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안한 마음으로 책 한 권을 읽었다. 진중권. 그의 이름은 이제 진보의 측면에서 무시하지 못할 이정표로서의 의미가 되었다. 그가 독설과 날카로운 주장으로 표현한 언어들은 보수를 넘어선 수구세력들에게는 불편한 가시가 되고, 진보세력에겐 의지할 언덕이 되고 있다. 이 책 "첩첩상식"은 노무현정권시절에 그가 업으로 삼았던 <진중권의 SBS 전망대>를 통해 오프닝과 클로징멘트로서 161가지의 키워드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한 내용이다. 가해자에서 황우석까지 그가 한 단어마다 표현해 내는 그만의 견해들은 그가 왜 이 시대의 논객으로 불리는지에 대한 증거로서 충분히 작용한다.
|
|
지난해 복지포인트를 빨리 써야하는데 그래도 책이 가장 큰 재산이 아닌가 싶어서 13만원 어치에 달하는 책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대부분은 내가 소장하고 싶어했던 하루키 책이었고 그 다음으로 작가 이름만 가지고도 신뢰할 수 있는 책이 진중권의 책이었다. 읽지 않은 책 중에서 최신작 위주로 골라 담았는데 그 중의 한 권이 바로 이 "첩첩상식"이다.
시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의 생명력은 얼마나 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방 지나가버리는 시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소장가치가 얼마나 클지 의문이다. 책이 나오자마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어쨌든 소장하고 있으니 이 책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측근에게는 빌려드릴 의향이 있다). 이 책은 진중권이 1년 정도 SBS 라디오 "진중권의 SBS 전망대"를 진행하면서 썼던 멘트를 모아둔 것이다. 멘트 대본이다보니 진중권의 여느 책들과는 달리 구어체로 적혀있어 비교적 쉽게 읽힌다.
시사의 생명력은 짧지만 진중권의 촌철살인하는 비판의 생명력은 오래 간다. 진중권의 여러 책을 읽어보았지만 내용물은 달라져도 글쓰는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 것이다. 최연희 의원 사건, 황우석 사태 등 다루고 있는 내용은 한참 지나가 잊혀져버린 것이지만 진중권의 위트 있고 논리적인 비판력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스스로 보수보다는 진보의 쪽에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할 말 다하는 이 책을 읽으며 통쾌함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
| 나름 진보적 성향과 반보수적 정치 성향을 지닌 사람이라면 라디오를 듣듯이 편안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장기 밀매단 적발과 관련하여 공병호 박사가 자유주의 철학에 입각하여 장기 매매도 합법화 하자고 한 주장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위험한 것인지를 빗대어 얘기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나도 조금은 그런 비인간적인 "효율성", "비정한 사회", "투자 대비 성과"에 집착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사학법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지속적인 억지 주장과 구호의 남발에 대한 비판에 100% 공감하면서 이런 수준의 정당이 우리나라의 지지율 1위 정당인 것에 새삼 아득한 기분도 느낀다. 세상의 겉 모습은 20~30년 만에 몰라 볼 정도로 달라졌고, 사람들이 누리는 문명의 이기와 의사소통의 주요 수단은 바꼈어도, 윤리와 철학과 같은 삶의 근간이 되는 부분은 아직도 19세기나 20세기의 냉전적 사고에서 못 벗어난 사회임을 여러 곳에서 실감하게 된다. 아무튼 저자가 하루속히 기력을 회복하여 상식없는 정치권과 파렴치한 범법자들과 맹신적 애국자들에게 쓴 소리를 계속하여 주시길 기대해 본다. |
|
어느 반전집회에서 그를 만났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게 그였는지 확인이 되지 않지 만) 청바지를 입고, 무언가 적고 있었던 그를 만났던 일은 나름 대학시절의 작은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몇번의 TV출연 - 이 책이 그의 TV라는 전술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 에서 그를 만났을 때도 '불편함'을 쉽게잊기 힘든것 같다.
로직과 전술(?) 관계에서 그를 만나는 일은 진실과 입장의 불편함을 가지게 하는 원천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 진중권이 적어놓은 '상식'들도 그러하다. 사실 민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잘못된 '상식'들에 대한 진중권의 '말'들이 있다.
'말'들은 불편하기 그지없지만, 그의 이론들이 하나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로직에 기본한 '개념'의 상식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 불편함은 '말'에 대한 불편함이 아니라, 그 '말'들에 가지고 있었던 나의 나태함에 대한 '불편함'은 아닐까.
박식함을 넘어서, 그가 제시하는 상식들은 우리 사회의 수 많은 허구들에 대한 유쾌한 사슬깨기를 시도하고 있다. 아니 전제하고 있다. D-WAR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소위 '네티즌'들과 '논쟁'아닌 논쟁속에 있는 그의 '상식'이, 생각나는 이유는 그래서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