속으로는 질투했던 순간, 내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어 다른 이유를 찾았던 순간.

최 감독의 찌질함이 웃긴 이유는 그것이 완전히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의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한국의 감독은 둘 중 하나야. 원래부터 돈이 많은 감독과 그렇지 않은 감독.” 


이 문장은 영화계의 경제적 현실만을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력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단순한지 생각하게 만든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도 제작비가 필요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사람을 모아야 하고, 영화가 완성되어도 개봉과 배급이라는 또 다른 문턱을 넘어야 한다. 창작자의 능력과 작품의 완성도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는 세계다.


특히 책 속에서 소개되는 최 감독의 영화 인생은 그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단편영화로 해외 영화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장편 시나리오로 공모전 대상을 받았지만 상업영화 제작은 계속 무산된다. 결국에는 정부 지원으로 독립 장편영화를 만들고,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일을 하면서 3년이 걸리고, 개봉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나리오 집필부터 개봉까지 10년이 걸린 셈이다. 


여기서 가장 씁쓸한 것은 재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씁쓸한 것은 기회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의 마음도 조금씩 변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작품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감독’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싶어지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지고, 자신보다 앞서가는 사람을 의식하게 된다.


꿈이 어느 순간부터 꿈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때부터 꿈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동시에 사람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최 감독의 욕망을 더욱 재미있게 보여주는 장면은 재기를 꿈꾸는 순간이다.

🔖“아무도 거절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들고 혜성처럼 컴백! 모두가 내 시나리오에 열광하며 달려드는 바로 그 순간!” 


‘나 아직 안 끝났어.’

‘내가 다시 보여줄 수 있어.’

‘이번에는 사람들이 나를 인정할 거야.’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한동안 잘되지 않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뒤집어버리는 순간.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이 놀라고, 자신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고, ‘역시 그 사람은 다르다’는 말을 듣는 순간.


최 감독이 꿈꾸는 컴백은 자신의 인생을 다시 쓰고 싶은 욕망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재기는 자신이 실패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싸움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 속 ‘실격’이라는 단어도 오래 생각하게 된다.


누가 누구를 실격시킨 것일까.

영화계가 최 감독을 실격시킨 것일까.

관객이 실격시킨 것일까.

흥행 실패가 그를 실격시킨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를 ‘망한 감독’이라고 규정하면서 자기 자신을 실격시킨 것일까.


사람은 한 번의 실패로 정말 실격될 수 있을까?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 감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계속 실패하면서도 다시 시도하는 사람을 어디까지 실패자라고 불러야 할까. 그리고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핑계를 대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은 과연 비웃어야 할까, 아니면 이해해야 할까.



이 작품의 블랙코미디가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실패를 다룬 이야기는 실패를 극복하는 감동적인 서사로 흘러가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은 실패한 사람이 반드시 성숙해지거나 깨달음을 얻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은 실패했다고 갑자기 현명해지지 않는다.

상처받았다고 해서 타인을 질투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좌절했다고 해서 

자신의 부족함을 곧바로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실패한 뒤에도 여전히 허세를 부리고, 여전히 남을 부러워하고, 

여전히 자기합리화를 한다. 그게 사람이다.

그래서 최 감독이 웃기면서도 짠하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즌2를 읽고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본다면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포기하면 편할 텐데 포기하지 못하는 것.

이제는 그만 내려놓아도 될 것 같은데 계속 붙잡는 것.

그것이 꿈인지 미련인지, 자존심인지 집착인지 스스로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


최 감독은 영화라는 꿈을 붙잡고 있지만, 그 꿈이 정말 영화 자체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감독으로 인정받는 나’를 향한 것인지는 끝까지 모호하다.


그 모호함이 오히려 좋았다.

사람이 무언가를 계속 원하는 이유가 언제나 순수하고 명확한 것은 아니니까.


사람은 계속 앞으로 간다.

왜 가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도.


‘누가 영화감독 하라고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책 제목을 생각하다보면 실제로 붙잡고 있는 많은 것들이 그렇다.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포기하지 못하는 일.

인정해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계속 애쓰는 일.

성공을 보장해준 것도 아닌데 다시 시작하는 일.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실패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곧바로 끝난 사람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쩌면 진짜 ‘실격’은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웃기면서도 씁쓸하고, 찌질해서 외면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을 건드리는 소설.


과연 몇 번까지 실패해야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직도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동안에는, 끝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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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0 2026.08.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