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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와 공생. 그건 악마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미덕이란다. 풋, 하고 웃음이 나온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미 악마가 아니지 않나? 살아가기가 하루하루 각박해지는데, 법보다 미덕이 강력하게 작동한다면 나름 살 만한 사회일 테다. 물론 인간이 사는 사회라면 더더욱 그러할 터. 그러하므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악마 Z는 말 그대로 인간적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악마의 사회화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면 어폐가 있나? 이 소설은〈악마는 열심히 산다〉,〈묘지 산책〉,〈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의 세 가지 제목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전개된다. 악마 Z와 가영과 종현은 이야기마다 중심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악마는 열심히 산다〉이다. 이것은 다소 포근했던 어느 겨울 동안에 한 악마에게 일어난 일이다. 지구상 다른 모든 종족과 마찬가지로 악마 역시 사람 틈에 섞여 살며, 그 모습은 본래의 새까맣고 작은 몸뚱이로 살아가기도 하고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살기도 한다. 더군다나 야망이 있는 편인 악마들이 주로 인간의 집을 차지했다는 전제는 이야기의 방향이 다양하도록 유도한다. 악마 Z는 가영의 앞에 우연인 척 모습을 드러냈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Z의 말을 듣고도 가영은 소원이 없으며 겨우, 잘 죽게 해달라고 하니……. 악마 Z는 그 심드렁한 표정에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어쩌겠는가! 가영은 악마 Z의 몸에 있고 싶다고, 몸을…… 바꾸고 싶다고, 평소처럼 누워 있는데 몸이 작아지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면서. 다만 그 거래에는 악마 Z만의 작은 즐거움이 몰래 끼어 있었다. 바로 그가 거래의 대가로 받은 가영의 스쿠터다. 악마가 허공에 작성한 계약서에 가영은 서명을 하고, 침대로 돌아가려다 혼잣말처럼 타는 법은 아느냐 묻는다. 악마 Z의 대답과 표정이 재미있다. 자신만만한 표정과 함께, “악마는…… 전능하단다.” 하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아, 생각보다 스쿠터를 타는 법은 어려웠다. 더구나 소음에 취약하고 겁이 많고. 그러나 스스로에게 허락한 작은 즐거움이었다. 매일매일,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운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악마 Z는 곧 배달 대행업체 라이더로 취직한다. 또 부랴부랴 익혀야 했던 건 바로 휴대폰 사용법이다. 스쿠터를 타고 달리며 듣는 음악은 악마 Z가 느껴본 쾌락 중 가장 상위의 쾌락이었다. 쌩쌩 인간 사회를 달리는 동안 악마 Z는 문득 궁금하다. 이리 많은 즐거움을 가영은 왜 도통 누리지 않았는지. 이쯤에서 작가의 머릿속을 살펴야 한다. 악마와 사람에 대해 어떤 마음인지. 비교하자면 가족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악마들이 조금 더 개별적 존재에 가깝긴 하지만 역시 사회적 존재였으므로 인간들의 생활 양식에 따라 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악마든 인간이든 혼자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었으므로. 결국 악마가 인간의 욕망에 맞물려 존재하듯, 작품 속 악마 사회도 인간 사회와 닮은 모습이다. 두 번째 이야기 〈묘지 산책〉은 가영의 마음속이다. 어릴 적 피아노를 다 치고 그림책이나 TV 만화를 보고 있으면, 선생님은 가영의 옆으로 오곤 했다. 선생님과의 대화는 항상 짧았고, 짧았으나 잘 끊이지 않았다. 이후로도 사는 내내, 그렇게 명쾌한 문답을 누군가와 나눠 본 적이 있던가, 하고 선생님과의 대화를 그리워하곤 했다. 살기 싫어진 지 한참 지난 어느 날부터 종종 그 볕 좋은 외할아버지 무덤을 떠올렸다. 생전 본 적도 없는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나도 그런 곳에 묻힐 수 있을까? 거기는 좋던데. 해가 완전히 드는 것이 참 좋아 보였는데. 이대로 상처에 고인 채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시간, 그래서 서른 살의 자신 앞에 악마가 나타났을 때 가영은 놀라지 않았다. 그때 가영은 지쳐 있었고,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악마가 제 몸을 마음대로 쓰는 대신 악마의 몸을 빌리기로 했다. 어쩌면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손이었으므로 그러했다. 어떻게 내린 선택이든 그런 두드림, 그 신호에 답할 때마다, 지금 가영은 생각한다, 마음속에 고여 맴돌던 슬픔이 조금씩 바깥으로 흘러 나가는 일이 벌어진 것을. 소설의 마지막〈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는 종현의 이야기다. 어차피 난 사랑받지 못하니까,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껏 다정할 수 있었다, 종현은. 그러니까 종현의 좋아함은 늘 뜨겁기 전의 온도이다. 하지만 종현은 사람의 체온을 눈으로 보고 알 수 있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악마에게 소원을 빌어 얻었던 능력이 있다. 열 감지기 옆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던 종현은, 겨울이 시작될 즈음 가영을 만났다. 모니터에는 분명 정상 체온으로 감지되었는데, 잠깐 눈으로 보자 새빨간색이다. 어쩌면 38도. 가영을 처음 봤을 때 감지한 온도는 두 가지였다. 정상보다 높은 가영의 체온. 그리고 미지근한 따뜻함 이상의 마음은 저 여자 에게 절대로 품지 않으리라는 자기 감정의 온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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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습니다. 제목이 먼저 마음에 쏙 들어와서 살펴보다가 구매했습니다. 뭔가 자꾸 읽게 되는 작가님의 글이 좋아서 아껴 읽게 되고, 상황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게 되어 감동이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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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은 얼마간의 자유가 되었다. 어차피 난 사랑받지 못하니까,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껏 다정할 수 있었다. 진짜로 혼자가 되었을 때 가영은 마음 놓고 혼잣말에 둘러싸여 지냈다. ‘나는’과 ‘나는’ 사이에 혼자. 인정은 모든 악마의 둘도 없는 목표였으며 그리하여 악마들로 하여금 죽기 전에 받을 수 있을까 하고 평생을 오들오들 떨며 살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