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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고 '반려동물'이라고 일컫는다. 어설픈 가족이나 친구 이상으로 위안을 받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 당당히 '반려자'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나도 사실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르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해왔다. 그 생각은 어느 순간 불같이 치솟아 올라 충동적으로 고양이 입양 직전까지 가지만, 결국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헤어짐의 두려움 때문이다. 즐거움과 기쁨을 함께 하는 만큼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감당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아예 시작조차 머뭇거리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클로드 앙스가리. 음악과 동물을 사랑하는 문학선생이다. 현재 브르타뉴 지방의 최서단 피니스테르 주 두아르므네에서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가 쓴 여러 권의 책들 중 고양이와의 인연과 만남에 대한 이야기인《고양이들의 샛길》이라는 책이 궁금해진다. 이 책 《깃털》은 시적인 감흥과 철학적인 고찰을 통해 고양이와의 교감을 섬세한 필치로 써내려간 책이다. 그런 점이 이 책을 읽는 데에 깊이를 더하고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은 상실에 대한 책이다. 사랑하던 고양이 '깃털'을 잃고 난 후 고통스러워하다가 독백 형식으로 편지를 써나간 것이다. 지독한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글쓰기를 통해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있다. 글쓰기는 치유의 방편이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놀라운 치유력이 있음에도 우리는 고통스러운 당시에는 글을 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곧바로, 나는 네게 편지를 쓸 수가 없었다. 가장 생생한 고통의 정점에서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물. 예고 없이. 아무 때나. (114쪽)
생생한 고통의 정점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면 펜을 쥘 힘이 생긴다. 그때부터 마음 속에 응어리맺힌 슬픔이 서서히 풀리며 치유의 시간은 시작된다. 저자는 그 순간 그들의 추억을 한 권의 책으로 쏟아부었던 것이다. 행복도, 고통도,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도, 마음에 되새긴다. 그렇게 그녀는 구원을 받는다. 네 죽음은 내 어린 시절의 상처, 생명의 유한함과 사랑하는 이들의 상실에 대한 분노를 일깨웠고 아버지에 대한 애도에 다시 불을 지폈다. 우리 삶의 조건인 모든 참혹함에 대항하여 나는 글쓰기밖에 다른 구원을 모른다. 삶을 연장해 가기 위해. (108쪽)
하지만 이 책이 상실에 대한 책인 것만은 아니다. 사랑의 시간이 컸던 만큼 상실감의 무게에 짓눌리고 고통스러워한 것을 표현했다. 이 책을 통해 고양이 깃털과 인간 클로드 앙스가리의 교감을 짐작해본다. 8년의 시간을 함께 존재하며 행복했던 일상을 눈앞에 펼쳐내듯 그려낸다.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라는 부제를 보고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고 읽어나갔기에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그들의 행복한 시간에 마음이 아리고, 헤어짐의 고통에 마음이 쓰리다. 편지를 받는 이는 떠난 고양이라지만, 읽는 이에게 자신만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나직하게 울부짖는다.
이 책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떠나보낸 적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아끼던 강아지가, 고양이가, 어느 날 사라져버린다면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클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범위는 동물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모두 포함해야할 것 같다. 클로드 앙스가리의 처절한 고통을 공감하며 어느 순간 촉촉히 눈가가 젖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행복한 기억을 함께 한다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 무엇이든 내 마음 속에 늘 함께 하는 것이니까.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은 죽은 이의 진정한 무덤이다. 유일한 무덤. 내가 사는 한 너는 내 안에서 산다. (100쪽)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는 편지지가 한 장 붙어있다. 읽고 나면 주변의 존재들이 달리보일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질 것이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자. 언어가 달라도 서로 교감하고 있는 반려동물이나 언어가 같아도 교감하지 못하고 있는 주변사람에게 손편지를 한 장 쓰는 여름밤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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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사별와 애도 관련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수십 권의 책을 쌓아두고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발견한 이 책. 우연히 얻게 될 고양이와 지낸 세월을 아쉬워하며 떠난 고양이에게 편지를 쓴다.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애도 편지라서가 아니다. 순전히 문장력 때문이다. 어찌나 절절하게 표현해 놨던지 마치 아내를 보낸 것 만큼이나 아프게 다가온 문장들이 아까워 살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사고 나서 읽으니 그랬다. 저자가 누군가 싶어 찾아보니 음악과 동물을 사랑하는 문학선생으로 활동한단다. 그는 이 책뿐 아니라 <갈매기들의 무도회> <고양이들의 샛길> 등을 썼다. 일반 책도 몇 권 더 있다. 그는 이렇게 시작한다. "빈 집에 밤이 드리웠다. 검은 하늘엔 별 한 점 반짝이지 않는다. 넌 이제 여기 없다. 언제나 있던 네가. 내가 있는 곳 어디에서나 널 찾을 수 있었는데. 바로 곁에서."(7쪽) 저자의 감수성을 어찌 말로 해야할까? 참으로 벅차오른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저자에게 가족이 없는가 보다. 남편도 자식도. 그러니 고양이에게 자신의 모든 애정을 다 쏟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굳이 가족이 있든 없든 반려묘를 사랑하는 주인의 마음은 모두 이와 같지 않을까. "모든 것은 길에서 시작되었다. 3월의 어느 날.이전에도, 우리의 시선이 마주친 날들이 있었다." "나의 삶은 추웠다. 어버지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었다." "네게는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경계심 없이 잠이 든 채. 버려진 너." "토실하지만 굶주린 채로 너는 내 삶에 들어왔다." 문장 하나하나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답다. 어쩔 때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마음이 곧 문장이라지만, 누구나 마음을 글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저자의 문장력이 만들어낸 기가막힌 책이다. "사랑의 기억이 구원으로 내게 남았다."(70쪽) 그냥 좋은 책이다. 구구절절 표현하고 싶지도 않다. 무조건 좋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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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떠난 고양이에게 편지를 썼다. 그 편지를 읽으며 언젠가 떠날 내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가 떠나고 난 뒤의 나를 생각해보았다.
눈물부터 글썽이게 된다. 그다음은 현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더 맛있는 것 많이 먹여야지, 더 예쁘다고 얘기해줘야지, 더 품에 안고 함께 보내는 시간을 행복해해야지...
사람이든 동물이든 언젠가는 모두 떠나게 되어 있다. 다만 한쪽이 떠나게 되는 순간 다른쪽이 슬픔보다는 행복한 추억을 안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때를 위해 버텨내게 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더 잘해주자. 더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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