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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신촌에 위치한 어느 영화 아카데미에서 시나리오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마지막 수업 날, 교수님은 정해진 강의 대신 수강생들과 자유롭게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마침 당시에 막 개봉했던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가는 좋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지루했다고 했다. 시나리오적으로 흥미롭다는 의견도 있었고, 지나치게 계산된 영화처럼 느껴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아직 <퍼펙트 데이즈>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교수님이 내게 물으셨다. “본석 씨는 이 영화 봤어요?” “아니요. 아직 못 봤습니다.” 그러자 교수님은 혼잣말을 툭 던지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본석 씨는 이 영화 되게 좋아할 것 같은데.“ 교수님의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내가 어떤 영화를 좋아할지, 무엇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셨을까.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마치 아직 읽지 않은 책 한 권을 누군가가 나에게 건네며 “아마 당신 마음에 들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울림이었다. 그리고 교수님의 예상은 정확했다. 나는 <퍼펙트 데이즈>를 극장에서 세 번 보았다. 세 번의 관람을 지나고도 내게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주인공 히라야마가 운전하던 중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영화의 마지막 순간이다. 영화는 그의 과거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무엇이 그를 지금의 삶으로 이끌었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주인공의 눈물을 보여주는 영화 속 침묵의 순간이, 주인공의 과거를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전한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오히려 마음을 더 깊이 움직일 때가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그 세계는 쉽게 떠나가지 않았다. 영화 안에서 흘러나오던 루 리드의 ‘Perfect Day’를 반복해서 듣고(심지어 LP까지 구입했다), 극 중 히라야마가 읽던 책들을 찾아 읽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한 편의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을 넘어서, 영화가 품고 있던 하나의 세계를 사랑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음악을 들으며 출근하고, 점심시간이면 필름카메라로 나무 그림자를 사진으로 남기는 삶. 누군가에게는 단조롭게 보일 수 있는 일상이지만, 영화는 그 안에서 놀라울 만큼 깊은 아름다움을 발견해낸다. 그래서 영화의 각본을 맡았던 다카사키 다쿠마의 『퍼펙트 데이즈 다이어리』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한 편의 영화를 너무 사랑한 사람에게 그 영화에 관한 서적은 종종 아쉬움을 남긴다. 지나친 해설과 상세한 설명이 작품의 여운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괜히 내가 좋아했던 영화의 빈자리를 너무 많은 말로 채워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 책은 영화를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빔 벤더스와 다카사키 다쿠마가 히라야마라는 인물을 만들어가고, 하나의 짧은 프로젝트가 장편영화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퍼펙트 데이즈>라는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와 촬영에 관한 기록, 그리고 각본을 따라가다 보면 스크린 위에서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영화의 바깥까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영화에서 표정과 몸짓, 음악과 빛으로만 만났던 히라야마가 각본의 지문을 통해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좋았다. 그렇다고 영화가 말하지 않았던 것들에 일일이 답을 붙이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며 히라야마의 하루를 멀찍이 바라보았다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 하루의 곁을 조금 더 가까이 걷는 듯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아침 햇살과 오래된 음악, 공원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처럼 너무 작아서 쉽게 지나치는 순간들을 영화가 왜 그토록 오래 바라보았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아진다. 생각해보면 2년 전 교수님의 그 한마디는 묘한 예언이었다. “본석 씨는 이 영화 되게 좋아할 것 같은데?” 어떤 영화는 보고 나면 기억 속에 남는다. 하지만 간혹 영화를 마주한 이의 삶 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 영화가 있다. <퍼펙트 데이즈>가 내게는 그런 영화였다. 그리고 『퍼펙트 데이즈 다이어리』는 영화가 남기고 간 차분한 여운을 다시 한번 천천히 흔들어 깨워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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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각본과 현장을 담은 이 책은 반복되는 일상 속 숨겨진 아름다움을 일깨워줍니다.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의 담담한 하루를 보며, 행복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햇살과 바람을 온전히 느끼는 데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매일이 완벽한 하루가 될 수 있다는 잔잔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