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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 괌으로 가족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둘이 해서 에어텔이 백만 원 남짓이라는 얘길 듣고 보충수업비로 퉁치면 딱이겠다 싶어 과감하게 결정했다. 그것보다 걱정되는 것은 고작 10개월을 넘긴 딸래미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건데, 뭐 지금까지도 국내를 그렇게 잘 돌아 다녔는데 해외가 뭐 다를 게 있을까 싶기도 했다. 사실 우리 부부가 여행을 참 즐기지만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 문학적으로 관련이 있는 곳, 그것도 아니면 기똥차게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 아니면 잘 가지 않았다. 그냥 멍 때리고 있을 거면 왜 시간과 돈을 투자해 멀리까지 가야 하느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니 하루 종일 타이트하게 돌아다니는 것이 무지하게 힘든 일임을 여러 번 느꼈기에 이번엔 여행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바꾸어 버린 것이었던 것이었다.
걱정도 많았지만 폭풍 검색을 통해 알아본 바, '별 걱정 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하다는 호텔이나 관광지, 식당은 한국 사람들이 어찌나 많이 다녀왔는지 한글 표지판도 있고 한국어가 통하는 직원들이 많이 있었다. 물가가 좀 비싸긴 하지만 유명한 관광지임을 감안하면 이해해줄 수 있는 수준이다. 제주도나 우도를 몇 번 다녀오니 웬만한 해외의 바닷가가 성에 안차긴 하지만 그래도 그곳만의 색채가 있을테니 기대가 되는 편이다.
괌은 섬 전체가 면세 구역이라 쇼핑을 하기에 참 좋다고 한다. 특히 아기 옷들이 싸서 태교여행이나 어린 아이를 둔 젊은 부모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나도 거기서 구해오고 싶은 것들이 몇 가지 있긴 하다. 미국령이라 사이즈들이 다 크기 때문에 국내에서 옷 사러 갔을 때 받았던 설움들을 마음껏 풀고 오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런데 여행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블로그들을 기웃거리다 보면 빠지지 않고 올라와 있는 사진이 쇼핑한 물건들을 침대에 쭉 늘어놓고 뭘 샀고 뭘 샀고 하면서 자랑하는 사진이다. 거부감이 확 들었다. 자랑하려고 여행을 갔나. 여행이란 자고로...... 생각하다가.
국내로 들어오면서 필요 이상으로 비싸진 상품을 적정한 가격에 구입하러 가는 것도 충분히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뭐 꼭 유적지 다니고 폼나게 일기 쓰고 해야만 여행이 아니니까. 블로그라는 곳이 결국은 남들도 보라고 열어놓은 공간이니까 어떻게 보면 자신의 행적을 그렇게 자세히 중계하는 게 그들의 여행과 블로그 운영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행동일 것이고 말이다. 물론, 나도 이것저것 사서 사진 찍어서 자랑할까봐 미리 약치는 건 절대 아니다.
<고종석의 문장>이라는 책에서 어제 읽었던 부분이 생각났다. <1984>의 저자 조지 오웰이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이유를 네 가지 동기로 정리했는데 그 첫 번째가 '순전한 이기심'이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돋보이고 싶은 욕망 즉 돋보이고 싶고, 사회에 이름을 남기고 싶고, 약간 거드름 피우고 싶은 그런 순전한 이기심이 글쓰기의 첫 번째 동기라는 것이다. 인간이 원래 그런 욕망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천박하다고 치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자유여행으로 4박 5일의 일정을 채워야 하니까 도움을 좀 받고자 서점에 갔다. 원주에서 가장 큰 서점이지만 책이 그리 많지는 않다. 괌만 따로 안내가 되어 있는 것은 없길래 괌과 사이판을 함께 구성해서 한 권이 된 여행서를 한 권 골랐다. 우리나라로 치면 거제도 크기 쯤 된다는 이 섬의 놀거리, 볼거리, 먹을거리 등이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4박 5일이 모자랄 정도로 일정을 잘 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물론 인터넷에도 있지만 출력하기 번거로우니까) 쫀쫀한 종이로 괌 전도 뿐만 아니라 유명 관광지, 지역별 지도와 함께 주요 지점도 잘 표시가 된 지도가 여러 장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괌의 역사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이건 역사서가 아니라 여행서니까 그건 내 몫으로 돌려두고. 자유 여행을 갈 거라면 한 권쯤 사서 옆에 끼고 다닐 만한 유용한 여행서로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