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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30년에 태어났으니 우리 나이로 벌써 여든이다. 그런데 젊은이 못지 않게, 아니 더 젊게 일하는 사람이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다.
돈을 적게 들였지만 나오자마자 미국을 달구고 있는 <그랜 토리노 Gran Torino>를 2008년에 만들었는데, 33년을 거슬러 올라가 1976년에 만든 <무법자 조시 웨일즈 The Outlaw Josey Wales>도 솜씨가 나온다.
싸움에서 진 쪽은 언제나 말이 없다. 그러니 이긴 쪽이 무엇이든 잘 했고 나았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진 남쪽 사람들한테 좋은 얘기가 나올 수가 없다. 오로지 북쪽 사람들만이 잘 했다고 글로든 영화로든 많이 나온다.
그런데 진 쪽도 할 말이 있다고 이 영화는 따진다. 비록 검둥이들을 종으로 부려 꾸중을 들었지만, 하는 일들이 모두 나빴다는 건 아니고, 북쪽 사람들도 나쁜 짓을 하며 살았다고 총잡이 조시 웨일즈의 삶을 바탕으로 보여준다.
2. 미주리주 산골에서 아내와 아들과 같이 땅을 일구며 살아가던 조시 웨일즈(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누가 총잡이가 되게 만들었을까? 피도 눈물도 없이 북쪽 사람들이면 총을 쏘아대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
아무리 땅을 파먹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제 피붙이가 하루 아침에 몸을 빼앗기고 죽거나 피지도 못한 채 어린 나이에 총에 맞아 죽는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를 아득바득 갈며 앙갚음을 하려고 덤빌 것이다.
아내의 몸을 억지로 빼앗고는 죽이고 아이마저 죽인 북쪽 사람들.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일 뿐이다. 같이 죽지 못하고 얼굴에 자국만 난 조시 웨일즈는 그날부터 날마다 총을 쏘아대며 앙갚음을 생각한다.
제 아내와 아이를 죽인 테릴(빌 맥키니) 무리가 북군과 짜고 노는 탓에, 조시 웨일즈는 곧 남군에 들어가 북군과 싸운다. 테릴을 찾으면 죽일 생각으로...
테릴은 조시가 저를 죽이려고 눈이 벌겋다는 말을 듣고는 거꾸로 조시를 죽이는 사람한테는 5,000달러를 주겠다고 알린다. 싸움은 북쪽이 이긴 탓에 남쪽 사람들도 돈이 없다. 그러니 같은 편으로 싸웠지만 이젠 조시를 죽여 돈을 벌겠다고 덤비는 사람들이 많다.
3. 같이 싸웠지만 저만 잘 살겠다고 남쪽 싸울무리를 북쪽 사람들한테 팔아먹은 플렛쳐(존 버논), 혼자 다니던 인디언이지만 영어를 하면서 양복을 입고 조시와 같이 다니는 늙은이 론 와티(칩댄 조지), 아무나 잡아서 돈을 빼앗고 반반한 계집은 코만치 무리한테 넘기는 코만체로들 때문에 죽을 뻔한 로라 리(손도라 로케)와 그 할머니 사라...이들이 조시와 얽혀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조시가 코만체로 무리로부터 목숨을 구해준 덕분에 로라는 "구름은 푸른 하늘이 꾸는 꿈이죠..." 하며 조시를 그윽한 눈길로 보므로, 피붙이를 잃고 괴로워하는 조시라 해도 로라를 받아들일 수밖에...
인디언 아가씨 달빛은 몸을 빼앗으려는 흰둥이 사내 둘을 해치워준 조시가 고마워 늘 따라다니지만, 나중에 야성을 되찾은 인디언 할배인 와티와 살을 섞는다. 할배와 어린 아가씨가 달밤에 해도 되나?
사내와 계집이 짝짓기 하는 모습은 그냥 살갗으로 나눴다. 흰둥이는 흰둥이끼리, 인디언은 인디언끼리... 보수적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넘을 수 없는 벽일까? 조시와 코만치 추장이 화끈하게 서로를 받아들이듯이, 끼리끼리 하는 나눔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을까?
4. 싸울 때는 마음이 풀어지면 안 된다. 그리고 말이 많으면 안 된다. 총잡이 영화나 싸움 영화를 보면, 늘 먼저 총을 겨누고 있다가도 이제 잡았다 싶어 잡힌 사람한테 나무라는 말을 하면서 틈을 보이다가 오히려 죽게 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나온다. 조시와 제이미가 같이 인디언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제이미가 아파서 누워있고 조시가 곁에 있는데, 몰래 총을 들고 나타난 사내 둘한테 잡힌다. 두 사내는 이제 상금만 받으면 되니 기쁘다. 그런데 이름난 조시를 잡았다는 생각에 기뻐서 제이미 말에 말려들어간 탓에 거꾸로 총을 맞는다.
산타 리오의 술집에서도 조시를 알아챈 다른 총잡이가 조시한테 맞서려 한다. 그런데 조시가 점잖게 타이른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나아..." 그 사내는 술집을 나간다. 그런데 곧 다시 들어온다. "마음이 바뀌었어" 돈이 더 생각났던 거다. 그런데 총솜씨나 갖추고 돈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가죽은 갖고 싶고, 범은 무섭고...이래서는 안되거든.
조지를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사람이 드문 산골에서 살 때는 수염을 깍은 반듯한 얼굴이더니, 총을 들고 앙갚음을 하러 다닐 때는 깎지 않아 덥수룩하다. <황야의 무법자>에 나오는 모습 그대로다. 게다가 씹는 담배를 입에 넣고 다니면서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아무 데나 침으로 찍 내뱉는다. 사내로서 반듯한 모양새는 아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이가 많으니 알 수 없는 노릇...
5. 2,900원이라는 값에 놀라 더 생각하지 않고 산 디브이디다. 화면이나 소리는 좋다. 잘 샀다 싶다. 그런데 보너스는 영 아니다. 디브이디 집에는 13가지 버전의 극장 예고편이 나온다고 했는데 어디 있담?
게다가 나오는 배우 소개와 만든 뒷 이야기는 모두 글로 나오는데, 이것도 우리말로 바꾸지 않았다. 배움터에서 제대로 공부한 사람만 화면에 나오는 영어를 읽으라고 해놓았다. 이 디브이디가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팔려고 만든 것이 맞는지...
물 마시러 나온 아이가 볼만 한 듯 곁에서 얼쩡거리는데 얼른 내쫓았다. 이 영화는 어른들만 봐야 한다. 총으로, 칼로 사람을 죽이고, 사내가 계집의 몸을 억지로 빼앗으려 하는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