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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자로 참여한 책에 리뷰를 쓰는 게 과연 합당한가 하는 의심이 자꾸 들어 망설였지만 그래도 읽은 건 읽은 것이고, 나름 객관적으로 다른 이들의 글에 대한 감상을 적을 자신도 있기 때문에 쓴다. 그리고 필자로 참여했다고 해봤자 17~18명 중 한 명일 뿐이니. ‘고품격 서평집’, 혹은 그걸 목표로 한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나 <뉴욕 리뷰 오브 북스>을 모델로 했으니 거기에 다다르려고 하는 목표만으로도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이제 22호가 되었다(0호가 포함하면 23번째다). 서양의 어떤 책들이 자신이 쓴 서평을 중심으로 묶었음에도 그의 사상을 짙게 담을 수 있는 걸 볼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느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걸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펼칠 수도 있다. 서평이란 그저 남들에게 이 책을 읽으라 권유하고, 혹은 읽지 말라 만류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 자체로 책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것 자체로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는 글이 될 수도 있다. <서울 리뷰 오브 북스>는 거의 유일한, 그런 서평집이다(혹은 그것을 지향한다). 읽은 책이 있고, 읽지 않은 책이 있다. 하나 더 보태면 읽으려고 하는 책도 있다. 사실 대부분은 읽지 않은 책이다. 그런데 그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서평을 여기서 읽고, ‘마침내’ 내가 읽게 될 것 같은 책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여기의 서평은 실패한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신지영의 쓴 글(오카 마리의 《가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평)만을 읽고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물론 오카 마리의 책은, 이미 읽은 책도 있고, 읽고자 하는 책도 있어서 더욱 그럴 수 있다. 박경렬의 <AI 문명의 창세기>나 홍성욱의 <ChatGPT를 둘러싼 환상과 신비주의 걷어내기>도 그렇다. 넘쳐나는 AI 관련 책들 중 어느 것을 읽더라도 이들의 서평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그들이 텍스트로 삼고 있는 책을 굳이 읽지 않더라도 말이다.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물론 훨씬 덜 긴장하고 읽을 수 있다. 어떤 설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긴장감이 완전히 가시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나와 어떻게 달리 읽었을까? 나는 잘못, 혹은 얕게 읽었던 것은 아닐까? 22호에서 텍스트로 삼고 있는 책 가운데는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먼저 온 미래》가 읽은 것들이다. 전은지가 읽은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물론 나보다 훨씬 깊게 읽었지만, 나의 감상과는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오치민이 읽은 《먼저 온 미래》는 나와는 꽤 달리 읽었다. 어느 쪽이 더 관심이 가느냐면... 후자다. 알파고의 충격을 이야기하는 데 일부, 그것도 매우 선택된 사람들에 한정했다는 것이 오치민의 비판에서 가장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래도 AI의 충격을 맨 처음 맞닥뜨린 바둑계의 이야기가 보편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전문가가 보기에는 그 사이에 논리의 비약이 보였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내 생각을 크게 바꿀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흥미롭다. 더 흥미롭게 읽은 글은 유정훈이 쓴 <논픽션과 소설 사이, 자유와 예속 사이>다. 우일연의 《주인 노예 남편 아내》라는 논픽션에 대한 서평이다. 이 책은 읽겠다고 마음을 먹어놓았으면서 미뤄지는 책이다. 아마도 이를 계기로 조만간 읽게 될 것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유의해야 할지에 대한 감이 잡힌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나는 소설 쪽으로 생각했었는데(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게 장르가 ‘논픽션’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유정훈은 그 경계가 아슬아슬하다고 평하고 있다. 논픽션이라면 갖추어야 할 몇 가지 자격을 채 갖추지 못했다고도 아쉬워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력적이고 의미 있는 책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 ... 그러니 읽게 될 것이다. 번역가 홍한별의 글을 읽는 것도 좋았다. 경험이 약간 겹친다. 그리고 염려도 겹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경험, 염려가 아닐까 싶다. 이런 책(잡지라 해야 하나?),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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