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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의 순간, 영화의 감각』 을 읽으며 영화의 기후’라는 낯선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영화에도 기후가 있을까? 그 궁금증을 따라가며 페이지를 넘겼다. 이 책은 지구의 생태계와 인간의 활동, 기술이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을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들여다본다. 익숙하게 보아왔던 영화를 조금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인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행성, 그 안의 수많은 존재와 기억, 그리고 기술이 만들어가는 미래까지 함께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신선했다. 특히 ‘고려인 삼부작’은 고려인들의 발자취와 그들의 삶 속에 깃든 예술성을 발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SF적 상상력을 더해 과거와 미래가 뜻밖의 방식으로 만나는 점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닌 것 같다. 다시 펼쳐보면 처음에는 지나쳤던 문장이 눈에 들어오고, 다른 대목과 연결되면서 새로운 생각이 피어난다. 마치 같은 영화를 다시 보았을 때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장면의 표정이나 소리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처럼. 어쩌면 이 책이 말하는 ‘영화의 기후’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와 행성, 인간과 비인간, 과거와 미래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기류. 그 기류를 따라가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조금 낯설게, 그러나 더 깊이 바라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