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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파도로부터 해당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파도. 일상의 모든 사유들을 문학으로 남기고 싶은 출판사. 나는 <수영원>을 읽고 나서 지체 없이 김여진의 다른 소설을 구매해야만 했다. 김여진의 문장은 그래, 해사했다. 상실에 대한 다섯 편의 소설에는 무언가를 잃은, 잃게 될, 잃고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김여진은 뻥 뚫려 빈 공간을 얇은 모시로 덮어낸다. 그 빛깔이 참 곱다고 생각하며 같은 문장을 한참 동안 입속에서 굴렸다. 단어에 잘 배인 단맛이 빠지지 않는구나. 참지 못하겠기에 우선 하나 슬쩍 공유하자면,
요컨대 이런 문장들이다. 내용은 하기 할 테니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이 책의 모든 문장을 씹을 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다만 모두 단맛이 느껴졌다. 그래서 계속 붙들고 있고 싶었다. 모든 문장에 형광펜을 칠하고 암송하듯 외고 싶었다. 담담한 어조로 사람의 깊은 곳을 툭 치고 떼구루루 구른 단어들은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참 매력적이다. 오랜만에 마음에 철썩 달라붙는 소설을 만나 기분이 좋아졌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다. - 어떤 것을 잃게 될 독자 - 여름에 읽을 뜨겁고 청량한 단편소설집을 찾고 있는 독자 - 사랑과 삶, 그 언저리에 피어난 슬픔과 그림자를 더듬어보고자 하는 독자
첫 번째 단편 <수영원>이다. 수영-스포츠-과 관련 있을 것이라 짐작했는데 수영,이라는 이름이었다. 끝말잇기하듯 이어진 수영과 영원의 단어는, 그들이 염원했던 사랑의 목적지였을까. 자신의 감정에 가장 기민할 시기인 청소년기에 만난 주희와 수영은, 서로도 모르는 사이에 우연과 운명을 겹치고 엮어 하나의 마음으로 귀결된다. 절절한 사랑은 아니었다. 명백히 한쪽으로 기울어진 저울이었기 때문에. 허나 한때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었던 기억이 사무친다.
수영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자신의 마음을, 그 감정이 넘쳐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적어 내렸고 주희는 그 수많은 문장을 축약하고, 생략했다. 특별한 빛으로 비추어야만 볼 수 있는 편지는 그때가 되어서야, 그제야, 그렇게나 늦은 채로 읽힌다. 항상 삐져나오는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수영이 맹세했던 영원한 사랑이었다. 수영-원. *<수영원>을 읽고 맨 뒤에 첨부된 편지를 뒤늦게 읽는 맛도 좋다.
사랑에 대한 상실을 담은 수영원 이후에도 등장인물들은 어떤 것을 잃으며, 혹은 어떤 걸 잃어버렸는데 그게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결코 ‘그렇게까지 절망적이지는’ 않지만 개인의 사적인 문제에 짓눌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과의 심리적 거리감이 한층 좁혀진다. 마치 내가 아는 누군가의, 친구의 친구의 이야기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상실 중 몇 가지를 추려 담담하지만 찬란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필재가 대단하다.
요새 문학을 읽다가 눈물이 맺혔던 경험을 해본 것이 요원해 섭섭하기만 했다. 감수성이 말라붙은 것인지, 현실 문제에 치여 문학에 온전히 빠질 수가 없는 것인지. 하지만 마지막 챕터였던 <두 팔을 뻗어 단숨에>를 읽고 금방 허했던 감정이 채워졌다. 왜 두 팔을 뻗어 단숨에인지 아마 짧은 글을 읽고 정말이지 ‘단숨에’ 알 수 있겠지만, 이 단편은 기억의 상실, 기능의 상실, 예언된 부재에 대한 이야기다. 마지막 캡처 본의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면 꼭 <수영원>을 구매하여 읽어보길 권한다. 소장하기에 손색없다.
나는 한강 작가가 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할 것이다’라는 정언명령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어렴풋한 여명의 빛을 김여진 소설집에서도 만났다. 등장인물들은 제각기 무언가를 잃으며 살아가지만, 상실이 다만 그들을 옥죄지만은 않는다. 김여진 작가는 특유의 다정함으로 그들에게 숨 쉴 틈을 내어준다. 우리가 영영 상실을 피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벽을 짚은 채 천천히 걷든, 벽을 넘어서든, 벽을 부수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든 해야 하지 않을까. <수영원>은 그 무궁한 가능성에 대한 책. 상실 이후의 세계에 대해 손가락을 뻗어주는 책. 김여진 작가가 가리키는 방향이 궁금하다면, 수많은 방법론들 중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한여름 밤의 소설로 <수영원>을 추천한다. #수영원 #파도 #김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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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파도 출판사에서 주체하는 시집 앤솔로지는 많이 접했었으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상실의 이야기라는 수영원을 보고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다. 수영원은 소설집으로 단편들이 차곡차곡 모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는 늘 단편집에선 첫 번째 단편이 제일 마음에 드는 적이 잦다. 이번 책 마저도 그랬다. 수영원의 첫 번째 단편은 제목과 똑같이 ”수영원“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여자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주인공 주희와 수영이의 서사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아무래도 내가 네 꿈을 너무 많이 꿔서 신이 새해 선물로 너를 보냈나 봐. — 21p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상실과 이어지는 이야기인 것만 같아 더욱 이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많구나.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게 되는 단편이었다. 그다음으로 좋았던 단편은 “한 줌의 사과도”였다. 앞전의 단편과는 달리 이번 이야기는 엄청나게 짧은 글이다. 짧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죄송하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108 나는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도 사과한 적이 있다. 많다. 그러나 이 단편은 그런 마음을 녹여낸 이야기이다. 김여진 작가님의 이야기는 어딘가 뭉클하고 몽롱한 여운을 남겨준다. 수영원이 우리에게 남겨준 상실의 깊이를 이 책을 읽으실 독자님들께서도 느껴주셨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