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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미소가 세상을 삐딱하게 보게 된 것일까. 어쩌면 엄마 아빠가 멋대로 이혼하고 난 뒤부터인지도 모르겠다. 엄마 아빠는 미소에게 어른이 되면 알거라는 말만을 했다. 정말 그럴까. 어른이 되어도 모르는 것은 아주 많은데, 그리고 어른의 기준은 대체 뭘까? 나이만 먹었다고 다 어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엄마라도 아이 일기장을 마음대로 보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소한테는 일기장이 두권 있다. 하나는 선생님한테 검사 맞기 위한 것, 하나는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는 자신만의 비밀을 써두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이런 생각 못했다. 하긴 그때는 미소처럼 따로 일기를 써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검사 받기 위한 일기는 별로였다. 왜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일기를 쓰라고만 하지 않고 검사까지 하는 걸까.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빠졌다. 미소는 학교 다니는 것을 싫어했다.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없어서이기도 했을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미소는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상대가 없었다. 미소한테는 3학년 때 단짝이라고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아무 말도 없이 전학을 가 버렸다. 미소는 그때부터 친구는 사귀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5학년인 지금 조금 관심을 가진 아이가 있었다. 부반장인 현주로 피부가 희고 아는 것이 많았다. 현주가 공부 시간에 별똥별에 대한 말을 한 뒤로 미소는 우주에 대한 책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현주는 미소의 짝인 지영이와 친했다. 시간이 흐르고 미소의 짝은 상희가 되었다. 반에는 무리지어 다니는 아이들이 있고 혼자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다. 혼자 다니는 아이를 ‘홀어미’, ‘홀아비’라고 했다. 미소도 그렇고 상희도 ‘홀어미’라고 했다. 그런데 짝이 된 상희는 미소를 따라다녔다. 미소는 상희한테 책을 줄줄 읽을 수 있게 되면 같이 다니겠다고 말했다.
상희네 집은 통닭집을 했다. 상희네 아빠가 배달을 갔다가 사고가 나서 상희는 학교를 쉬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미소를 불러서 부반장 현주와 함께 상희네 집에 가 보라고 했다. 상희네 통닭집은 ‘샛별통닭’이었다. 상희는 가게 일을 돕고 있었다. 상희 엄마가 미소와 현주에게 상희와 친구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미소는 왠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집으로 가면서 현주는 상희 엄마의 말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미소는 삐딱하게 말했다. 미안해할 거 없고 천사표 같은 얼굴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소는 왜 자기 마음과 다른 말이 나올까 후회했다. 쉬는 날 엄마가 승식이와 미소를 아빠한테 데려다 줄 때 미소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아빠를 만났을 때는 아빠가 평범한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소 아빠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아빠는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꿈을 이룰 수는 없다는 말을 하며 미소와 승식이가 있어서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말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빠한테 꿈이 없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다. 미소가 알기 쉽게 잘 설명해줬더라면 좀 나았을 것이다. 아빠 엄마도 사람이라고 말이다.
학교에 상희가 왔다. 선생님이 책 읽을 사람 하고 말하자 상희가 읽겠다고 하고 잘 읽었다. 상희는 미소한테 이제 같이 다닐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미소는 친구가 아니고 그저 같이 다니는 사이일 뿐이라고 했다. 상희가 미소한테 자기 집에 가서 같이 숙제하자고 했다. 상희와 미소는 가게에서 숙제를 했다. 그러면서 상희는 가게 일을 도왔다. 어느 날은 배달 간 상희가 돌아오지 않아서 미소가 대신 배달을 했다. 상희가 엄마 아빠 일을 돕는 것을 보고 미소는 자신이 엄마 아빠한테 불평만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미소는 상희네 아빠가 나을 때까지 상희네 통닭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한번은 부잣집에 배달을 가니 지영이가 나왔다. 거기에 현주도 있었다. 지영이는 미소를 놀려주려고 통닭 배달을 시킨거였다. 미소는 지영이한테 지지 않고 맞섰다.
학교에서 남자아이가 상희의 등에 송충이를 붙여두었다. 상희는 깜짝 놀라서 미소한테 도와달라고 했다. 미소도 송충이를 싫어해서 도울 수 없었다. 그곳에 현주가 와서 상희 등에 붙은 송충이를 손으로 떼어주었다. 그리고 미소와 상희 손에 송충이를 올려주고는 무서운 게 아니라고 했다. 거기에 지영이가 와서 현주한테 더러운 송충이를 버리라고 말했다. 그 일 때문에 현주와 지영이 사이는 멀어지고 현주와 상희는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미소도 함께. 미소는 상희, 현주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괜찮았지만 혼자 다니는 지영이를 볼 때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미소는 상희와 현주 때문에 친구가 있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서로 비밀 이야기도 나눴다. 언제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에 돈을 잃어버린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 돈이 미소가 갖고 있는 돈과 같았다. 미소는 상희네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받은 돈이라고 말했다. 상희는 미소가 자기 엄마한테 돈 받는 것을 못 봤다고 했다. 현주가 말하는 것도 이상해 보였다. 미소는 상희와 현주한테 배신당했다고 생각했다.
여름방학 동안 미소는 집에서 책만 봤다. 상희가 전화해도 말을 듣기만 하고, 현주가 찾아왔을 때는 만나지 않았다. 마을 문고에서 책을 빌려가지고 오던 길에 지영이를 만났다. 지영이가 도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자 미소는 그 자리를 피했다.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미소는 수호산에 갔다. 여기는 ‘초원 초등학교 뒷산’으로 미소의 비밀 장소다. 미소가 아빠 나무라고 여기는 나뭇가지를 남자아이가 꺾었다. 미소는 거기에 있는 남자아이 셋과 싸웠다. 그곳에 전에 만난 아저씨가 나타났다. 그 아저씨는 예전에 나무에 목을 매달고 죽으려고 했는데 미소가 말렸다. 아저씨는 미소와 만나고 싶어서 수호산에 온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저씨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이기면 크고 단단한 나무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미소한테 해주었다. 그리고 미소도 그렇게 될 수 있을거라고 했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미소네 아빠가 학교 담에 그림을 그렸다. 바다와 숲, 우주, 놀이 동산으로 그림 안에는 미소와 승식이가 있었다. 아빠는 그 그림은 미소와 승식이한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방학이 끝나고 미소는 학교 가는 게 싫었지만 아빠 그림을 생각하고 갔다. 아이들은 미소 아빠가 학교 담에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알고는 미소를 다시 봤다. 현주가 미소한테 끝나고 교문에서 만나자고 쓴 쪽지를 주었다. 미소를 상희가 따라왔고, 교문 앞에는 현주와 지영이가 있었다. 지영이는 돈을 잃어버렸다고 한 아이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넷은 그것을 확인하러 갔다. 거짓말한 아이는 잘못했다고 했다. 미소는 앞으로 나쁜 짓 안 하면 용서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미소는 친구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은 것이 아닌 자신이 친구를 믿지 않은 거였다고 깨달았다. 미소는 여전히 아빠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기보다 평범한 아빠이기를 바랐다. 아빠의 꿈도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미소가 믿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사귀어서 잘됐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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