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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과 개는 출입 금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어린 아들 조슈아가 발견한, 어느 가게의 문앞에 걸려있던 팻말의 표현이다. 그 말의 의미를 묻는 아들에게 아버지 귀도는 ‘너도 싫어하는 것이 있듯이, 저 가게 주인도 개와 유대인을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대답을 해준다. 영화에서는 하나의 장면으로 스쳐지나가지만, 독일의 나치 치하에서 벌어졌던 유대인의 차별 실태를 적나라하게 설명해주는 삽화라고 할 수 있다. 즉 ‘아리안의 순수 혈통’을 내세우던 나치 정권 하에서, 유대인을 차별하고 탄압하던 정책의 구체적인 예시인 것이다. 유대인을 사람이 아닌 개와 같은 위치에 놓고, 독인인들에게 그들을 차별하고 혐오를 유도했던 시대상을 반영한 장면이라고 하겠다.
누군가를 차별한다는 것은 이렇듯 공동체로부터 배제와 혐오를 동반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어린이를 혐오하는 나라에서 환대하는 나라로’라는 부제의 이 책은, 어린이를 미숙한 존재로 인식하며 차별하는 구체적인 사례로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는 가게의 팻말에서 찾고 있다. 이 책에서는 어린이를 동반한 이들에게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노키즈존은 한국 사회가 어린이를 대하는 방식과 태도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자 인식 틀”이라고 주장한다. 다양한 이유로 내걸린 가게의 이러한 팻말을 통해서 “엄연히 존중받아야 할 아동의 성원권은 외면”당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장소에 대한 권리를 부정하는 상징적 행동들은 상대방의 존재 자체에 가해지는 폭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노키즈존은 가장 비겁한 차별 중 하나이자 이를 방치할 경우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 가장 위험한 차별”이라고 단언한다. 이렇듯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이 당연시된다면, “자의적 기준에 따라 특정 인구 집단을 대놓고 차별해도 된다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도 상대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노키즈존이라는 사회 현상을 그대로 용인하게 된다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거부를 더 촘촘하게 실천하는 이기주의적 기류와 과도한 자기중심주의에도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필자들은 청소년 인권단체 활동가를 비롯하여 ‘정치하는 엄마들’과 ‘어린이책 시민연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로써, 그동안 우리 사회의 현장 곳곳에서 마주쳤던 '어린이 혐오' 사례들을 중심으로 필자들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각자의 글에 담아냈다고 밝히고 있다. 6명의 필자들이 참여한 ‘어린이를 혐오하는 사회’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아동 혐오 현상들’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적시하며 그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는 ‘초딩’이나 ‘금쪽이’와 같은 표현들이 어린이를 낮추어 보는 ‘멸칭’에 다름이 아니며, 어린이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민식이법’ 등이 오히려 과도한 처벌을 유도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현실에 대해서 진단하는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와 함께 이 책의 제목으로 내건 ‘노키즈존’이 어린이를 배제하는 현상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 그리고 가정이나 학교 현장에서 ‘체벌’에 관대했던 문화와 그러한 인식이 바뀌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핵오염수 방류와 기후 소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어린이들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의 현상을 조명하면서, 이 또한 어린이를 무시하고 폄훼하는 현상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한때 ‘성평등’과 ‘성교육’ 서적을 금서로 지정하고 도서관에서 치워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사람들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어린이의 권리’라는 차원에서 오히려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 등이 1부에서 다뤄진 주요 주제이다.
‘어린이는 시민이다’라는 제목의 2부에는 모두 3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으며, 어린이를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과 함께 그들도 동등한 사회 구성원임을 인정해야 함을 역설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와 함께 ‘어린이책 시민연대’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어린이도 시민이다!’라는 사실을 절감했던 필자의 경험과 생각들을 토로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대합입시에 초점이 맞춰진 우리의 교육 현실을 진단하면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유시간’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주장의 글로 마무리되고 있다. 그동안 어린이는 양육과 보호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관념으로 여겨졌기에,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로 인해 ‘노키즈존’이라는 현상이 빚어졌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에는 “어린이는 모두와 동등한 인간이며, 특별한 보호를 받는 동안에도 어린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라는 의미를 명확하게 담아내고 있다. 각자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누구나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해 억울하거나 안타까웠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이 지나 성인이 된 이후에는, 다시 어린이를 ‘보호와 양육’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기존의 관습으로 어린이들을 대하는 것에서 ‘어린이를 혐오’하는 문화는 없었는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그들도 우리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이라는 관점에서 ‘환대와 인정’하는 자세를 갖추어야만 할 것이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