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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갓 입사했을 때다. 맡은 일에 대한 문서작성을 하게 되면 대부분 선배들이 과거에 작성했던 유사한 문서들을 참고하곤 했다. 그렇게 작성한 문서를 들고 결재를 맡기 위해 부장님에게 가면 둘 중 하나였다. 마음에 드는 문서는 아무 말 없이 사인을 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기본적인 것부터 묻곤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작성한 문서가 품의서였다면 문서의 내용은 제쳐놓고 우선 품의라는 단어의 뜻을, 기안서였다면 기안이라는 단어의 뜻을 물었다. 그리고 답이 만족스럽지 않다 싶으면 국어사전을 찾아보라고 했다. 당시에는 성가신 일이기도 했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기본을 다지는 가장 효과적인 OJT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말의 대부분은 한자에서 온 말이다. 그래서 한자의 뜻을 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쓸 수 있는 기본바탕이 될 수도 있다. 지금도 간혹 어떤 단어를 쓰게 될 때 그 단어가 상황에 맞는 가장 적당한 말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생긴다. 수십 년을 사용해 온 말임에도 그저 대충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이지 싶다.
이 책 [언 다르고 어 다르다]는 낱말 공부 책이다. 쉽게 말하면 ‘언어(言語)’라는 낱말을 구성하고 있는 언(言)과 어(語)는 다 ‘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즉 언과 어가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는 식이다.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말들의 정확한 속뜻을 알고 사용하기보다는, 그저 생각나는 대로 혹은 경험이나 습관에 의해 사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을 의미소 단위로 쪼개어 살펴보면 낱말이 가지고 있는 본뜻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우리는 올바른 말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게 되기도 한다. 품의라는 말과 기안이라는 말이 어떤 속뜻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됨으로써 보다 정확한 문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어떤 낱말을 의미소 단위로 쪼개어 들여다보는 공부법을 이 책의 저자는 인수분해 학습법이라 부른다. 이렇게 공부함으로써 우리는 적확한 표현과 정밀한 문장을 사용하게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파트마다 4개씩의 표제어를 중심으로 그로부터 파생된 69개의 의미소에 딸린 낱말과 표현을 살펴보고 있다. 그런 의미소들의 사용법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는 참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부터 든다. 또한 중간중간 구사하는 언어유희와 말장난은 딱딱하기만 한 책읽기 도중 잠시 쉬어가라는 듯 웃음이 나오게 만들기도 한다. 당연히 저자의 이력이 궁금해진다. 출판사에서 편집자 생활을 거쳐 한국출판인협회 부설기관에서 교정교열과정 책임교수를 맡고 있다는 소개에 ‘아, 그러면 그렇지’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말의 역사를 읽으면서는 단순히 국어사전과 자전을 통해 알기가 어렵다는데 생각이 미치기도 한다. 적확한 표현과 정밀한 문장은 그만큼 남다른 공부가 있어서 가능하리란 생각에 나의 말과 문장을 돌아보기도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낱말들을 읽어가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낱말의 유사 의미소가 이렇게 많은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각각의 의미소와 그 의미소에 딸린 낱말과 표현들을 종종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책 제목으로도 사용된 ‘말’이라는 의미를 가진 글자만 보아도 언(言)과 어(語)를 비롯하여 설(說), 사(辭), 사(詞), 담(談), 화(話), 변(辯), 론(論)이 있고, ‘집’을 뜻하는 말인 가(家)와 옥(屋)에서 파생된 어휘소들로는 택(宅), 당(堂), 원(院), 각(閣), 호(戶), 저(邸), 사(舍), 관(館), 소(所)가 있는 것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이것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정확하게 쓰기 위해 항상 사전과 자전을 옆에 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사전과 자전을 늘 책상위에 올려놓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들을 마지막으로 들춰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만큼 내가 사용하는 낱말과 표현의 수가 한정되어 있고, 그것은 정확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런지..
저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낱말과 표현의 수가 적어졌다는 것은 생각이 단순해지고 그만큼 감정이 뭉툭해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언어능력과 사유능력은 인간 삶의 질을 좌우한다며,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느낌을 동반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의미나 느낌 없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하긴 비련(悲戀)과 애련(哀戀)의 차이를 알고, 애인(愛人)과 연인(戀人), 무지(無知)와 무식(無識)을 구별할 수 있다면 그만큼 표현의 정밀성은 높아질 것이고, 그런 표현을 하기 위한 사유의 폭 또한 넓어질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우리말과 글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이 책에서 소개한 16개의 표제어 이외에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낱말에 대한 소개, 그리고 한자어가 아닌 순 우리말의 경우도 비슷한 의미소를 가진 말들이 많을텐데 그 말들에 대한 소개를 하는 책들도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책을 읽고서 책장을 보니 언제 구매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오덕 선생이 쓴 [우리글 바로쓰기]란 책 5권이 나란히 꽂혀 있다. 이제 그 책들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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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훈련병 시절, 숙영과 야영을 재미없는 일과 재밌는 일로 구분한 조교가 생각나서 사전에서 찾아봤다. 숙영宿營: 군대가 훈련이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하여 병영 밖에서 머물러 지내는 일 야영野營: (1) 군대가 일정한 지역에 임시로 주둔하면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시설들을 갖추어 놓은 곳. 또는 거기서 하는 생활. (2) 휴양이나 훈련을 목적으로 야외에 천막을 쳐 놓고 하는 생활. 숙영은 잘 숙宿이고 야영은 들 야野이며 둘 다 경영할 영營이다. 잘 숙宿은 알고 있었지만 밤 야夜로 착각하고 있었고 경영할 영營은 사전을 찾아보고 알았다. 모르는 영어 단어는 잘 찾아보는 편인데, 우리말은 대충 의미를 아는 정도로 만족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는 사전도 더 찾아보고 낱말들을 의미소로 분해하여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게 될 것 같다. 책에 일본 사람들이 서양어를 번역하면서 만들어진 낱말들도 소개되는데, 숙영이나 야영도 그런 류의 낱말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낱말 모두 캠핑camping이라는 말을 번역한 것이 아닐까 싶다. 캠프camp라는 말에 군대 막사라는 뜻이 있는 걸 보면 그렇다. 그렇다면 숙영이나 야영이나 둘 다 재미없는 일을 뜻하는 낱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재미로 밖에 텐트를 치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기 시작하면서 야영이라는 말의 의미가 더 확장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저자가 낱말이나 표현의 의미를 분석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저자는 글자들의 유래를 통해 낱말의 뜻을 풀고 낱말의 용례를 통해서 낱말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밝힌다. 글자들의 유래야 한자 연구서들을 참고했다 치더라도 낱말의 용례로부터 뉘앙스를 밝혀내는 작업은 놀라울 따름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표현에서 낱말을 하나 바꾸고 나면 이상하게 느껴지는데, 왜 어색한지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그러한 사례들을 통해서 낱말이 품고 있는 미묘한 뜻을 드러낸다. 책을 읽다가 보면 무심코 써온 표현들의 섬세한 의미를 알게 된다. 그런 걸 보면, 잘못 알고 있는 있는 표현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16개의 표제어를 중심으로 69개의 의미소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낱말과 표현을 제시한다. 사전처럼 구성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여러 가지 낱말과 표현의 뜻을 밝히는 책이면서도 하나의 글처럼 쭉 읽을 수 있게 쓰인 것은 장점이다. 낱말 공부를 위한 책이지만, 억지로 낱말을 외워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재밌는 글을 쭉 읽어 나가다 보면 많은 것을 알도록 쓰였다. 구성을 보면, 각 표제어별로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의미소를 중심으로 낱말들과 표현들을 쭉 제시한 다음 마지막에는 해당 표제어와 관련하여 소개된 낱말들을 한꺼번에 정리하여 보여준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재밌게 읽었고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까 여러 번 생각했다. 저자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져서 검색해 보았는데,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품절이나 절판 상태라서 아쉬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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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이 퇴화하고 있지 않냐는 책 소개 말에 가슴이 뜨끔하여 얼른 책을 구매하였다. 말을 함에 있어 어휘가 갈수록 빈약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방을 세워놓고 말을 하는데 적확한 단어와 표현을 끄집어 내는데 갈수록 시간이 걸렸다. 어휘력은 곧 사고력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로 유명한 김철호는 작가들에게 조차 존경을 받는 작가이다. 이 책 도입부에 보면 시오노 나나미가 말한 사고력과 표현력의 관계가 나온다. 사고력과 표현력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으며 서로 순환되는 관계이다. 사고력이 낳아지면 표현력이 풍부해지며 이 표현력은 다시 사고력을 신장시킨다. 또한 표현은 결국 '적확함'이 더 중요하다. 적확함을 키우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고 말공부가 필수이다. 이 책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선생님과 제자가 함께, 글을 쓰는 사람들이 함께 보면 더 좋을 책이다. 올해의 책으로 단연 추천하고 싶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동시에 정확한 우리말 사용은 얼마나 어려운 것이지 알게 되는 독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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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어휘에 관한 책이다. 단어를 좀 더 폭 넓게 알고 싶으며, 구분이 다소 애매하거나 모호한 단어의 뜻을 알고자 할 때, 좋은 교본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실제로 우리가 쓰는 여러 단어 중 제대로 의미를 알고 쓰는 단어는 많지 않다. 어디서 들어 맥락을 통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상가상으로 일제 치하 지배를 받으면서 일본식 한자가 지나치게 많이 스며들어 있다. 꼭, 일본의 것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전문직과 관련된 용어들과 현재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명이 일제시대에 번역된 한자들로 쓰인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쓸 필요가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것들이 무조건 잘 못 됐다는 것이 아니라 번역되는 과정에서 야기된 여러 배경과 기존에 있었던 뜻과 혼동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책은 이에 대해 나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글쓰기 혹은 번역의 대가인 안정효 선생이 쓴 '글쓰기 만보'라는 책을 읽어 봤다면, 뼈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안 선생의 책은 글 쓰는데 필요한 부분을 다소 지나치게 늘어트려 기술된 부분이 없지 않다. 물론, 정갈한 글쓰기를 하는데 교본으로 삼기에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지만, 장황한 부분이 없지 않다. 대개 글쓰기에 대한 책은 지루하기 쉽상인 만큼, '글쓰기 만보'도 이를 피해가진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서적에서는 단어의 유례와 의미에 대해 집중하고 있어 크게 지루할 틈이 많지 않다. 한자와 한글까지 더해 국어는 상당히 많은 어휘를 자랑하고 있다. 비단 외래어와 어설프게 영어로 쓰는 단어를 제외하고도 방대한 단어 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우리가 기본적으로 쓰는 단어는 가급적 뜻을 확실하게 알고 구사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주제 별로 어휘를 묶어 설명하고 있으며, 관련어까지 적지 않은 단어를 열거하고 있다. 단순하게 단어의 차이와 유례 뿐만 아니라 책의 제목처럼 언과 어의 구분과 같은 우리가 공공연하게 쓰는 단어의 오용 사례도 꼬집고 있다. 이를 테면, 아동복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교복, 제복 등 다 똑같은 형태의 옷을 입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강조했듯이 대인배라는 말도 틀린 말이다. 배는 한자로 좋지 않은 무리로 써야 한다. 소인배, 간신배가 대표적이며, 선배와 후배라는 단어도 일찌감치 틀림을 모르지 않았다. 알고 있는 바가 많지 않아 책을 통해 알아간 것이 더 많을 정도로 상당한 양의 어법을 담고 있으며, 단어의 바른 사용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을 보면 따분할 수도 있으나, 어휘에 관심이 있고 더 나아가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면 필히 읽길 권한다. blog.naver.com/seung4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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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다르고 어 다르다는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서 구입을 했습니다. 우리말 속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한자어의 미묘한 어감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유사어 사이의 미묘한 차이란 순수한 우리말에서도 알쏭달쏭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한자어의 경우 관념적으로 배운 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읽으면서 이런 뜻이 숨어있었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언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제목도 여기에서 따라 나온 모양입니다. 구어 바탕의 말을 '언'이라 하고 문어 바탕의 말을 '어'라 하여 둘을 합해서 언어인 셈이지요. 단어의 기원과 유래를 알면서 그 단어의 어감이 조금 더 분명해진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책은 유사어를 묶어서 대조하고 시대별로 어감이 달라진 부분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며 한자어 하나의 사용처를 알려줍니다. 눈술을 배우는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두루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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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아시나요? 아직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책이 있어요. <언 다르고 어 다르다>는 슬기로운 낱말 공부책이에요. 일단 공부라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읽어보세요. 고구마 줄기 캐듯이 주렁주렁 우리말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처음엔 저자를 몰라봤는데, "한국어 공부의 바이블『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시리즈 이후 십년 공부의 결실!"이라는 문구를 보고서야 알아차렸네요. 그분이셨군요. 어쩐지 첫 장부터 남다르더군요. "사람의 이름이든 사물의 이름이든, 모든 말에는 역사가 있다. '말의 역사'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일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강력한 방법이 된다." (11p) '의미소'는 가장 작은 의미 단위예요. 여기서 '소(素)'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더 잘게 나눌 수 없는 가장 작은 단위를 가리키는 데 쓰는 말이래요. 기계로 치면 단어는 완성품이고 의미소는 부품인 거죠. 일본사람들이 'word'를 '단어'로 번역했는데, 토박이말로 옮기면 '낱말'이에요. 영어에서 'beer'는 의미소 하나로 된 낱말이아서 더 쪼갤 수 없지만 '맥주'는 '맥' 麥 과 '주' 酒 라는 두 의미소를 나눌 수 있어요. 낱말을 의미소로 쪼개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재미가 있어요. 저자의 말처럼 낱말의 뜻을 제대로 알게 되니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양말'을 '양+말'로 가르는 순간 '서양 버선'이 되고, '참외'를 '참+외'로 쪼개면 '좋은 오이'가 튀어나와요. 이렇듯 낱말을 의미소 단위로 쪼개서 들여다보는 공부 방법을, 저자는 '인수분해 학습법'이라 부른대요. 청소년기에 이런 학습법으로 공부하면 엉뚱한 오해를 하는 일이 없을 거예요. 이를테면 무협지를 읽으면서 '발군'을 '손양'의 남자친구쯤으로 여기거나 소설을 읽다가 '고지식한 사람'을 지식이 높은 사람'으로 새기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겠죠. 실제로 티브이 방송을 보다가 놀란 적이 있어요. '고지식'을 지식이 높다는 걸로 해석하더라고요. 설마 진짜 우리말 실력은 아니겠죠? 이 책은 크게 4가지 주제로 나누어 있어요. 몸, 마음과 생각, 모둠살이, 자연. 각 주제별로 낱말을 쪼개고 합쳐가며 그 의미를 설명해주고 있어요. 69개 의미소에 딸린 낱말과 표현 3,000여 가지를 새롭게 만날 수 있어요. 줄줄이 알사탕 마냥 하나씩 까먹는 재미라고 해야 할까요. 서로 관계가 있는 낱말들을 한데 묶어놓고 들여다보니 우리말이 가진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네요. 중요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 말공부를 하면 할수록 말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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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다이어리를 정리한다. 지난 기록들을 살펴보면서 다음 해를 맞이하기 위함이다. 매 해 통장 잔고도 아닌데 이월시켜야 하는 내용들을 보면 대부분 읽고싶었지만 읽지 못했던 책을 기록해 놓은 항목들이다. 해마다 목록이 늘어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이나 그럼에도 목록 작성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그것 자체로 내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올해 읽고싶은 책 목록에는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가 있었다. 동일 저자의 책을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내내 뽑아들지 않은 책에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신간이 나와 구입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혼용해왔던 의미소들의 다른 쓰임이나 유래에 대한 흥미, 모든 낱말들을 인수분해 학습법으로 접근해 파헤쳐보고싶은 욕구, 그럼에도 저자의 지식에 반의반도 못 미칠 것 같은 아쉬움을 모두 느꼈다. 언 다르고 어 다르지만, 언 다르고 어 다름을 인지하게 된다해도 그 다름을 알아주는 이가 주변에 없다면 대충 얼버무려 쓰게 될 것이다. 여전히 메신저에서는 말도 안되는 단어들을 사용하며 재미있게, 그리고 무겁지 않게 의미만 전달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갈지도 모르고. 그러나 지적 허영심이 채워지는 기분, 머리가 뻐근해지는 듯한 쾌감에 학습서처럼 여러번 읽어볼 요량이다. 그러면 머지 않아 적확한 표현들로 고상한 언어생활을 하게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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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말을 풍요롭게, 더 나아가 나를 풍요롭게 해 줄 책을 만났다. '언 다르고 어 다르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의미소에 대한 설명으로 나를 '확' 끌어당겼다. 낱말을 의미소 단위로 쪼개면 모든 말이 훨씬 잘 이해된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철호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시작하여 우리에게 차근차근 말공부를 시켜주고 있다. 친절한 이야기와 더불어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 그리고 아주 전문적인 설명까지 의미소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살필 수 있도록 해 준다.
특별히 어떤 사람에게 추천한다기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한국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인생 사전이 하나 추가되었다. 부지런히 읽고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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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거나 말을 하다보면 표현에 한계가 올 때가 자주 있다. 좀 더 그럴듯한 말로 멋드러지게 표현하고 싶지만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한계에 종종 부딪히곤 한다. 중국의 영향으로 한자어가 많은 우리나라는 같은 뜻일지라도 그 의미가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제대로 알고 적확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들었다.
이 책은 우리가 하는 말들을 69개의 의미소로 분해하여 그 의미를 살펴보고 딸린 낱말과 표현 약 3000여개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읽어내려가다 보면 말의 향연이라고 느껴질만큼 상당히 많은 수의 단어와 한자어들이 나온다.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어들을 한 자, 한 자 나누어 그 의미를 살펴보는 것 부터가 생소하지만 새롭고 또 신기하기까지 하다. 평상시 아무 생각없이 써 왔던 말들도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도 있었고, 또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어 한 번 읽은 것으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말과 단어들을 바라보는데 있어 조금은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우리말에 한자어는 정말 빼놓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 많은 한자어들이 없어진다면 과연 의미의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책에서 얘기하는 주제어 관련 표현만 제대로 알아놓아도 웬만한 문장과 생각들이 이전보다 훨씬 정밀해지고 표현 역시 풍부해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연관 표현들로의 확장을 통해 사고력과 더불어 상상력도 확장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독서의 효과를 맛볼 수 있어 좋았다.
분명 책 제목을 보면 국어시간 같지만 읽다보면 한자는 물론이고 역사, 지리, 화학, 수학, 영어 등 여러 과목의 시간이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무엇이든 용어와 개념은 단어로 표현되는데, 그 표현을 자세히 뜯어보고 분해하다보면 의미와 본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결국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시되어 왔던 것들도 왜 그런지 그리고 늘 봐 왔던 것들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관찰력이 필요하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해야 하는 말의 네트워크를 간접경험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겉으로 보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게 나눈 의미소로 되돌아가면 그 근원이 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딱딱할 것 같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은 재미있는 책이다. 일상에서 보고 듣게 되는 여러 유사어들의 의미차이까지 확인하게 된 이번 책은 무한한 말의 세계에서 한바탕 놀아본 유쾌한 시간이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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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구입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내용이 정말 좋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다. 늘 당연했던 우리말에 대해 되돌아 볼 기회를 준 책. 읽으면서 놀랍기도 하고 신기했던 부분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우리말이 더 소중해졌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책이 될 듯 싶다. 언어에 관심이 없더라도 읽다보면 여러 번 읽을수록 더욱 우러나는 좋은 책. 조만간 지인들에게 선물해주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