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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학적 사변이 아니라 고통의 자리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신이 침묵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 침묵을 절망의 증거가 아니라 가장 취약한 곳에서 들려오는 신의 음성이자 폭력의 세상을 향한 저항의 언어로 다시 읽어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업이 전통적인 교리 해설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바그리오와 하데위히의 신비주의, 시몬 베유의 철학, 차학경의 예술, 아룬다티 로이의 문학을 가로지르며 저자는 침묵이라는 하나의 화두를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신학, 철학, 예술이 한 권 안에서 대화하듯 엮이는 구성이 인상적이며, 침묵을 '당하는' 이들의 관점에서 신학을 다시 쓴다는 문제의식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고통의 경험을 신앙언어로 정직하게 마주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