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6)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10.0
  • 30대 0.0
  • 40대 10.0
  • 50대 10.0

포토/동영상 (3)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박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박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내용보기
2006년부터 미국 동부에 동굴에서 박쥐들이 수십 마리씩 죽어가는 것이 목격되었다. 마치 커다란 우유 잔에 코를 담갔다가 뺀 것처럼 얼굴에 흰색 물질이 묻은 상태였다. 사람들은 이 현상에 ‘흰코증후군(white nose syndrom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박쥐 질병은 확산되었다. 동쪽 해안을 따라 수십 개의 동굴에서 발견되었고, 미국에서 가장 흔한 박쥐 중 하나였던 작은갈색박쥐는
"박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내용보기

2006년부터 미국 동부에 동굴에서 박쥐들이 수십 마리씩 죽어가는 것이 목격되었다. 마치 커다란 우유 잔에 코를 담갔다가 뺀 것처럼 얼굴에 흰색 물질이 묻은 상태였다. 사람들은 이 현상에 ‘흰코증후군(white nose syndrom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박쥐 질병은 확산되었다. 동쪽 해안을 따라 수십 개의 동굴에서 발견되었고, 미국에서 가장 흔한 박쥐 중 하나였던 작은갈색박쥐는 여러 주에서 멸종 위기종이 되었다. 이 질병의 원인은 슈도김노아스쿠스 속의 새로운 곰팡이였다. 이 곰팡이에 붙여진 학명은 Pseudomgymnoacus destructans. 종소명 destructans를 봐서 알겠지만 이 곰팡이가 얼마나 파괴적인 것으로 인식했는지 알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는 별로 피해를 주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서부까지 진출해서 여전히 파괴적이다. 지금까지 20여 종의 박쥐에서 1000만 마리 이상이 폐사한 걸로 추정되고 있다. 


혹 박쥐의 집단 죽음을 반길 이도 있을 것이다. 박쥐란 징그러운 생김새를 지녔고(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는 않다. 이 책의 저자를 비롯해서),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는 몹쓸 매개체로 여기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사이언스>지에 2024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흰코증후군이 발발한 미국의 지역에서 농부들의 살충제 사용이 31% 증가했고, 유아사망률은 8% 증가했다고 한다. 


박쥐목은 포유류에 속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쥐(설치류)에 가까운 생물이 아니다. 오히려 식육목이나 유제목에 더 가깝다(저자 표현에 따르면, ”박쥐는 날아다니는 소나 날아다니는 늑대에 더 가깝다“). 포유류 내에서 가장 다양성이 높은 분류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1,500종 가까운 박쥐가 기재되었는데, 이는 포유류의 20%에 해당한다. 최근 우리가 박쥐에 대해 듣게 된 것은 아마도 감염병을 옮기는 매개체로서 의심된다는 보도였을 것이다. 박쥐가 인간에게도 옮길 수 있는 바이러스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이나, 그건 그 녀석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는 바이러스이고, 그게 인간에게 넘어오는 과정은 인간이 박쥐와 불필요한 접촉을 할 때이기 때문이다. 박쥐의 생태 공간을 훼손하거나, 아니면 박쥐를 식품으로 쓰거나. 


뛰어난 박쥐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의 연구와 자신보다 선배인 거의 전설적인 박쥐 연구자들의 연구를 번걸아 가며 소개하고 있다. 흡혈박쥐를 중심으로 박쥐의 사회성을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진화생물학, 특히 사회생물학에서는 너무 유명한 얘기다). 어떻게 사회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놀라운 아이디어로 이를 밝혀낸 연구들은 놀랍기만 하다. 


무엇보다 박쥐를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데는 박쥐의 특별한 능력, 즉 ‘반향전위’ 때문일 것이다. 스팔란차니가 처음 발견했다고도 하는 반향정위는(이 책에서는 1930년대 말 하버드대학교의 젊은 학생 도널드 그리핀이 발견했다고 쓰고 있다) 박쥐가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도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으면서 먹이를 정확히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모든 박쥐가 반향정위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과일박쥐류가 그렇다고 한다). 또한 박쥐도 볼 수 있으며, 놀라운 청각 능력을 가진 박쥐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격렬한 학문적 논쟁도 전한다. 박쥐가 얼마나 자세하게 공간을 인식하는지(실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이긴 하지만)에 대해서, 박쥐의 반향정위가 진화 상에서 언제부터 생겼는지에 대해서 박쥐 연구자들 사이에 진지하고도 격렬한 논쟁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논쟁을 하는 연구자들은 실제로는 매우 친하고, 그 논쟁만 벗어나면 함께 연구 여행을 하면서 즐겁게 지낸다는 것이다. 맞는 일이다. 과학의 논쟁은 과학의 일일 뿐이다. 


과학은 박쥐가 얼마나 대단한 동물인지를 보여주고, 또한 인간의 삶에서도 필요한 동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꿀벌이 사라지면서 농업에 큰 지장이 온다고 한 것처럼, 박쥐가 사라지만 적지 않은 농업과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비록 우리의 감정은 박쥐를 친근하게 받아들이지 못할지언정, 최소한 이성적으로는 대부분의 박쥐가 해로운 동물만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다. 10년에 걸쳐 천천히, 정성 들여 쓴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는 그저 박쥐가 놀라운 능력을 가진 동물이라는 신기함, 놀람에 관한 것을 넘어서서 박쥐와 함께 살아갈 미래를 고민하는 지성을 촉구하고 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질병에 관한 것이다. 저자의 세부 전공 때문인지, 내용의 절반 이상이 박쥐의 감각, 그것도 반향전위에 관한 것이다. 박쥐가 옮기는, 혹은 옮기지 않는, 아니면 그런 오해를 받는 질병에 관해서 좀 자세히 써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YES마니아 : 로얄 n*****m 2026.08.30.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