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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의 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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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제 교수의 <어른의 과학 취향> 3부작의 마지막(더 나올려나?). 첫 번째가 술(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 두 번째가 폭약(답답한 날엔 화학을 터뜨린다). 세 번째는 마약이다. 모두 민감한 소재다(그나마 술이 좀 낫나?). 개인적으로는 폭약이 제일 새로웠다. 술은 친숙한 것이기도 하고, 많은 책에서 다룬다(그렇다고 장홍제 교수처럼 화학스럽게 다루지는 않는다). 마약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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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제 교수의 <어른의 과학 취향> 3부작의 마지막(더 나올려나?). 첫 번째가 술(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 두 번째가 폭약(답답한 날엔 화학을 터뜨린다). 세 번째는 마약이다. 모두 민감한 소재다(그나마 술이 좀 낫나?). 개인적으로는 폭약이 제일 새로웠다. 술은 친숙한 것이기도 하고, 많은 책에서 다룬다(그렇다고 장홍제 교수처럼 화학스럽게 다루지는 않는다). 마약에 관해서도 최근에 나온 책들이 꽤 있다. 한두 챕터를 마약에 할애한 책은 숱하고, 책 한 권이 오로지 마약을 다룬 책들도 있다. 오후 작가의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가 대표적이고, 벤 웨스트호프는 마약 가운데서도 가장 강력한 펜타닐을 직접 다루었다(《펜타닐》), 마약 중독에 빠졌던 뇌과학자가 슨 책도 있다(주디스 그리셀의 《중독에 빠진 뇌과학자》). 


그럼 장홍제 교수의 《예민한 날엔 화학을 삼킨다》는 여기에 무엇을 보태고 있을까? 여기에 소개된 마약은 남들이 다 다룬 종류들이고, 그것들이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도 이미 다 얘기한 건데 말이다(그게 내가 이미 다 잘 알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마약 얘기는 읽고 잊어버리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그건 말할 것도 없이 ‘화학’이다. 모르핀, 헤로인, 메스암페타민(이른바 히로뽕), 프로포폴, 펜타닐, MDMA, 엑스터시 등과 같은 마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화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한 얘기인데, 얼마나 쉽게 만들 수 있는지,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지는지는 물론, 우연성과 의도성에 따라 약물이 갈라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대체로는 과거에는 우연성이 지배를 했지만, 지금은 상당한 의도성이 깃든다). 


거기에 보태자면, ‘원자 연금술’ 시대에 대한 얘기도 새롭다. 여기서 새롭다는 것은 그 기술 자체도 새롭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이런 얘기를 과학 교양서에서 쉽게 접하지는 못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환각제에서 원소 하나만 콕 집어서 치환하는 기술인데, 이를 통해 약물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정확히는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약물은 중독성이 없이 진통 효과만 나타낼 수도 있고, 마약 치료 효과도 보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화학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부분도 흥미롭다. 생명체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던 아주 복잡한 화합물을 드디어 화학이 수십 단계의 반응식을 통해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Streptomyces pactum이라는 토양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팩타마이신이라는 항암/항생제를 만들어냈다든가, 에리스로마이신이라는 아주 복잡한 구조의 항생제를 합성해냈다든가, 복어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독소 테트로도톡신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화학자 장홍제가 은근히 화학부심을 뽐내는 장면들이다. 


이러면서 마지막 장의 (부)제목을 ”아찔하게 재밌는 위험한 화학“이라고 쓴 것은, 화학자 장홍제가 화학을 바라보는 생각을 잘 표현한 것 같다. SF에서 쉽게 다룰 수 없는(또는 다루면 재미없어지는) 소재가 바로 화학이지만, 술이나 폭탄, 마약과 같은 것은 현실에서 이미 위험하면서도 재미있는 과학의 분야가 바로 화학이라는 것이다. 이미 멀고도 먼 얘기가 되었지만, 나도 어쩌면 화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그럴 기회가 없지 않았다). 화학의 아찔함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나를 상상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꽤 즐거웠다. 

YES마니아 : 로얄 n*****m 2026.08.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