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갠적으로 표지가 꽉차게 인물로 설정하는 건 별로다. 왠지 자서전에나 그래야할 것 같은 고정관념(?)이 있다. 이 표지를 보며 작가구나...호섭이 머리스타일하며 누구 닮았는데...누구지, 누구지. 아하! 연기자 김명국 씨가 저런 안경을 쓰신다면...
<이책은> 서평 당첨 도서
<저자는>
<책읽은 소감>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 >취지 ---발췌 누구나 제목 정도는 알고 있으나 대개는 읽지 않은, 위대한 한국문학을 즐겁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즐겁고 친절한 전집’을 위해 총서 각 권에는 현재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들이 “내 생애 첫 한국문학”이라는 주제로 쓴 각 작품에 대한 인상기, 혹은 기성작가를 추억하며 쓴 오마주 작품을 어려운 해설 대신 수록하였고, 오래전에 절판되어 현재 단행본으로는 만날 수 없는 작품들까지도 발굴해 묶어 국내 한국문학 총서 중 최다 작품을 수록하였다.
박태원의 《천변풍경》은 1936년 8월부터 10월, 1937년 1월부터 9월까지 [조광]에 연재된 장편소설로, 박태원의 대표작이자 한국 모더니즘 소설의 정수라 평가받는 작품이다. 작가는 1930년대 어느 해 2월 초부터 다음해 정월 말까지 약 1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청계천변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도시 하층민들의 삶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책소개 중에서
위의 글을 보건대 1930년대의 천변풍경을 약 1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묘사를 했다고 한다. 첫 만남이 되는 책을 1930년로 만나자니 초반부터 제동이 걸리는 느낌. 일단은 현대에 가깝게 해설을 해놓았다지만 생소한 단어가 등장한다. 그 뜻이야 문맥상의 감으로 읽는다지만, 더 문제는 그 시대 말투로 보이는 대사들. 이건 사투리라 몰아부치기엔 발음하는대로 쓴 것 같기도 하다. 예전의 글 중에 소리나는대로 쓰던 시대도 있었나니. 가령 어떡해 → 으떡해 .
이명랑 작가의 오마주 창작 소설을 필두로 천변풍경은 펼쳐지는데, 일단은 등장 인물이 많다. 빨랫터 아낙네들의 전경이 젤 먼저로 온갖 소문 혹은 루머 나아가 사실들이 여기서 다 양산된다. 동네 아낙들의 공인된 수다터요 정보전달 장소이다. 빨랫터인데 여기선 처음부터 끝까지 샘터로 불리는데 샘물을 길어간다든지 그런 묘사가 없다. 다만, 빨랫터을 이용하며 사용료를 지불하고 그걸 받아 담뱃값도 하는 샘터 주인장이 있다. 샘터를 운영하며 세금도 낸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그 시대의 풍경인가 보다.
이발소에서 공임도 받지 못하는 여남은 먹은 소년 한재봉. 재봉이는 이발 기술을 배우기도 전에 허드렛일을 하면서 면도를 해주는 중간이자 짬짬이 천변풍경을 살핀다. 어린 나이에 제법 눈치가 발달한건지 추리력이 뛰어난건지 밖의 경치를 보면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변화를 감지하고 추측하고 맞춘다. 나이로 보면 창수보다 어리지만 단수가 높다. 어른들에게 혼나지 않는 기술이 있다. 약국집에 취직한 창수가 걸핏하면 혼나는 걸 보고는 주인장의 흉내로 염장을 지른다. 시골서 올라 온 아이, 시골 아이, 빨리 부르다 보니 시구라 가 된 창수는 서울이 좋은데 무시당하는 게 서럽고 말도 안되는 일로 질책하는 주인이 밉다.
이 시대는 남자들이 오입을 해도 남자가 오입 좀 할 수도 있지 하는 시대였다. 민 주사는 천성이 신사에다 마음이 모질지 못하다. 자신보다 반은 차이나는 안성댁 첩에게도 잘한다. 이런 안성댁이 제 또래 대학생과 히히덕거리는 장면을 들킨다. 그렇다고 주눅들 안성댁이라면야 뭐. 민 주사는 마작을 하느라 취옥이라는 기생네 집에 가기도 하고. 부회의원에 출마하려다 낙선하고는 코가 석자나 빠졌다. 자신이 늙었음을 감지한 것도 화나는데 대학생 놈과 시시덕거리던 안성댁을 의심하자니 마음이 괴롭고 별일 아니라 생각하려도 찜찜한게 몸과 맘이 병이 나기도 한다.
하나꼬는 여급인데 기미꼬와 단짝이다. 둘은 나이차도 나지만 최고 인기녀인 하나꼬는 마음은 바른 사람이요 부모가 잘 돌보지 못해 여급이 되었다. 기미꼬는 부모도 없고 미모도 없고 애교도 없이 걸걸하다. 사내대장부 타입으로 의리짱. 하나꼬와 기미꼬는 서로 다독이고 의지하며 사는데 금순이까지 기미꼬가 구제해 셋이 같이 살게 된다. 여급 둘이 돈을 벌고 금순이는 집안 살림을 도맡는다. 금순이의 강직하고 우직한 마음 때문이다. 나중엔 하나꼬가 시집을 가면서 금순이의 잃어버렸던 순동이가 식구로 합류한다.
하나꼬를 연모하던 사내는 별 이유도 없이 전처를 쫓아내고는 질질 끌던 이혼을 하며 하나꼬를 들인다. 있는 가문이지만 자식을 이기지 못해 허락은 했지만 첩첩산중에 하나꼬만 애달프다. 전처 자식 남매는 즈이 엄마를 쫓아낸 사람이라고 애를 먹여, 시모는 여급이었다고 구박하고 수모를 준다. 저 하나만 보고 왔건만 남편이라는 놈도 하나꼬를 영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꼬실때는 언제였는지 딴 여자를 넘본다. 귀머거리 삼 년, 봉사 삼 년을 실천하려는 하나꼬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남편의 사랑마저 떠나감을 감지하면서 당시는 몰랐던 전처에게 대못을 박았구나 통렬히 자책한다.
이쁜이는 말그대로 이쁘고 생글생글 웃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아진다. 이쁜이가 7살때 청상과부되어 오로지 뒷바라지 하나로 견뎌 온 세월인 모친. 버젓한 직장 있대도 사위가 맘에 안 들었지만 없는 형편에 신경 써서 시집을 보냈건만 딴 여자를 넘보고 다닌다. 이쁜이는 애를 가진 것도 아니건만 피골상접인게 시모의 시집살이 덕이다. 시부로 말할 것 같으면 마누라만 빼놓고는 다 잘해. 젊디 젊은 며느리가 안되어 말이라도 따듯하게 한 게 빌미가 되고, 남몰래 울다 들켜서 그게 혼나는 이유가 되고...나중엔 쫓겨나 집으로 돌아오는데, 동네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차라리 잘 되었다고 한다.
점룡이는 여름날엔 아스꾸리 장사를 겨울엔 군밤을 판다. 점룡 어머니는 동네 소식통으로 길을 가다가도 수상쩍은 걸 잘 감지한다. 1년 넘게 빚도 내어 곗돈을 부었건만 자신에게만 순번이 안와 홧병이 날 지경이다. 점룡이도 나이가 들어가자 이쁜이가 탐났는데 형편상 달라고는 못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는데 이쁜이의 소식은 어째 듣기가 안 좋다. 점룡이가 어떤 처자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걸 발견하고는 장가를 보내고픈 마음과 곗돈이라도 타야 하는 마음에 심난하다. 점룡이가 맘에 둔 여급을 치근거리는 사내가 다름 아닌 이쁜이 신랑인걸 안 점룡이. 죽지 않을만큼 패주며 이쁜이 울리면 가만 안둔다 는 말이 화근이 되고, 이쁜이는 죽을만치 맞고 쫓겨나는 동기가 된다.
금순이는 농사 짓는 부모님과 손 아래 남동생이 있다. 열댓 살 적에 혼인을 1주일 앞두고 신랑될 이가 멀리로 떠나버렸다. 결혼에 관심이 없는 젊은 청춘이었다. 그 후 남동생뻘되는 곳에 시집을 갔나니. 문제는 이 신랑이 어려도 너무 어려서 지 에미 곁만 파고드는데, 시모가 그걸 싸고 돈다. 시부가 바람둥이라 아들사랑에 모든걸 건 시모였다. 시모살이가 고되도 농익은 여체는 유부녀지만 처녀인 상태. 친정엄마는 병으로 돌아갔고 그 와중에 신랑이 급사한다. 시모를 견디다 못해 죽으려던 찰나 외간남자의 꾐에 빠져 서울로 온거다. 이 남자가 덤비면 모른체 안기련만 자신을 하숙옥에 두고는 첫 날부터 안온다. 나쁜 일에 얽혀 잡혀 간거다. 이걸 기미꼬가 구제해줬다.
만돌 에미는 수돌이와 아들 둘을 뒀으나 드난살이를 산다. 남편의 폭력은 다반사고 오입을 하면서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샌드백이 되는 만돌 에미. 필원네와 연줄이 닿아 서울행을 한다. 그러던 차 바람난 여자와 안살고 만돌 애비가 와 약국집에 드난살이로 들어간다. 만돌 에미만 같으면 누구나 칭찬에 인색할 수가 없는데 이 넘의 만돌 에비는 제 버릇이 또 나오는데...결국 드난살이에서도 쫓겨나는 설움. 애비가 이러면 대개 자식이라도 똘똘해 자식을 보고 산다지만 만돌이로 말할 것 같으면 당한 상황에서의 일을 전할 때 일목요연하질 못하는 칠칠이다. 다른 사람 아버지 잡혀가는걸 무작정 아버지 잡혀갔다고 해 사람을 놀래킨다. 놀라는 사람들을 보면 왜 놀라냐는 만돌이.
장편소설답게 천변풍경에는 약국, 포목점, 샘터, 이발소, 까페, 음식점, 잡화점, 신집 등등 있을 건 다 있고 나올 건 다 나온다. 사람들의 생김이 다르듯 성격도 다 다르고 또 경제력이 다르다 보니 저마다의 입장에서 샘을 하고 저마다의 자로 재는 일상에 애환이 묻어난다. 친구를 등치는 식당 주인도 나오고 상경해 홀랑 덤터기 쓰는 금순이 시부도 있다. 금순이처럼 나이를 먹어가고 결혼은 두 번이나 한 유부녀지만 처녀인 채로 기미꼬가 중신을 서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쁜이가 다시 이쁜이 상태로 돌아와도 흠이 되지 않는게 다행하다. 점룡이가 이쁜이가 돌아온 후부터 까페 여급을 잊고 성실한 자세로 변화하는 뉘앙스가 좋다.
1930년대는 늘 텔레비전으로나 알 수 있고 볼 수 있는 시대다. 신기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고 그 시대는 그랬구나 가늠만 되는 시대거늘 이렇게 1930년대를 다녀왔다. 넉넉하지 않았던 시대지만 그 안에는 정이 있다. 온정이 바탕에 깔려 있다. 남녀가 그렇게 처신이 달랐던 시대였고 그래도 전차가 다니고 활동 사진을 보러 단성사에 가던 시대였다고 나온다. 기생이 인력거를 타고 다니고 돈 있는 남자들이 첩을 거느리는게 흉이면서도 흉이 아닌 시대였다. 월북작가라는 저자의 책을 첫 대면했는데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정말이지 탐나는 책이지 싶다. 의미가 좋은데 책을 만나는 기쁨도 컸다는걸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