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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투자 혹은 투기라는 말은 일상적인 언어에 속한다. 살기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누군가 부동산 투기나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사람들은 그 대열에 합세하고자 한다. 투자와 투기는 엄연히 다르지만,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의 욕망은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부동산이 폭등하고 주가지수가 3000을 넘나들던 시절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융의 양적완화가 끝나고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와중에서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투자의 끈을 놓지 않는다. 우리는 경기가 좋든 나쁘든 돈을 벌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는데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영끌, 동학개미, 서학개미 등의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은 말이 되었다. 너도나도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언론 역시 이와 관련된 신조어를 공공연히 사용하며 투자 혹은 투기를 부추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런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꾸준하고 점진적인 자산축적을 통해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이동의 가능성이 완전히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경제적 양극화는 혼자서 먹고살기도 빠듯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결혼과 출산의 기피로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최저 출산 국가가 되었고, 그와 함께 국민 모두는 투자인지 투기인지 경계가 모호한 유동자산 투자에 열을 올린다. 바야흐로 우리는 국민 모두가 투자에 매달리는 대중투자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대중투자사회의 등장을 역사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근대사회 이래 투자 실태와 그 사회적 영향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부동산과 주식투자의 기원을 살펴보고 있다.
먼저 대중투자의 기원을 살펴보면서 저자들은 20세기 초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요 투자전략이 등장한 배경을 소개한다. 당시 등장한 투자전략은 오늘날에도 주식시장에서 응용되고 있다. 우리가 주식투자를 하면서 흔히 듣는 주기변동에 따른 추세분석, 내재가치에 의한 성장주 구매전략, 포트폴리오 구성 및 인덱스펀드 등은 모두 이러한 투자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1920년대 광적인 미국 플로리다의 부동산 개발과 투기 열풍을 소개하면서 그 과정에서 어떻게 개인들이 합류하는지, 그리고 투기에는 항상 따라붙는 금융사기와 정부 당국의 부패, 무책임으로 어떤 종말을 맞이하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저자들은 우리나라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투기의 기원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주식시장은 20세기 초 개항기에 주식이 소개되고 거래가 시작되었지만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20개 안팎의 종목이 간헐적으로 거래되다가, 1970년대 이후 주식시장이 본연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 역시 러일전쟁 이후 일본인들의 대규모 토지 투자에서 시작되어 식민지를 거치면서 고착화되었다. 저자들은 이 시기 주식거래의 변화와 성격, 토지투기의 양상과 식민 당국의 지원 등을 분석하면서 그것이 해방 이후까지 연속된 요인을 짚어보고 있다.
이어서 저자들은 이러한 투자가 대중화되는 과정을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의 유래와 1980년대 중후반 몰아친 주식 열풍의 와중에서 흔히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일반투자자들의 등장에 대해 살펴본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산 투기는 일부 특권층만의 은밀한 자산증식 수단이었지만, 1970년대 중후반부터는 중산층이 합류하였다. 이후 1980년대 본격화된 부동산 투기의 전사회적 대중화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공간적 위계화를 촘촘하게 형성한 기원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주식시장 역시 1980년대 중반 정부가 국민주를 보급하면서 일반투자자를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지식없이 재산증식이나 일확천금을 꿈꾸며 주식시장에 뛰어들었고 1980년대 후반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물타기 증자와 뻥튀기 공개,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입 증가를 위한 단기적 투자행위 조장과 일임매매 강요, 회계법인의 방임과 동조 등으로 수익금은 모두 대주주 개인들에게 귀속되고 일반투자자들의 계좌는 깡통계좌가 되면서 일확천금은 일장춘몽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 지대와 주가가 동시 상승하면서 형성된 버블시대, 일본 사회의 투기 열풍과 사회적 심리상태, 정부와 기업의 대응을 분석하며 버블붕괴 이후의 충격을 다룬 내용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그럼에도 확장되고 있는 대중투자사회에 대해 다룬다. 토지, 주택, 전기, 가스와 같은 ‘도시 커먼즈’가 소수 대자본에 의해 운영될 때 발생하는 결과를 홍콩의 사례를 통해, 부동산 기반의 자산 복지정책의 허실은 영국의 사례를 통해, 그리고 증시부양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국가와 인터넷 고리대금업인 핀테크 기업을 활용하여 이를 부추기는 기업을 분석한 중국의 사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저자들의 소개와 분석내용을 읽으면서 기시감이 드는 것은 우리도 심심하면 비슷한 내용들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일 것이다. 홍콩, 영국, 중국의 사례는 그 정책의 이면이 어떻게 국민들을 투기로 내몰며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그 이면을 살피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열매만을 보면서 소수 대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며 그들을 따라간다. 현재도 진행중인 그들 국가의 일반 국민들의 실상은 알지 못한 채 그저 정부와 기업의 부추김에 투자인지 투기인지도 가늠하지 못하고 뛰어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모든 투자 혹은 투기는 금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우리는 현대사회에서 금융을 떠나 생활할 수는 없다. 결국 투자는 어느 특정한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와 알게 모르게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그런 투자 시장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며,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투자와 투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투자를 부추기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투자를 할 때 지켜야 할 확고한 원칙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혹 유동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면 한번은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