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5)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10.0
  • 30대 0.0
  • 40대 10.0
  • 50대 10.0

포토/동영상 (7)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이동하는 가족
"이동하는 가족" 내용보기
이동하는 가족 ? 기명진 『지키는 사람』   기명진의 첫 소설집 『지키는 사람』은 가족을 소재로 한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미발표작과 발표작이 함께 실려 있지만, 등단 전후의 경계를 뚜렷하게 느끼기보다는 작가가 점차 자신만의 리듬과 절제된 문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인상이 남는다. 특히 앞에 배치된 두 편의 미발표작은 최근에 쓰인 작품으로, 인간의 고독을 과장 없이
"이동하는 가족" 내용보기

이동하는 가족

? 기명진 『지키는 사람』

  기명진의 첫 소설집 『지키는 사람』은 가족을 소재로 한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미발표작과 발표작이 함께 실려 있지만, 등단 전후의 경계를 뚜렷하게 느끼기보다는 작가가 점차 자신만의 리듬과 절제된 문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인상이 남는다. 특히 앞에 배치된 두 편의 미발표작은 최근에 쓰인 작품으로, 인간의 고독을 과장 없이 다루는 방식이 인상 깊다.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아들의 이야기인 〈이웃의 닮은 사람〉, 김밥집을 운영하며 이복동생과 석 달간 함께 일하는 과정을 그린 〈아는 맛 조금만 더〉는 관계의 긴장과 거리감을 절제된 문장으로 포착한다.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침묵과 일상의 반복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이 돋보인다.

  이 소설집에는 분명한 패턴이 있다. 혈연으로 묶였지만 이미 균열이 생긴 가족들이 등장하고, 이야기는 늘 길 위에서 전개된다. 〈살미〉는 강원도 산골 마을에 살던 이모의 요양원 문병길에서, 〈다시, 춘천〉은 이혼을 염두에 둔 가족의 여행길에서, 〈보름의 제주〉는 연인과 헤어진 병섭이 이혼한 부모와 함께 떠나는 제주 여행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의 이동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이미 해체된 관계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가족이라는 소재는 문학에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기명진의 소설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가족의 형태를 비틀고 이동시킴으로써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처럼 잔잔하지만, 관계의 틈에서 오래 남는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 소설 속 가족들은 헤어졌다가 다시 모이지만, 그 모임은 결코 정착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은 언제나 이동 중인 가족들이다.

  〈아는 맛 조금만 더〉에서 ‘나’와 이복동생 재민은 아버지로 인해 깊은 상처를 공유한다. 그러나 그 상처를 직접 들추기보다는 서로의 경계를 존중한 채 김밥집을 함께 운영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조건들로 상처받아야 하는 삶의 아이러니는 이 소설집 전반을 흐르는 정서다. 해체된 가족들이 다시 모여 춘천으로, 제주도로 이동하는 풍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영화 〈가족의 탄생〉이 그랬듯,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변화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만을 ‘정상가족’이라 부르는 것은 점점 현실과 어긋나 보인다. 반려묘와 반려견, 반려식물까지 가족의 범주로 끌어들이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족을 강하게 묶는 힘은 존재한다. 어쩌면 그것은 관계의 실체라기보다, 오래 지속되어온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기명진의 소설은 그 환상을 조용히 흔들며, 이동하는 가족의 현재를 담아낸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8 2026.02.08. 신고 공감 10 댓글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