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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시간의 무게,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멈춘 시간의 무게,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내용보기
📚멈춘 시간의 무게,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솔베이 발레 / 은행나무 출판사[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라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표지 뒷면에 적힌 "11월 18일을 경험하는 것은 이번이 121번째이다"라는 문구는 단숨에 강렬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야기는 주인공 타라가 어느 날 갑자기 11월 18일이라는 하루에 갇히며 시작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시간이 멈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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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시간의 무게,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솔베이 발레 / 은행나무 출판사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라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표지 뒷면에 적힌 "11월 18일을 경험하는 것은 이번이 121번째이다"라는 문구는 단숨에 강렬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야기는 주인공 타라가 어느 날 갑자기 11월 18일이라는 하루에 갇히며 시작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시간이 멈춘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멈춰버린 줄 알았던 하루는 마치 부피가 늘어나듯 타라의 삶 위로 겹겹이 누적된다. 1권은 처음 이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되면서 요동치는 타라의 내밀한 심리 변화를 촘촘하게 쫓아간다. 혼란 속에서도 어떻게든 상황을 이해해 보려는 그녀의 고군분투가 생생하게 담겨 있으며, 1권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에 사로잡혀 서둘러 2권을 집어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 책이 기존에 존재하는 시간이 멈추거나 반복되는 타임 루프를 다룬 영화, 소설과 다른 차이를 보이는 점은 바로 시간의 누적이었다. 보통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반복되는 하루를 이용해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거나 가벼운 일탈을 즐긴다. 하지만 타라에게 11월 18일은 해결해야 할 게임의 무대가 아니라, 매일매일 육중하게 쌓여가는 고독의 부피 그 자체였다. 

 

시간이 멈춘 세계에서 타라가 마주한 가장 큰 비극은 사랑하는 사람과 더 이상 같은 시간을 함께 흘려보낼 수 없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결국 곁을 떠나 홀로 세계를 떠도는 그녀의 모습은 짙은 상실감을 안긴다. 타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이해해 주길 간절히 바랐지만,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게만 느껴졌다. 진심을 믿어주기보다 그 말의 신뢰성을 가늠하고 표정으로 판단하려 드는 사람들 앞에서, 타라가 느꼈을 허탈함과 막막함에 깊이 이입되어 함께 혼란스러웠다. 홀로 고군분투하며 어떻게든 18일에서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보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맴도는 타라의 뒷모습이 한없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쩌면 작가는 타라의 고립을 통해 매일 똑같이 쳇바퀴 도는 우리의 삶을 반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눈을 뜨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시간을 그저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고 있는지, 아니면 나만의 부피로 단단하게 쌓아 올리고 있는지. 영원한 현재에 갇힌 타라의 시선을 빌려, 작가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무감각한 일상의 무게를 철학적인 사유로 짚어내는 것만 같았다. 


"나는 내가 보게 될 무언가가 있다고 상상한다."

작품 속 이 문장은 끝없는 고립 속에서도 완전히 꺼지지 않은 타라의 미세한 희망을 대변하는 듯해 무척 인상 깊었다. 영원히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타라는 때때로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내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 붙잡고 무언가를 해나가려 마음을 다잡는다. 포기와 시도를 오가는 그녀의 내면은 지극히 인간적이라 더욱 마음이 쓰였다. 이 문장이 이야기하듯, 이어질 2권에서는 절망의 부피에 짓눌리지 않고 기어코 새롭게 나아가려 노력하는 타라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멈춰버린 시간의 전말과 그 너머에 숨겨진 더 많은 서사가 밝혀지기를 기대해 본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 지쳐, 삶이 제자리를 맴돈다고 느껴지는 분들께 추천한다. 가벼운 오락성 위주의 티임루프물에 피로감을 느꼈다면, 문장마다 깊이 배어있는 사유의 힘과 존재를 파고드는 철학적 이야기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쌓여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만의 11월 18일이 그토록 육중한 부피를 지닌 채 말이다. 


(이야기는 다음 2권에서 계속됩니다!)




📓이 글은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부피의계산에대하여 #부피의계산에대하여1 #솔베이발레 #은행나무 #서평 #서평단 #도서협찬

j****0 2026.07.1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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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 1권
"[서평]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 1권" 내용보기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내가 11월 18일을 경험하는 것은 이번이 121번째이다.'하루가 계속 반복된다'는 설정만으로도 흥미로운 책이지만, 이 소설은 아무래도 시간 속에서 혼자만 앞으로 흘러가는 사람의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야할 것 같다.주인공 타라는 매일 11월 18일을 살아간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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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내가 11월 18일을 경험하는 것은 이번이 121번째이다.


'하루가 계속 반복된다'는 설정만으로도 흥미로운 책이지만, 이 소설은 아무래도 시간 속에서 혼자만 앞으로 흘러가는 사람의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야할 것 같다.


주인공 타라는 매일 11월 18일을 살아간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되돌아가지만, 타라의 몸과 기억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손의 화상은 아물고, 머리카락은 자라고, 반대로 토마스는 매일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그녀를 바라본다. 같은 하루를 수없이 반복하는데도 사랑하는 사람과 기억을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 먹먹한 감정을 준다. 반복되는 건 하루인데, 정작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은 타라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많은 질문을 던진다. 시간은 왜 흘러야 하는가, 기억은 관계를 얼마나 지탱하는가, 인간은 반복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는가. 타라가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아침을 맞이하는 과정을, 우리는 그녀의 일기장을 보듯이 지켜봐야 한다. 큰 사건이 없어도 왜인지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타라는 자신을 '세상을 조금씩 소모하는 존재'라고 표현한다. 자신이 먹은 음식만 사라지고, 자신이 가져간 물건만 세상에서 없어지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괴물처럼 느끼는 장면이 그녀의 표현을 통해 가슴에 와닿는다. 하지만 세상을 소모하는 것이라고 하면, 흘러가는 하루를 사는 우리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책의 문체는 놀랄 만큼 담담한데, 그 담담함 속에서 불안과 고독이 더 선명하게 전해진다. 그저 하루를 또 살아내는 사람의 기록을 보여줄 뿐인데, 우리는 그 기록을 읽으며 우리의 하루까지 돌아보게 된다.


시간을 소재로 한 소설을 그동안 많이 읽어봤지만, 사실 이렇게 '반복'을 존재와 관계의 문제로 깊게 확장한 작품은 처음이었다. 역시 부커상 최종후보작이구나 싶다. 읽는 동안에는 타라와 함께 시간 속에서 길을 잃는 기분이 들고, 독서를 마치고 나서는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내일'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오래 남는 사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분명 천천히 오래 기억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은행나무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베이발레 #국제부커상 #SF소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5 2026.07.1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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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 되는 시간 속 일과,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1
"되풀이 되는 시간 속 일과,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1" 내용보기
나는 날들을 세어왔다. 내가 제대로 셌다면, 오늘은 121번째 11월 18일이다. 나는 날들을 따라간다. 10쪽,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나는 논리의 삐걱거림들, 이성의 건설 현장들, 뇌가 수행하는 갖가지 작업들, 소리를 수집하는 과정, 의식의 데이터 처리에 대해 말했다. 나는 시간 속의 틈을 찾아야 한다고, 내가 어떻게 거기서 빠져나왔는지, 어떻게 다시 앞으로 흐르는 시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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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들을 세어왔다. 내가 제대로 셌다면, 오늘은 121번째 11월 18일이다. 나는 날들을 따라간다. 

10쪽,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나는 논리의 삐걱거림들, 이성의 건설 현장들, 뇌가 수행하는 갖가지 작업들, 소리를 수집하는 과정, 의식의 데이터 처리에 대해 말했다. 나는 시간 속의 틈을 찾아야 한다고, 내가 어떻게 거기서 빠져나왔는지, 어떻게 다시 앞으로 흐르는 시간 속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98쪽,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오직 소리만으로 버티려 할 때에만, 나는 이 상실을 견딜 수 있다. 그래야 정신이 또렷해지고, 해답이나 빠져나갈 길도 찾을 수 있다. 

149쪽,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이토록 밀도가 높은 세상 속을 이처럼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229쪽,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작한 11월 18일. 타라 셀테르는 파리에서 고서점을 둘러보고 지인의 가게를 들러 대화를 나눴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들어온 호텔에서 다음 날의 일정을 상기하며 눈을 붙였다. 아침에 일어난 타라는 호텔 로비에 전날 신문이 배치되었음에도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확히 동일한 방식으로 빵을 떨어트리는 한 손님에 의해 다시 11월 18일로 회귀했음을 깨닫게 된다. 빵 한 조각이 떨어지는 소리, 내리다 그치길 반복하는 비. 모든 것이 전날과 동일한 시간에 일어났다. 물론 신문, 영수증, 호텔의 달력도 11월 18일을 가리켰다. 그러나 그녀의 신체는 흐르는 시간을 계속해서 맞고 있었다. 다음 날이 되면 요전 날 가지고 있던 물건이 사라져있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은 11월 18일을 기억에서 지우곤 했지만 타라에게는 그 어떤 원복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상처는 점차 아물고 머리카락은 자라나기 시작했으며 몇백 번의 11월 18일을 연이어 기억했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11월 18일에 갇혀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우리의 사랑은 언제나 미시적이었다. 그건 세포 속의 어떤 것이고, 분자들이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결합들이 공기 중에서 서로를 찾아내는 일이다. 

68쪽,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그는 나의 닻, 나의 생명줄, 나의 닻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쪽,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스스로 겪으면서도 믿기 어려운 경험을 남편 토마스에게 공유했다. 아침이면 타라와 보낸 11월 18일을 잊는 토마스에게 그동안의 일과 문제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 결과를 몇 번이고 자세히 설명했다. 토마스는 아내가 겪은 이야기를 천천히 들으며 함께 방법을 모색해나갔다. 매번 똑같은 열의를 지닌 채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현상을 의심하지 않고 경청하는 토마스를 보면 타라와 그의 신뢰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믿는 끈이 너무도 단단하여 이러한 변주로도 꼼짝하지 않은 것이다. 이 정도의 신뢰도를 지닌 배우자를 만난 것은 타라에게 크나큰 행운일 테다. 시간에 갇혀버리지 않았다면 배우자의 신뢰도를 시험할 일도 없었겠지만. 타라는 마지막 실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11월 18일이 반복된 지 꼭 1년이 지나고 나면 19일로 넘어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런 거리낌 없이 19일을 맞이하는 것이다. 타라는 19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니면 367일을 맞이하고 마는 걸까.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베이발레 

i********0 2026.07.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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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시적인 사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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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이 발레《부피의 계산에 대하여1》✔️ 결론부터.올해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최고다. 아직 2권을 마저 읽지도 않고 내리는 결론이지만 이 생각은 변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든다.소설은 시간의 틈새에 갇혀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타라 셀테르의 이야기이다. 남편 토마스와 함께 고서적상을 운영하며 사는데, 11월18일 책을 구하러 파리로 출장을 가게 되고 그녀의 하루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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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레이 발레《부피의 계산에 대하여1》


✔️ 결론부터.

올해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최고다. 아직 2권을 마저 읽지도 않고 내리는 결론이지만 이 생각은 변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든다.



소설은 시간의 틈새에 갇혀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타라 셀테르의 이야기이다. 남편 토마스와 함께 고서적상을 운영하며 사는데, 11월18일 책을 구하러 파리로 출장을 가게 되고 그녀의 하루는 계속 반복된다. 일반 타임루프물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텐션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도 없고 정밀함도 없고 규칙도 없다. 단지 처음에는 타라의 말을 믿었던 토마스와의 관계가 조금 달라지는데서 2권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당황스럽고 두렵고 막연하고 외로운 감정. 타라를 따라서 나마저 흐물흐물해지는 느낌이다. 시간 어딘가로 사라져버릴듯한.


출판사의 '시적인 사변소설'이라는 표현은 너무나 정확하다.

인덱스를 붙이고 밑줄을 긋게 되는 문장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아직 1권에서는 타라가 왜 시간의 틈새로 빠졌는지 모른다. 또 하나의 단서라면 토마스의 세상은 변화가 없으나, 타라가 사용하는 모든 것들은 소비되어지고 소멸된다는 것이다.


2권이 너무 기대된다.



p. 35~35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집 안에 있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서져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책장에서 종이 묶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억하려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는 기억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문장에는 치유의 힘이 있는지도 모른다.


p. 72

이 기묘한 상황을 웃어넘기기까지는 아마 밤새도록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웃음기는 마치 영구동토 속에 갇혀 있는 기체 방울처럼 가장 아래에 가라앉아 있어, 먼저 불안과 의심의 층을 지나야 하고, 수많은 질문과 답 없는 공백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표면으로 올라올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p. 114~115

처음으로 두렵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단지 어지럽고 기묘하고 조금 으스스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아무 의미도 없고 마법적인 요소도 전혀 없는 두려움.


우리는 어떤 윽미에서도 이중적이거나 흐릿하거나 평행하지 않았다. 나는 명확함을 찾을 수 없었다. 어떤 패턴도, 어떤 출구도 찾을 수 없었다.


p. 132

📌 나는 기분이 찾아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슬픔이 찾아왔고, 조금의 어둠이 내 생각속으로 스며들었다. 어떤 그림자 같은 것들, 그러나 아주 약한 들뜸만으로도 가볍게 팔랑거릴 듯한 그림자들. 침대로 돌아와 누웠을 때 나는 그 알 듯 말 듯 스쳐 지나가는 슬픔에 잠겼고, 그 바로 다음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조용하고 머뭇거리는 웃음이었다. 그 웃음은 내가 우스운 것인지 세상이 우스운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웃음이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놀림을 받거나 장난스러운 짓에 휘말렸을 때처럼 문득 스스로를 바라보게 되고, 그러면 결국 그 우스움 속으로 나 역시 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그런 순간에 터져 나소는 웃음 말이다.


p. 149

📌 나를 비틀거리게 하는 것은 상실이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j*******a 2026.07.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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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번의 오늘. 그것은 정말 오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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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우연의 결과다.우주의 탄생부터 지구의 탄생, 생물의 탄생, 육지로의 이동, 유인원의 등장, 호모 사피엔스에서 한반도에 자리잡은 조상의 후손, 그 중에서도 나의 부와 모가 만나서 부의 세포 중 하필 이 하나를 만나고... 기타 등등. 모든 것이 수십억년의 역사동안 우연히 벌어진 사건의 결과로 우리는 살아숨쉬고 있다.⠀앞으로 펼쳐질 일들은 우리가 스스로 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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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우연의 결과다.

우주의 탄생부터 지구의 탄생, 생물의 탄생, 육지로의 이동, 유인원의 등장, 호모 사피엔스에서 한반도에 자리잡은 조상의 후손, 그 중에서도 나의 부와 모가 만나서 부의 세포 중 하필 이 하나를 만나고... 기타 등등. 모든 것이 수십억년의 역사동안 우연히 벌어진 사건의 결과로 우리는 살아숨쉬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일들은 우리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다여기지만 그것도 쉽지않다. 일초 앞, 일분 앞에 당장 어떤 생각하지 못한 사건이 우연히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우연을 인지하지 않는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고, 내일은 내가 생각했던 일들이 진행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긴 과거와 짧은 오늘과 다가오지 않은 무한한 미래에서 우연이 발생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리 스스로가 수많은 우연의 중첩된 결과임에도.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베이발레 지음 #은행나무  출판)당연한 듯 여겼던 내일을 잃어버린 사람의 이야기다. 11월 18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 눈을 뜨면 19일이 아닌 18일. 자신이 어제였던 18일에서 살아냈던 자신의 인생은 없던 것이 되었다. 세상은 시간이 지나지 않지만 자신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어제였던 18일에 다쳤던 손바닥의 상처가 아무는 것으로 인지할 수 있다.

18일에 갖혀있는지 어언 121일, 122일차에 그는 가장 절친한 이에게 자신이 18일에 갖혀있음을 고백한다.

그의 말을 순순히 믿는 그 사람이 신기했지만 그것보다 수많은 우연의 결과인 그가 예측할 수 없는 18일 ‘오늘’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불안해 하는 것이 더 놀라웠다.

나도 돌이켜보았을 때 우연은 아주 낮은 확률로 일생에 몇 번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장 살아내야하는 오늘이 내가 살아내기 전에 이미 불확실한으로 가득 차 있다니. 얼마나 불안할까.

심지어 상대방에게 나의 낯선 오늘동안 내가 한 일을 들었는데, 그대로 해야할지, 다른 무언가를 해야할지 그것도 막막하고 불안하다.

그는 11월 19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1>은 총 7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는 이야기의 첫번째 분량이다. 보통 몇 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첫 분량에서 세계관에 대한 설명으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지루한 경우가 없지않아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특별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구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의 흔한 타임루프물과도 다르다. 평범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진행될 수록 나도 11월 18일에 몰입되고 주인공과 함께 갖힌다. 그 몰입과 이입력이 이런 특별한 소재 속 보통의 이야기를 7권동안이나 질리지 않고 볼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보통의 하루가 특별한 것은 단 한번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하루가 하나의 분기처럼 반복된다. 그러면 그 하루의 가치는 떨어지는 것일까. 벗어나고 싶다고 그 하루가 의미없는 것일까.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어제가 될 하루를 잘 마무리 한다는 전제가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과연 주인공은 어떻게 해야 11월 19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 답이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며 우리가 책을 덮고도 한동안 멍하게 있게 될 깊은 깨달음일 것이다. 어떻게 끝날지보다 지금 당장 내 앞에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가 놓여있다는 것이 다행일 따름이다.


k********4 2026.07.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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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틈새로 추락한 한 여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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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작가 솔레이 발레의 7부작 장편소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는 시간의 틈새에 갇혀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녀의 이름은 '타라 셀테르'로 남편인 토마스 셀테르와 함께 프랑스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고서적상을 운영한다. 타라는 11월 18일 고서적을 구매하러 파리로 출장을 다녀온 뒤, 북프랑스에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하룻밤을 잔 뒤 깨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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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작가 솔레이 발레의 7부작 장편소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는 시간의 틈새에 갇혀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녀의 이름은 '타라 셀테르'로 남편인 토마스 셀테르와 함께 프랑스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고서적상을 운영한다. 타라는 11월 18일 고서적을 구매하러 파리로 출장을 다녀온 뒤, 북프랑스에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하룻밤을 잔 뒤 깨어난 타라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 어제 들었던 11월 18일 뉴스가 흘러나오고 남편 토마스는 전날 자신과 나누었던 대화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를 불안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저 내가 혼자였는지만 알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혼자였다. 토마스는 11월 18일에 있지 않았다. "



타라는 11월 18일이라는 시간의 틈새에 갇혀버린 것을 알게 된 뒤 남편 토마스에게 본인의 상황을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포기와 체념이 빠른 독자라서 그런지 타라의 노력이 처음부터 안쓰럽게 보였다. 우리 대부분은 타라처럼 말하는 사람을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편 토마스는 타라에게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토마스는 타라의 고통을 수용하고 그녀의 말을 믿어보려 한다. 그러나 우리 독자는 안다. 토마스의 기억이 하루가 지나면 리셋될 것이라는걸.  


" 그는 단단하던 기반이 사라지는 순간의 낯선 느낌, 세상의 모든 예측 가능한 일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아찔한 느낌에 빠졌다. 그것은 존재의 비상 신호가 갑자기 작동하는 듯하지만 구급차나 구조는 필요치 않고, 단지 도망칠 수도 없고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고요한 공포, 마치 의식의 가장 깊은 곳에서 늘 대기하는 긴장감 같은 것이다. "



작품은 타라가 121번째로 겪는 '11월 18일'의 일기로 시작한다. 1권은 #121에서 시작해 #366에서 끝난다. 타라에게는 시간이 부서졌지만 남편의 시간은 견고하다. 그는 매일매일 11월 18일을 새로 맞이한다. 타라는 조금씩 지쳐가고 소외감을 느낀다. 그리고 체념의 그림자가 길어진다.


1권을 읽다 보면 온갖 질문들이 떠오른다. 타라는 왜 시간의 틈새에 갇힌 걸까. 타라의 노력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그녀의 삶은 물리적 법칙을 벗어났는데 말이다. 1권에서는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시간과 기억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타라와 토마스의 사랑은 어떻게 변해갈까. 이제 1권을 읽었는데 작가는 무려 7권까지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2권 마지막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 반전을 알아내버렸다. 그러나 이 작품은 스토리의 재미로 읽는 것이 아니 크게 문제는 없다고 본다.


출판사는 이 작품을 '시적인 사변소설'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에는 인텍스를 붙일 곳이 넘쳐난다. 인간 소외와 관계의 본질이라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을 탐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이 멈추고, 중력이 사라지며, 세상의 논리와 자연의 법칙이 붕괴하는 순간을 목격한다. 그리고 우리가 믿어온 세계의 지속성은 불안한 토대 위에 놓여 있음을 깨닫는다. 아무런 보장도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확실하다고 여겨온 모든 것의 이면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예외, 갑작스러운 균열, 상상할 수 없는 질서의 파열이 도사리고 있다."



나는 타라처럼 특정한 하루에 갇혀있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시간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아왔다. 그래서 나는 타라가 느끼는 고립감과 체념을 내것처럼 느낀다. 지금의 나를 사로잡고 있는 주된 물리적 경험은 서서히 늙고 지쳐가는 나의 마음과 몸뚱이가 빚어낸다. 나의 마음과 신체는 어느 특정한 곳에서 소모되었고 마모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미래를 꿈꿔본 적이 없다. 


한편 나는 타라와 공감대가 없는 것도 있다. 바로 토마스와 같은 존재이다. 작품은 타라에게 안식처와도 같았던 토마스와의 관계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의 안식처는 예전에 붕괴되어 폐허가 된 지 오래다. 그래서 그 느낌이 무엇인지 과거의 희미한 기억을 끄집어내야 한다. 이 작품은 묻어두었던 온갖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리뷰 총점 종이책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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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북유럽의회문학상을 수상한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를 만나보았다. 7부작으로 계획된 장편소설《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는 현재 5부까지 덴미크어로 출판되었다. 이번에 만나본 1부는 7부작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왜 주인공 타라 셀테르는 시간의 틈새에 빠진 것일까? 원인을 찾으면 다시 평범한 시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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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북유럽의회문학상을 수상한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를 만나보았다. 7부작으로 계획된 장편소설《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는 현재 5부까지 덴미크어로 출판되었다. 이번에 만나본 1부는 7부작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왜 주인공 타라 셀테르는 시간의 틈새에 빠진 것일까? 원인을 찾으면 다시 평범한 시간의 흐름을 탈 수 있을까? 반복되는 타라의 일상을 접하면서 지루함보다 긴장감을 느끼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린 현재, 오늘에 충실하자고 말한다. 지나간 과거, 어제에 얽매이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 내일을 불안해하지 말고 현재 바로 오늘을 즐기라고들 한다. 그런데 만약 오늘이 반복된다면, 11월 18일이 1년째 반복되고 있다면 어떨까? 타라는 과거와 미래,어제와 내일 사이에 갇힌다. 오늘 11월 18일이 무한 반복된다. 원인도 모른 체 남편 토마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이제 함께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면 된다. 하지만 토마스에게 매일 똑같은 설명을 하는 상황이 타라를 지치게 만든다. 지친 타라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어떤 방법일까?


     타라가 선택한 새로운 방법이 이야기의 흐름을 더욱더 미궁으로 향하게 한다. 토마스와 타라는 같은 집이라는 공간에 함께 있다. 하지만 타라는 그와의 접촉을 피한다. 사랑으로 연결된 둘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 또 하나의 긴장감을 만든다. 지루한 일상이 매일 반복되지만 익숙함에 빠져 놓쳐버렸었던 디테일한 장면들이 이야기의 흐름에 속도감을 준다. 잔잔하게 천천히 흐르던 이야기는 2부에 다가갈수록 속도를 높인다. 익숙함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을 맛볼 때쯤 이야기는 2부에 닿는다.


p.117. 우리가 두 개의 서로 다른 시간속에 살고 있는 것은 하나의 사실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때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기 형식의 글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11월 18일이라는 평범한 하루의 반복으로 어떤 소설을 만들어 냈을까? 반복이 주는 묘한 긴장감을 맛보고 싶다면, 미래와 과거의 틈새 시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속으로 빠져보길 바란다.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베이발레 #은행나무 #SF소설 #장편소설 #시간반복 #무한반복 #소설추천 #책추천 #도서추천

m******3 2026.07.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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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 속에서 익숙함은 걷혀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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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가장 익숙한 것이면서도 가장 늦게 의심하게 된다. 내일이 오늘의 뒤를 잇고, 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시간은 삶의 가장 단단한 질서이니까.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은 그 질서를 무너뜨리는 대신, 단 한 사람만 그 밖으로 밀어낸다. 세상은 여전히 11월 18일을 살아가지만, 타라 셀테르의 기억만은 하루씩 앞으로 나아간다. 시간은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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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가장 익숙한 것이면서도 가장 늦게 의심하게 된다. 내일이 오늘의 뒤를 잇고, 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시간은 삶의 가장 단단한 질서이니까.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은 그 질서를 무너뜨리는 대신, 단 한 사람만 그 밖으로 밀어낸다. 세상은 여전히 11월 18일을 살아가지만, 타라 셀테르의 기억만은 하루씩 앞으로 나아간다. 시간은 멈췄지만 기억은 멈추지 않는다. 작품이 끝없이 바라보는 것은 바로 그 낯선 비대칭이다.


이 작품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시간이 아닌 기억이다. 타라는 같은 하루를 수백 번 살아간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같은 사람과 같은 대화를 반복한다. 그러나 그녀 안에는 반복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기억이다. 하루는 언제나 처음으로 돌아가지만, 기억은 단 한 번도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삶은 흘러간 시간보다, 잊히지 않고 쌓여온 경험의 두께에 의해 조금씩 다른 모양을 갖게 된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삶을 살아간다고 말할 수는 없다. 타라는 반복되는 11월 18일에 남편 토마스를 다시 만난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그의 손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더 이상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타라는 수백 일을 살아낸 사람이고, 토마스는 언제나 첫날을 살아가는 사람인 까닭이다. 둘 사이에는 함께 쌓아 올린 기억을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 거대한 간극으로 놓인다. 함께한 시간이 관계를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함께 기억하는 시간이 관계를 만드는 것일까. 나눈 대화가 한 사람에게만 남아 있다면, 그 대화는 정말 두 사람 사이에 존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이 소설은 그 믿음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직접 겪지 않은 경험은 온전히 건너갈 수 없다. 토마스는 타라를 믿는다.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녀가 살아낸 시간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믿음과 이해는 같은 자리에 놓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상상할 수는 있어도, 타인의 시간을 대신 살아낼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타인이 닿을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며, 가장 가까운 관계일수록 그 거리는 더욱 선명해진다.


작품은 되풀이되는 하루를 지루함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되는 하루는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세계를 끝없이 바라보게 만든다. 같은 비가 내리고, 같은 새가 울고, 같은 빵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평범하다고 여겼던 풍경은 수백 번 같은 하루를 지나며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것이 된다. 익숙함은 많은 것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그 되풀이 속에서 익숙함은 걷혀가고,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준다.


작품이 보여주는 가장 낯선 사건은 시간이 멈춘 일이 아니다. 함께한 시간이 한 사람에게만 남는다는 사실이다. 타라는 같은 하루를 살아가지만 결코 같은 사람으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기억이 그녀를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그녀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누구와도 온전히 나눌 수 없는 시간이 되어간다. 인간은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라기보다, 자신 안에 축적된 기억의 밀도만큼 조금씩 다른 존재가 되어간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라는 제목은 어쩌면 그렇게 저마다 다른 두께로 쌓여가는 삶의 부피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도서출판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s******6 2026.07.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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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11월 18일, 삶의 부피를 더듬는 중년의 시선 ,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을 읽고
"멈춰버린 11월 18일, 삶의 부피를 더듬는 중년의 시선 ,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을 읽고" 내용보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며 문득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아침이 더는 새롭지 않고, 익숙함과 반복이 삶의 지배적인 리듬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직장, 가족, 계절의 변화마저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나이, 50대의 눈에 비친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은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멈춰버린 11월 18일, 삶의 부피를 더듬는 중년의 시선 ,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을 읽고" 내용보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며 문득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아침이 더는 새롭지 않고, 익숙함과 반복이 삶의 지배적인 리듬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직장, 가족, 계절의 변화마저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나이, 50대의 눈에 비친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은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이 듦과 일상의 반복'을 향한 지극히 우아하고도 서늘한 철학적 명상록이었습니다.


1. 요란한 소동극과 고요한 명상록 사이

우리가 흔히 아는 타임루프물의 정석은 1993년의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일 것입니다. 그 영화 속 주인공 필 코너스는 2월 2일이라는 하루에 갇혀 절망하고, 쾌락을 좇고, 마침내 타인을 돕고 사랑을 깨달으며 극적으로 성장합니다. 활기차고, 위트 있으며, 결국은 '탈출'이라는 명확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할리우드식 구원 서사입니다.

반면,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의 주인공 '타라 셀터'가 갇힌 11월 18일은 지독하리만치 고요하고 정적입니다. 영화처럼 유쾌한 소동극이나 화려한 탈출극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화마저 극도로 생략된 텍스트 속에서 타라는 반복되는 소리, 정원의 새와 벌레, 매일 리셋되는 남편 토마스의 물리적 존재를 관조합니다.

젊은 날에는 《사랑의 블랙홀》의 유쾌한 극복기에 통쾌함을 느꼈겠지만, 이제는 타라가 겪는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미세한 결의 변화'에 마음이 더 깊이 쓰입니다. 인생의 후반전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 역시 드라마틱한 변화보다는, 늘 똑같은 하루 속에서 나만이 감각하는 아주 미세한 균열과 익숙함의 깊이로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2. '소비하는 자'와 '남겨진 자'의 쓸쓸한 거리감

소설 속에서 가장 기묘하고도 가슴 저릿한 지점은 타라가 소비하는 물건과 음식의 행방입니다. 타라가 먹어 치운 음식은 다음 날 선반에서 영원히 사라지지만, 함께 사는 남편 토마스는 매일 아침 그녀를 '처음 보는 듯한' 상태로 리셋됩니다. 내가 지나온 흔적은 세상에 상처(빈자리)로 남는데, 정작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고독. 이 쓸쓸한 구도는 중년의 부부 관계나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같은 공간에 살며 끊임없이 일상을 공유하지만, 서로의 내면 속 깊은 변화와 시간의 흔적을 온전히 공유하지 못해 생기는 영혼의 고독이 소설 속 타라의 처지와 무척 닮아 있습니다. 《사랑의 블랙홀》이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루프를 깨는 해피엔딩을 지향한다면, 발레의 소설은 우리가 타인과 결코 완벽히 겹쳐질 수 없음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3. 결국, 내 삶의 '부피'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

소설의 제목처럼, 타라는 매일 반복되는 11월 18일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과 부피'를 조심스럽게 계산해 나갑니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올바르게 살 것인가"라는 도덕적이고 선형적인 질문을 던진다면,소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은 멈춰버린 시공간 속에서 "내 존재가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는 무엇인가"라는 공간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50대 독자로서 이 책은 깊은 위로가 됩니다. 하루가 어제와 똑같이 반복된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매일 똑같은 11월 18일에 익숙해지면서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빗소리, 공기의 냄새, 집안의 미세한 소음들이야말로 우리가 젊을 때는 바빠서 놓쳤던 진짜 '삶의 밀도'일지 모릅니다.

요란한 기적 대신 쓸쓸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영역을 더듬어가는 타라의 뒷모습에서, 다가올 내일의 익숙함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중년의 지혜를 배웁니다. 7부작 중 단 1권만을 읽었을 뿐인데도,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나의 평범한 아침을 완전히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입니다.


#은행나무 #솔베이발레 #부피의계산에대하여1 #국제부커상 #SF소설

g******y 2026.07.1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는 세계!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는 세계!"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결코 일어날 수 없고,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었던 일이 일어나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인식이 머리를 든다. 그때 우리는 시간이 멈추고, 중력이 사라지며, 세상의 논리와 자연의 법칙이 붕괴하는 순간을 목격한다. 그리고 우리가 믿어온 세계의 지속성은 불안한 토대 위에 놓여 있음을 깨닫는다. 아무런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는 세계!"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코 일어날 수 없고,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었던 일이 일어나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인식이 머리를 든다. 그때 우리는 시간이 멈추고, 중력이 사라지며, 세상의 논리와 자연의 법칙이 붕괴하는 순간을 목격한다. 그리고 우리가 믿어온 세계의 지속성은 불안한 토대 위에 놓여 있음을 깨닫는다. 아무런 보장도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확실하다고 여겨온 모든 것의 이면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예외, 갑작스러운 균열, 상상할 수 없는 질서의 파열이 도사리고 있다.                   p.47~48


프랑스 북부의 작은 마을에 사는 타라는 남편 토마스와 함께 고서적상을 하고 있다. 타라는 11월 17일에 2박 3일 예정으로 출장을 떠나 보르도 경매장을 방문하고 파리 호텔에서 묵었다. 다음날 고서점들을 들러 필요한 서적을 구입하고, 고대 화폐점을 운영하는 친구를 만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19일 아침, 파리의 호텔 방에서 깨어나 전날과 정확히 같은 일을 겪는다. 왜냐하면 다시 11월 18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남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토마스에게 11월 18일은 처음 맞이하는 날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타라는 벌써 122번째 11월 18일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오늘은 11월 18일이다. 매일 저녁, 침대에 몸을 눕힐 때와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에도 날짜는 11월 18일이다. 타라는 더 이상 자신이 11월 19일에 깨어날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남편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는 처음이자 유일한 날이었다. 이상한 것은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에 어떤 불규칙성이 있었다는 거다. 새로운 11월 18일이 되었을 때 어떤 것들은 사라졌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먹었던 음식은 다시 채워져 있었지만, 가방과 옷은 사라지지 않았고, 기념품 동전은 사라졌지만, 전날 구매한 책들은 그대로 있었다. 타라는 왜 반복의 순환 속에 놓여진 것일까. 왜 시간의 균열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걸까. 시간이 부서졌음에도 왜 날들은 계속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타라는 하루의 작동 방식을 조사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불규칙함 속에서 하루가 되돌아오는 시점을 찾으려 애쓴다. 그녀는 과연 11월 18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 11월 18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어쩌다가 그 안으로 들어왔을까? 혹시 잘못된 문으로 들어온 걸까? 반복의 문으로? 나는 알 수 없다. 나는 출구를 찾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들어올 수 있었다면, 나갈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열리지 않는 문은 어떻게 여는 걸까? 발로 차서 부수면 될까? 뜯어내면 될까? 불을 지르면 될까?... 알 수 없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본다. 무언가가 바뀌어야 한다고. 내가 어떤 실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적절한 순간을 찾아내고, 그때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p.219


전부터 궁금했던 솔베이 발레의 작품을 드디어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솔베이 발레는 1990년대 덴마크 문학의 걸작 《법에 따르면》의 작가로 이 작품으로 30여 년 만에 세계문학계로의 복귀를 알렸다. “사변소설(SF) 장르에 있어서 시의적절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22년 북유럽의회문학상(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타임루프' 소재로 유명한 영화 〈사랑의 블랙홀〉이 개봉하기 6년 전인 1987년에 처음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소재는 유사해보여도 막상 작품을 읽어 보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쓰인 거라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다. 이 작품은 다양한 길이의 일기 형식으로 쓰였는데, 사실적이면서도 사색적이고, 철학적이며, 실존적인 고민을 끊임없이 해나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으니 말이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는 7부작이며 현재 5부까지 출간되었고, 1부가 2025년 국제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것은 소설 연작의 서막을 여는 첫 두 권이다. 전체 7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를 먼저 읽어 보았다. 같은 시간을 계속 반복해 겪게 되는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작품은 기존에도 있어 왔지만, 솔베이 발레는 스릴과 서스펜스에는 관심이 없다. 최면에 걸린 듯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를 재구성하고, 그 속에서 존재의 의미와 삶에 대한 사유를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어떻게 타임루프에서 벗어나느냐보다,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일까에 대한 탐구가 더 밀도있게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별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점점 더 이야기 속으로 훅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나선형으로 된 회오리에 점점 더 휘말리는 느낌이랄까. 흥미로운 것은 이 이야기가 무려 7부작으로 구성되었다는 거다. 당장 2권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서사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 부서져버린 시간, 반복되는 하루,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경험들...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는 세계, 지금 바로 만나보자!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베이발레 #국제부커상 #SF소설


r*******n 2026.07.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