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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처음부터 독자를 단숨에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이토록 선명한 세계”라는 천선란 작가의 추천사처럼, 읽는 내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등장인물도 많고 생소한 개념도 여럿 등장하는데도 탄탄한 구조 덕분에 도시의 질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정말 푹 빠져들어 읽은 sf 소설이었다! 소설은 환경 오염으로 인해 인간에게 뿔이 자라기 시작한 미래를 배경으로, ‘각인’과 ‘면역인’, ‘공중도시’와 ‘지상’이 대립하는 도시를 그린다. 이 기묘한 설정은 계급과 차별, 생존의 문제로 확장되며 설득력 있는 디스토피아를 만들어낸다. 계급화된 도시, 인물들이 겪는 생계의 불안과 불평등, 나와 다른 사람을 혐오하고 배제하는 장면들은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떠올리게 했다. 촘촘한 세계관과 더불어 작품이 품고 있는 조용한 온기가 좋았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직접 말하지 않아도 인물들 사이의 작은 배려와 연대의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따뜻해지게 만들었다. 돌봄은 거창한 희생이 아니라 서로의 고통을 조금 덜어주는 미세한 움직임이고, 결국에는 그런 작은 순간들이 우리의 삶을 지탱한다. 세상의 잔혹함 속에서도 다정함을 포기하지 않는 이야기에는 늘 마음이 약해지고 만다는 것을 또한번 깨닫는다. _ “하지만 그렇게 하나둘 자기를 숨기는 일이 결국, 다른 각인들의 삶을 지우는 출발점이 되기도 해.” (p. 148) “그래서 지금 내가 지키고 싶은 건, 이 땅보다 거기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들이야.” (p. 309) “뭐랄까 나는... 필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여기에 남겨질 그늘의 모습을 자꾸 생각하게 돼. 남겨진 집들, 남겨진 사람들. 내가 그렇게 남겨진 인간이었으니까.” (p. 311) “그늘의 시간은 그늘대로 계속해서 흐를 거야. 여기의 사람들과 변함없이. 그게 어떤 모양이든. (...) 그 흔적을 지니고 살아갈 사람들도 있다고. 우리가 때마다 머리의 뿔을 잘라도 그 뿌리까지 뽑아낼 수 없는 것처럼.” (p. 34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각의도시 #연여름장편소설 #각의도시_서평단 #문학과지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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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의도시 #연여름 #문학과지성사 #SF소설 #소설추천 #문학과지성사50주년50권읽기 산산이 조각난 세계에서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 연여름 작가님의 소설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각의 도시》속 세계관은 낯설고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도 멀지 않은 미래에 이런 모습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작가님의 작품에 빠져들었다. 보이지 않는 계급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처럼 《각의 도시》에는 공중도시라는 새로운 세상을 지탱하고 도시를 순환하게 하는 근원 속에서 흑각을 가진 각인과 면역인 사이의 상하관계가 존재했다. 그늘에서 태어나 그늘에서 자라온 시진은 고정수입 없이 본사에서 지급하는 페이로 살아간다. 하지만 너무나 작은 페이에 기대어 살기에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야생 흑각을 불법 채취해 납품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시진의 친한 친구이자 면역인인 제레미는 공중도시로 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시진은 그것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행방불명된 누나 유진의 소식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언젠가 돌아오리라는 시진의 기다림과는 다르게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린 지금도 여전히 누나의 소식을 기다리는 시진. 자신의 친구가 각인 혐오자에게 살해당하게 되면서 시진은 친구가 죽게 된 원인을 밝히기 노력한다. 시진이 찾아 헤매는 속에서 다른 범죄들이 발생하게 되자 시민 안전을 핑계로 흑각 수급을 통제하기 시작하는 본사. 흑각이 없다면 각인들은 더 많은 고통에 시달려야 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시진과 데인 그리고 라티오는 산산이 조각난 세계에서 진정한 모험은 소중한 이들을 지키는 것임을 깨달으면서 암흑 속에 갇혀 있던 비밀들을 하나씩 파헤쳐 나갈 수 있을까. 🏷️ “뿔은 뿔일 뿐이야. 자르면 다시 자라는 게 이치고, 잘라낸 뿔은 세공해서 손가락에 끼우거나 나팔로 만들거나 잘게 조각 내 모자이크를 만들거나, 뭘 하든지 자기 마음이지. 아니면 평생 고집스럽게 자르지 않거나. 각인에게 뿔은 삶이고 몸이면서 놀이인 동시에 시간이거든. 공중은 그 순환에 흑각을 끼워 넣어 자기들 좋을 대로 뒤틀었을 뿐이야. 애초에 각인과 면역인은 서로의 비교항으로 존재한 게 아니니까. 탈라뎀에 대해서는 커터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여기엔 이견이 없을 거다.” p.313 🏷️ “내가 모르는 세상으로 이어지는 지평선을 보면서 오래 걸어보고 싶거든. 더는 걷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공중에서는 절대 못 이룰 일이지.”p.387 #책블로그 #북블로그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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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오염으로 머리에 뿔이 나기 시작한 각인과 그렇지 않은 면역인(비각인), 비각인을 위한 공중도시와 그 아래 각인들이 지내는 그늘도시, 뿔이 자라면서 겪는 고통을 줄여주는 흑각, 각인임을 숨기려는 이들의 뿔을 잘라주는 커터, 각인과 흑각이라는 약점을 도시유지를 위해 이용하는 라뎀 본사. 인간 차별과 무서운 치사율의 바이러스로 흉흉해진 도시를 떠나는 이들, 포르틴이라 도시에서 평등과 안정이라는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지만 라뎀에 남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주인공 시진. 미래 도시의 이야기를 탄탄한 구성으로 흥미롭게 써 내려간 연여름 작가의 장편소설 <각의 도시>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답니다. 소설 속 허상의 미래 도시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p196 “원래 한번 비어버린 자리는,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금방 허물어지고 마는 거야.“ ✔️ p220 그늘을 함께 견뎌오던 이들은 결국 어디론가 모두 떠난다고. 가까운 곳으로 먼 곳으로든,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든. 그래서 마침내 모두 기억이라는 형태로만 남고 만다고. 그런 그늘은 결국 나에게 무엇일까. ✔️ p351 진짜가 될 수 없는 말이란 지나치게 가볍거나 무겁거나 둘 중 하나다. 어느 무게도 다루기 까다롭기에는 마찬가지였다. ✔️ p457 <작가의 말> 주권과 정체성을 빼앗긴 도시에서 방향을 찾고자 헤매고 고민하는 소년은 여기에도 있지만, 그 행보가 ‘부재함‘보다는 ’존재함‘으로 ’사라짐‘보다는 ’드러남‘쪽으로 향하기를 바라며 쓴 글이다. 현재 우리의 모습을 조금씩 거울에 비춰보기도 하면서. 📚도서제공_문학과지성사 (@moonji_books) #각의도시 #연여름 #연여름장편소설#장편소설추천 #문학과지성사_한국문학팀 #문학과지정사 #각의도시_서평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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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 미래, 토양오염으로 머리에 뿔이 나기 시작한 각인과 뿔이 나지 않는 비각인(면역인)이 공존하는 라뎀이라는 도시가 있다. 도시는 비각인을 위한 공중도시를 만들었고, 공중도시 바로 아래 그늘은 각인들을 위한 구역이 되었고 빛도 들어오지 않은 그곳은 할렘이 되었다. 흑각은 뿔이 자라면서 느끼는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 역할을 하는데 라뎀은 야생에서 자라는 흑각을 각인들이 채취하지 못하고 하고 자신들이 인공 재배한 흑각을 비싼 값에 판다. 도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인구가 필요하기에 라뎀에게 각인들의 존재는 필수적이지만 라뎀 본사는 그들의 약점마저도 이용해 이윤을 얻는다. 남매지만 각인인 누나 유진은 실종된 지 오래됐고, 면역인인 시진은 야생 흑각을 몰래 채취해 로드라는 중개업자에게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라뎀에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늘 구역의 가장 핵심인 코어에서 알 수 없는 악취가 풍기고, 의문의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죽고, 흑각의 값은 치솟고, 보안국 인원이 강화되는 등 결국 공중도시는 폐쇄되는 등 심상치 않은 라뎀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시진은 그 전말을 파헤치며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연여름 작가님의 SF장편 소설인 <각의 도시>는 차별과 혐오가 가득한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세상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시진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라뎀은 시진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많이 남긴 곳이면서 그의 추억과 기억이 고스란히 남겨진 곳이다. 이곳을 떠나는 것만이 정답일까. 책을 읽으며 시진이 라뎀을 떠나 다시 찾은 누나와 함께 포르틴에서 살기를 바랐으나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시진의 결정에 수긍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남는 사람들도 있다. 시진은 남는 사람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편에 섰다. 고통과 불행의 상징이던 뿔이 손전등처럼 만인에게 빛을 내어주는 이미지로의 환원되는 그 과정 속에 시진은 있고 싶었다. 당당하게. 큐브를 맞추듯, 단서들을 하나씩 주워가며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된다.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는 탄탄한 스토리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주권과 정체성을 빼앗긴 도시에서 방향을 찾고자 헤매고 고민하는 소년은 여기에도 있지만, 그 행보가 '부재함'보다는 '존재함'으로 사라짐'보다는 '드러남' 쪽으로 향하기를 바라며 쓴 글이다. 현재 우리의 모습을 조금씩 거울에 비취보기도 하면서. (작가의 말) #각의도시 #연여름 #문학과지성사 #각의도시_서평단 #연여름장편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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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읽고 작가의 이름이 마음에 새겨지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부적격자의 차트]의 연여름 작가 역시 그랬다. 가상의 세계를 이야기하면서도 어쩐지 낯설지 않은, 담담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주는 문체에 쏙 빠졌었던 것 같다. 기대감으로 이번 책을 들었다. 지난번 보다 훨씬 더 광활하면서도 체계적인 배경과 탄탄한 구성에 초반부터 몰입하여 읽기 시작했다. 먼 훗 날, 극심한 토양 오염이 휘몰아친 후 뿔이 자라는 인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뿔은 타인에게 어떠한 피해도 없고, 전염성도 없음이 확인된 후 그렇게 각인(角人)과 비각인이 함께 사는 세상이 도래한다. 각인은 뿔이 자랄 때 극심한 통증을 겪게 되고 야생 사망에서 자라는 흑각을 섭취하면 그나마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각인에게 흑각은 필수품이 되지만 공중도시 라뎀에서는 흑각의 불법 채취를 금지하며 공중도시의 흑각만을 유통하려 한다. 태어날 때부터 지상 그늘에서 자라온 '시진'은 비각인으로 면역인이지만, 각인인 누나 '유진'의 고통을 보며 자라왔기에 누나를 위해 그늘에서 야생 흑각을 불법으로 채취하며 근근히 살아간다. 각인과 비각인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누나 유진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지도 7년. 절친했던 친구 '베르트' 마저 각인 혐오자에게 살해당한 소식을 들은 시진은 베르트의 행적을 뒤쫓게 된다. 차별과 혐오, 계급이 나뉜 사회에서도 끝끝내 지켜야만 하는 가치에 대해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다. 소설의 배경은 가상 현실, 혹은 도래하지 않은 먼 미래 이야기지만 연여름의 글이 낯설지 않은 건 언제나 '인간' 자체를 들여다 보기 때문 아닐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그 어떤 세계든 멸절되고 말 것이다. 연여름 작가의 이야기 속 주인공은 어쨌든 지켜낼 세상에 대한 의지가 있고 변화에 앞서 타인을 먼저 떠올릴 줄 아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메마른 내 상상력과, 상실을 거듭하는 내 인류애에 다정한 온기 한 방울 머금게 되는 글이랄까.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새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시진의 마음을 나는 알 것도 같았다. 어쩌면 누군가는 바보 같은 짓이고, 후회할 짓이며, 생산성이나 실용성이 전혀 없는 선택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 멈칫하는 마음에 깃든 이타심을 본다. 세상이 실용만으로 돌아갈 리가 있나. 그 바깥의 온기에 집중하고 싶다. 이 이야기처럼. 70. 샐은 늘 누군가의 사정이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였다. 처음엔 그저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경청이라는 외피를 두른 능동적 침묵이었다는 것을 시진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알 수 있었다. 74. 너는 나를 이해하는 게 아니야. 연민하는 거지. 115. 데인이 그토록 열정적으로 뿔을 연구한 이유는 다름 아닌 각인의 정체성을 더욱 깨끗이 부정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이 모순적이긴 했다. 두 번 다시 지상에 발 들이지 않고, 이 뿔을 그 어떤 타인에게도 드러내지 않으며, 그야말로 투명하게 천국의 천사로 지내려는 계획을 위해서였으니까. 148. 하지만 그렇게 하나둘 자기를 숨기는 일이 결국, 다른 각인들의 삶을 지우는 출발점이 되기도 해. 196. 원래 한번 비어버린 자리는,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금방 허물어지고 마는 거야. #연여름 #각의도시 #문학과지성사 @moonji_books #연여름장편소설 #각의도시_서평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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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 후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소설로 인류는 '뿔이 자라는 각인'과 그렇지 않은 면역인으로 나뉜다. 면역인들은 각인들에게 꼭 필요한 식물인 '흑각'을 독점해, 부와 권력을 가지게 된다. 각인들은 자신들의 뿔을 숨기고 면역인처럼 보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뿔을 자르며, 흑각을 섭취하며 통증을 줄이는데, 그 과정에서 수입의 대부분을 사용하게 되는 구조다. 즉 각인들만 착취되는 구조다. 불공평한 사회 구조, 도시의 흥망성쇠, 새로운 세력의 등장, 그 여러 사건 속에서 주인공은 힘없던 소년에서 뿌리를 가진 단단한 청년으로 성장하는 소설이다. + 속도감 있는 작품은 아니었으나 설정이 탄탄하고, 무엇보다 도시 라뎀에 대한 묘사가 자세해 읽는 내내 상상할 수 있었다. 영상화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게임으로 만들어지면 더 좋을 것 같은 스토리라인과 배경, 캐릭터들이었다. (유저가 직접 보안 요원들을 피해 사막에서 흑각을 채취하고, 심부름하고, 공중도시까지 나아가 진실을 밝히는...!) ※서평단으로 선정돼 문학과지성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설마." 전 세계적인 토양 오염 이후 이제껏 인류에게서 볼 수 없었던 뿔을 가진 이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도시마다 비율의 차이는 있으나 전체 인구의 절반은 각인이었고, 나머지는 면역인이라 불렀다. 각인은 뿔을 가진 인종이라고 멸시받았고, 아름다운 뿔을 노리는 커터의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 애써야 했다. 뿔이 자라거나 회복할 때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야 했는데,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흑각을 구해와야했다. 세계는 지상과 지하, 그리고 공중도시 라뎀으로 나뉘어 있었고, 자본가와 면역인을 위한 성역이 되어버린 라뎀이 도시 전체를 지배하고 통제했다. 라뎀은 재배부터 유통까지 엄격하게 관리한 흑각을 구매해 먹도록 했지만, 각인인 뱅커가 한 덩이에 40페이짜리 흑각을 고민 없이 집어 들어 살 수는 없었다. 결국 뿔이 자라는 고통은 각인과 그 가족이 감당해야 할 과제가 되어 버린다. 시진은 태어날 때부터 줄곧 빛이 들지 않는 그늘에서 자라왔다. 시진은 면역인으로 태어났지만, 가족 중 유일하게 누나는 '각인'이었다. 누나는 그로 인해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야 했고, 그래서 시진은 열 살 때부터 암석사막으로 나가 흑각을 구해와야만 했다. 엄마가 사고로 돌아가신 뒤 세상에 둘만 남게 된 남매는 서로를 누구보다 아꼈지만, 각인과 면역인이라는 차이에서 오는 거리는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 오해를 쌓았고, 결국 자신의 삶을 비관하던 유진이 행방불명되고 만 것이다. 시진은 포기하지 않고 누나를 찾으면서, 암석사막의 야생 흑각을 불법 채취해 납품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평범했던 시진의 일상은 이웃이자 친구였던 ‘베르트’가 각인 혐오자에게 살해를 당하면서 완전히 달라진다. 시진은 친구의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24시간 내내 햇볕이 들지 않는 위험한 지역 코어와 그늘을 넘나들며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산산이 조각난 세계에서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한 시진의 모험은 어떤 비밀들과 만나게 될까. 동시에 '결코 가는 일 따위 없을 것'이라 장담했던 공중도시의 밤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순간 시진은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시진은 꿈속에서 아주 생소한 장소에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대체로 익숙하거나 직접 가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시진은 거길 꿈의 입구라고 불렀다. 그러나 꿈이 흘러갈수록 일상에 없던 오류나 예외가 막무가내로 끼어들고 그때마다 새로운 당혹감과 충돌해야 했다... 지금이 딱 그런 기분이었다. p.390 위픽 시리즈 <2학기 한정 도서부>와 핀 시리즈 장르 <부적격자의 차트>로 만났던 연여름 작가의 신작이다. 2005년, 영국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서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를 본 작가는 마음속에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린다. 이 소녀가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을 방법은 없었을까? 작가는 그렇게 미술관에서 강물에 빠진 오필리아가 죽기 전에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보며 ‘마침내 세상을 구원하는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본격적인 작품 집필에 착수한 이후 장장 4년에 걸쳐 완성되었기에 탄탄하게 잘 직조된 서서가 만들어 졌다. 도시의 이름을 비롯해서 작품 여기저기에 셰익스피어의 희곡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안겨 준다. 주권과 정체성을 빼앗긴 도시에서 방향을 찾고자 분투하는 소년의 이야기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바라보는 현실의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세상은 결코 홀로 살아갈 수 없으니까. 누구도 배척당하거나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게 된다. 작가가 작품을 집필하면서 참고한 도서의 목록 대부분이 팔레스타인 사태를 다루고 있었다고 하는데, 매일같이 생사를 다투는 이들의 삶에 대해서 고스란히 이 작품에 담긴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부재함'보다는 '존재함'으로, '사라짐'보다는 '드러남' 쪽으로 향하기를 바라며 소년의 여정을 그렸다고 말한다. 소설 속에 그려진 참혹한 현실은 허구이지만 현실 속 그것에서 결코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어느 곳에는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매순간 무참히 죽어가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우리가 더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삶의 가치들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