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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소설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를 읽으며 자주 생각에 빠졌다. 다음 페이지 넘김으로 가야 하는데 문장에 단어들에 생각이 기울어져 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비가 오기도 하고 맑은 햇살이 방으로 침범해 들어오기도 한 봄날이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계절은 또 한 번 옷을 갈아입었다. 꽃이 확 피었다가 무더기로 지곤 했다. 비가 온 다음날 꽃들의 잔해는 나를 한숨짓게 만들었다. 꽃구경 가자는 말도 못했는데. 그깟 돈이 뭐라고 죽을 때 한 푼도 가져가지도 못할 그 돈이 뭐라고 우리는 어울려 놀러 가지도 못했는지 쓸쓸했다. 마음이 먼저였는데 살가운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 겨울의 새벽을 지나 여기 당신이 맞이하지 못한 봄이 왔다.
물어야 한다. 질문하는 자에게 우리는 대답해 줄 수 있다. 질문했기에 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질문하지 않는 공간엔 침묵만이 남았다. 침묵이 사람들을 죽였다. 배 안에서 나와라, 말하지 않았다.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명령과 외침이 필요한 시간에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과 침묵으로 시간을 버렸다. 책임을 다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청문회장에 나와서 뻔뻔하게 큰소리를 쳤다. 승진했고 고위 공무원이라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우리는 질문했고 그들은 또 침묵했다.
소소한 기쁨을 상처 입은 자들 곁으로 가서 함께 나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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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아무 문제없이 잘도 흘러간다. 지구가 도는 것을 시간이 간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세계 곳곳에서는 날마다 사람이 죽겠지. 그것뿐 아니라 세상에 태어나기도 하겠다. 세상에 온 아이 모두 부모가 반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낳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낳은 아이도 있겠지. 부모한테 사랑받지 못해도 그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나타나기를 바란다. 그게 꼭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닐지도. 그 아이를 따르고 좋아하는 동물도 괜찮겠다. 이상하게 난 무엇이든 다 가진 사람보다 무언가 모자란 사람을 더 생각한다. 내가 그 쪽이어서 그럴지도. 아니 부모가 있고 가진 게 많다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게 있겠지. 사람은 다 모자란 부분이 조금은 있을 거다. 살면서 그것을 채우려 하는 사람도 있고 끝내 채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 꼭 채워야만 할까. 비어 있으면 비어 있는대로 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렇게 말해도 나도 가끔 헛헛함을 느끼고 어떻게 하면 그게 사라질까 생각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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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마지막까지 생존자를 구해낸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본, 끝내 구하지 못한 여학생의 눈동자. 그리고 그 아이의, "아저씨! 난 어떻게 해요?" 트라우마를 겪으며 조각처럼 사라진 기억속의, 또 다른 생존 남학생의 증언 "아저씨! 난 어떻게 해요?" 눈동자 수집가임을 자처하는 화자 주인공의 첫 단편부터, 모든 이야기는 슬프지만 따뜻하고,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애처럽다. 지인들께 필독을 권하련다. 선물을 드리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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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역설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워낙 요즘들은 "사람이 젤로 무섭다"고 하는 세상이니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는 감탄사처럼 보이지만 당위성을 가진 명제처럼 보인다. 꼭 그래야 한다는 그래야 사람일 수 있다는 식의 처절한 울부짐처럼 들린다. 김탁환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 문장이 정갈해서 읽기 시작했던 것 같았는데 흡입력도 있었다. 그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밀림무정을 구매했을 때 우연히 타임스퀘어 교보에서 사인회도 있어서 사인도 받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는 무슨 의리도 아닌 것이 신간이 나오면 꼭 보게 된다. 세월호 사건이후 김탁환 작가는 정말 많이 변했다. 작품을 쓰는 주제, 사건, 배경, 인물이 다 세월호와 관련 되있다. 그의 삶도 세월호 생존자 혹은 유족인, 잠수사, 세월호 관련 사진전시회 사진사, 진상 규명위원회 등등 얽히고 섥히어서 꽁꽁 묶인 듯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중단편 7편이 세월호라는 사건을 전후로 다양한 관련자들의 삶이 진솔하지만 소설화 되어서 살아지고 있다. "큰 슬픔을 견디기 위해서 반드시 그만한 크기의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작음 기쁨 하나가 큰 슬픔을 견디게 합니다. -신영복-" 간판 다는 일을 하는 주인공은 눈동자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눈동자에 진실이 담겼다고 그 눈동자를 그리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다. 그는 세월호 생존자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탈출시킨 장본인이다. 그래서 그는 더 힘들다. 그들의 눈동자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동민이라는 사람은 10년 결혼기념 여행을 다리 부상으로 와이프만 보내고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는다. 그러다 그곳에서 아들의 여권에 출국 도장과 발권만 받길 원하는 아버지를 만난다. 그는 정후라는 아이가 세월호에서 희생되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모든 규정을 어기고 도장을 찍어준다. 그리고 그 아버지에게 이유를 물어본다. 왜 그렇게 도장을 찍는게 중요했지? "정후는 , 우리 정후는 이 나라를 떠난 겁니다.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고요. 입국 도장이 찍히기 전까진, 정후는 지구를 누비며 여행 중입니다. 나보다 훨씬 많은 곳을 걷고 보고 듣고 느낄 겁니다. 세계 여행 선배가 되는 셈입니다. "p.67 잠수사로 살다 세월호에서 처음으로 시신을 인양하는 작업을 하고 깊은 트라우마에 빠져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자살하려는 분의 이야기다. 그곳에서 구한 아이의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그분의 최후를 잘 보내드리고 자살하려다 산속의 움막에 살아있을 지도 모르는 스님을 구하려고 또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멋진 잠수사 이야기다. 생존자인 현진은 29살 세월호에서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쓴다. 10년동안 선생님댁에 가지 못하고 29살 선생님이 되어서 비로소 찾아간다. 29살에 가신 선생님을 올곧이 느끼기 위해서 아직도 세월호에서 손을 놓친 단짝을 잊지 못하고 그들이 생각날 때 정신을 잃고 쓰러지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생존자의 삶 아들을 수장하고 그간 도와준 변호사가 국회의원에 출마한다기에 그저 뭐라도 돕고자 원숭이 탈을 뒤집어 쓰고 돕는 어느 아버지의 이야기 세월호 아이들의 책상을 주제로 사진전시회를 열어 주게 된 사진작가의 이야기 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 위원회가 해체되고 서도 자비로 끝까지 조사하고자 하는 조사관의 이야기 생존자들의 심리상태가 걱정되고 그들을 돕기 위해 발로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 마지막은 김탁환 자신의 이야기 인 것 같다. 탁모독 작가가 그를 지칭하는 것 같은데 세월호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것 자체가 마치 그 속에 들어갔다 나온것 처럼 고통을 주는 그 아픔 책을 쓰지 못할 정도로 더이상은 한줄도 엮어가지 못할 것 같은 큰 고통, 그 고통은 " 큰 아픔을 견디고 무거운 슬픔을 넘어서려면, 그만큼 대단한 기쁨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하셨어요. 일상에서 나누는 소소한 기쁨으로도 충분하다고요. 그러니 대단한 걸 따로 찾지 말라고, '소소한 기쁨을 상처 입은 자들 곁으로 가서 함게 나누라'고 그러셨어요. " 하지만 우리들은 그들이 전염병인 것 인양 그 슬픔이 우리에게 덮칠까봐 가까이 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단지 세월호 사건 뿐이 아니라 어떤 큰 상실을 겪은 사람들을 잘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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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302 소설가 김탁환이 그린 ‘세월호 사람들’ ―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탁환 글 돌베개 펴냄, 2017.4.3. 13000원 소설을 쓰는 김탁환 님은 《거짓말이다》라는 소설책을 2016년 8월에 선보인 적 있습니다. 2017년 4월에는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돌베개 펴냄)를 새롭게 내놓습니다. 두 작품은 2014년 4월에 가라앉은 세월호라는 배와 얽힌 이야기를 다룹니다. 발목과 허리까지 물에 잠길 때도 계속 나만 올려다봤다. 나는 말하고 싶었다. 말해야만 했다. 그러나 끝내 말할 수 없었다. 내 눈물이 선내로 떨어져 그녀(여학생)의 눈에 닿았다. 그녀가 손등으로 눈을 훔쳤다. 나도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먹였다. 입술로 나가지 않은 말들이 송곳처럼 잇몸과 혀를 찔러댔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30∼31쪽) 소설책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는 세월호를 둘러싸고 응어리가 맺힌 사람들 이야기를 여러 자리에서 들려줍니다. 작가 눈으로, 사진가 눈으로, 잠수사 눈으로, 살아남아서 대학교에 간 뒤 교사가 되었다는 ‘먼 앞날’ 눈으로, 또 세월호하고는 아주 동떨어진 자리에서 딱히 걱정 없이 살다가 아주 뜻밖에 사고로 죽은 곁님을 둔 출입국관리소 직원 눈으로, 여기에 특조위 조사관 눈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펼칩니다. 소설이라지만 소설이 아닌 듯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소설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뚜렷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면, 2014년 4월에 세월호라는 배가 바다에 가라앉았습니다. 배가 바다에 가라앉기 앞서, 이 배에 탄 사람들은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마땅히 모두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이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배를 몬 사람이나 배를 둘러싼 행정이나 조치는 터무니없다고 할 만한 모습이었습니다. 물갈퀴가 물컹한 물체를 미는 순간 객실 안 전체가 움직였다. 헤드랜턴을 올려 갑작스런 움직임의 정체를 확인했다. 잠수사들이 찾고자 한 남학생들이었다. 스무 명이 넘는 학생들이 좁은 객실에서 어깨동무를 하거나 팔짱을 낀 채 한 몸처럼 뒤엉켜 있었다. 그의 물갈퀴가 그중 한 학생의 옆구리에 살짝 닿자 다른 학생들까지 모두 출렁인 것이다. (99쪽) 배가 가라앉고 나서, 또 배가 가라앉아 수많은 사람이 죽고 나서, 뒤늦게 온갖 잘잘못이 불거집니다. 바다에 띄울 만한 배가 아닌데 바다에 띄운 배라 했습니다. 구명조끼이며 선원이며 선장이며, 온갖 곳에서 말이 안 될 만한 뒷모습이 드러났어요. 부끄러운 민낯이랄까요, 그동안 한국 사회와 정치가 먹고살기 바쁘거나 힘들다는 핑계로 뒤로 밀쳐둔 속살이 환하게 드러났습니다. “우리 형수를 …… 어떻게 데리고 나왔는지 …… 말씀해 주세요. 이 늙은이, 마지막 소원입니다.” (114쪽) 가만히 있으란 지시가 그때부터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겨우 객실로 들어섰을 때 안내 방송이 나왔어요. 가만히 있으라. 지겹도록 반복해서 그 방송이 나오고 또 나왔어요. 가만히 있으라, 현재 위치를 이탈하지 말라, 움직이면 훨씬 위험해진다! (144쪽) 소설책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에는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하는 이야기가 곳곳에 살그마니 흐릅니다. 틀림없는 말입니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몸으로 겪지 않았으니 모르고, 마음으로 함께하려 하지 않으니 모르지요. 저는 이 소설책을 읽다가 마음속에서 거의 지웠다고 생각하던 어느 일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큰아이가 네 살 무렵이었는데, 어느 못가에서 저보다 세 살 위인 언니하고 노는데, 큰아이한테 세 살 위인 언니가 갑자기 큰아이를 뒤에서 밀어 못에 빠뜨렸습니다. 오십 미터 즈음 떨어진 데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깜짝 놀라 바람같이 달려가서 못에 뛰어들어 큰아이를 건졌지요. 허우적거리다가 살아난 아이는 한동안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작은 웅덩이만 보아도 무서워했습니다. 아이가 물에 발을 담그도록 하기까지, 또 아이가 바닷가에서 놀도록 하기까지 꽤 오래 더디 걸렸습니다. 재서를 1년 동안 저만 꼭꼭 품고 지냈어요. 이젠 우리 재서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면 해요. 꼭 함께 전시해 주세요. (229쪽) 소설을 쓰는 김탁환 님은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라는 책에서 굳이 잘잘못을 따지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아픈 사람과 아픔을 늘 안고 사는 사람과 아픔을 늘 안고 사는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을 다룹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 있으나 서로 아름답게 이어지는 사람이라고 하는 대목을 바라보려 합니다. 어느 모로 보자면 세월호 이야기를 어떻게 벌써 소설로 쓸 수 있느냐고 여길 수 있습니다. 다르게 보자면 세월호 이야기를 바로 요즈막에 더 일찍 소설로 쓸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세월호를 둘러싼 모든 속내와 참모습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이 카메라를 재서의 방에 그냥 놔두지 마세요. 사진을 찍지 않는 카메라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버려진 들과 같습니다. 재서 어머니가 지금부터 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세요. 셔터를 누를 때마다 재서의 눈으로 세상을 기록한다고 여기셔도 좋습니다.” (252쪽) 대통령을 끌어내리니 비로소 세월호를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끌어올린 세월호에서 아직 파묻힌 채 안 드러난 속살과 뒷모습을 낱낱이 파헤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끌어내릴’ 만한 짓을 하는 이들이 더는 대통령이나 공직자가 안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부디 아름다운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공직자가 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17.4.26.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