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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찾아 떠나는,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 📕솔베이 발레 지음 / 은행나무 출판사 1권에서 11월 18일이라는 멈춰버린 하루와 짙은 고독 속에 갇혀있던 타라는 2권에 이르러 마침내 집을 나선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자신이 직접 기차를 타고 공간을 이동해 변화하는 계절을 체감하겠다는 놀라운 결심과 함께 말이다. 그녀는 11월을 지나 겨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노르웨이 북부로 향하고, 잉글랜드 남부에서 봄의 생동감을, 여름의 열기를 마주한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세상 안에서 체념하는 대신, 스스로 환경의 변화를 찾아 유럽 전역을 다니는 타라의 여정은 1권과 다른 결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펼쳐낸다. 시간의 부피에 짓눌려 막막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전편과 달리, 2권에서 보여주는 타라의 주체적인 움직임이 인상깊었다. 1권에서 시간이 미래로 흐르지 못하고 제자리에 고여 육중한 부피로 쌓여갔다면, 2권에서 타라는 공간의 넓이로 시간의 길이를 대체하려는 처절한 시도를 보여준다. 시간의 축이 무너진 세계에서 직접 변화하는 계절을 내가 느끼겠다는 발상의 전환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잊혀져 가는 계절의 감각을 어떻게든 기억해내려는 그녀의 치열한 노력이 때로는 지독하게 애처롭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환경의 변화를 몸소 체감하며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용기 있는 모습에 진심을 다해 응원하며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한 인간이 멈춰버린 세계에 맞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문학적인 저항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애틋하고 주체적인 여정 끝에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반전은 나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켰다. 평소 드라마를 볼 때에도 뒷이야기가 궁금해 잠을 설치곤 하여 완결이 날 때까지 꾹 참았다가 몰아보는 편인데, 이 책이 던져준 흥미진진한 반전 앞에서는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참아야 할지 막막했다. (아직 2권까지 밖에 나오지 않았다니! 부디 제발 서둘러 3권을 출간해 주세요. 이 기다림을 견디지 못해 원서라도 찾아봐야 하나 진지하게 검색 창을 맴돌 생각을 하고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묘하게도 나의 계절 역시 타라의 11월 속에 멈춰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 역시 나만의 계절들을 잃어버린 채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능동적으로 계절을 찾아 나선 타라의 발걸음이 내 멈춘 일상에 의심과 질문을 던진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에 갇혀 삶의 생동감을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주저앉는 대신 스스로 계절을 찾아 나선 주인공의 용기가, 무기력한 당신의 일상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단, 3권을 향한 지독한 갈증을 견뎌낼 각오가 필요하다. 나는 나의 계절들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가. 혹여 무감각 속에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 글은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베이발레 #국제부커상 #SF소설 #은행나무 #서평 #서평단 #도서협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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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반복되는 11월 18일. 규칙을 발견하기 위해 애쓰던 반복의 초기. 예측불가한 하루에 대한 연인의 불안 속에 묘한 짜릿함이 담겨있다는 것에 기시감을 느끼던 주인공. 그 기시감은 11월 18일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이 실제로는 11월 18일에 속하지 못한 완벽한 타인이 될거라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었을까. ⠀ 하루동안 벌어지는 모든 일을 알고있는 그녀였지만 영원과도 같은 11월 18일 하루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똑같은 하루를 반복할 뿐이다. ⠀ 지구의 공전에서 벗어나고 단 한번의 자전만 허락받은 그녀는 그 하루 속 자신의 무의미함에 두려움을 느낀다. 의미가 없기에 해야할 것도, 하고픈 것도 없다. 그런 그녀를 사로잡는 것은 계절이다. 영원한 11월 18일, 그 18일을 벗어나 19일, 20일, 12월, 1월을 살면 맞이할 차갑고 매마른 공기, 겨울을 소망한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기차에 올라 국경을 넘어 북쪽으로 향한다. 스톡홀름, 런던, 몽펠리에. 조금이라도 다음 계절이 먼저 다가오는 곳으로 향하는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당연히 찾아오는 것이라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누리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 매일 오르는 기차 안에서, 평소에는 책을 읽으나 들리지 않거나 소음과 같아 듣지 않았던 타인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려온다. 그들의 이야기 안에는 당연하듯 내일과 미래가 담겨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이입하며 그녀도 그 흐름속에 서 흘어가는 상상을 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이탈과 회귀의 반복 속에서 문득 놓쳤던 것 하나를 더 신경쓰게 되는데 바로 부모님의 일상이다. 독립한 후 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모님의 하루를 따라 밟아보는 그녀의 발걸음이 내 마음 속에도 짙은 발자국을 남겼다. ⠀ 우리는 당연하단듯 내일을 오늘로, 또 어제로 보내며 살아간다.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은 나를 포함한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다. 늙기 싫고 내일이 오지 않길 바라는 순간들이 있다. 평범한 것으로부터 한번의 일탈. 그것은 놀라우면서도 짜릿한 이벤트로 여겨질 수 있다. 하나의 특권처럼. 하지만 혼자 멈춰서서 하루동안 하는 모든 것이 의미없는 일이 되어 아무것도 남지않은 것이 반복되면 그것은 특권이 아니라 소외로, 고독으로 바뀐다. ⠀ 그때서야 비로소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잃어버린다는, 어쩌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거라는 불안함이 공기처럼 내 곁에 머물고 있던 것들을 소중하게 만든다. ⠀ 반복되는 시간 속에 갖혀 내일의 소중함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다가오던 내일같은 일상적인 것들에 가치를 깨닫는 이야기라 울림이 컸다. 똑같은 크기의 공간에서 부피는 항상 일정하다. 단위만 바뀔 뿐. 하지만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얼마나 밀도있게 감각하고 살아가는가에 따라 우리 인생, 내 하루의 부피는 달라진다. ⠀ 매 초, 매 분, 매 시간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예민하게, 소중하게, 감사하게 느끼는 농도짙은 삶. 내 안을 가득채우다 못해 나를 팽창시킨다. 나를 좀 더 큰 사람으로 만든다. 그렇게 나의 부피가 달라지고 나를 담고 있는 이 세상의 부피도 달라진다. ⠀ 나를 더 큰 사람으로, 나를 담고 있는 세상을 좀 더 큰 세상으로 만들 수 있는 답이 이 책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와 함께 나도 계속해서 밀도있게 나아가고 싶다. ⠀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레이발레 #은행나무 #국제부커상최종후보 #부피의계산에대하여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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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을 모으면 1년이 될까?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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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북유럽의회문학상을 수상한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의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주인공 타라는 여전히 11월 18일이라는 시간에 갇혀있다. 반복되는 시간에서의 탈출을 바라며 출구를 찾아 나섰던 주인공이 갇힌 시간 속에서 출구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출구가 아닌 삶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하지만 반복은 이어지고 잊힘 또한 계속된다. 반복되는 시간을 계절이라는 공간으로, 삶으로 이어가면서 타라는 또 다른 형태의 내일을 그린다. 시간은 '오늘'로 반복되지만 타라의 공간은 다른 형태의 '내일'을 이야기한다. 자꾸만 지워지는 기억을 기록으로 채우며 내일을 향해, 다른 계절을 향해 나아가던 수많은 11월 18일의 이야기가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에 펼쳐진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 빠져 허우적 되던 주인공은 이제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찾으려고 한다.
스토리만큼이나 의식, 철학적인 흐름이 흥미롭고 재미나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 갇힌 주인공이 '고대 로마'를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결말에 이르러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복선을 복선으로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지나온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다면 모든 장면을 의심해 보길 바란다. '왜?'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다. 지루하지 않은 반복이 만들어내는 미스터리한 상황이 멋진 이야기로 이어지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부피의계산에대하여2 #솔베이발레 #은행나무출판사 #국제부커상 #SF소설 #소설추천 #복선 #반전 #미스터리 #무한반복 #책추천 #도서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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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에 갇힌 타라는 여전히 이 하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권은 368번째 11월 18일로부터 1144번째 11월 18일까지 다룬다. 1권에서 타라는 11월 18일이라는 하루에 갇히게 된 사건에 당황하여 혼란을 느끼며 어떤 규칙이 숨겨져 있는지 파악하려 시도하고, 또 이 사건을 남편 토마스에게 설명하려고 간절히 노력하려 했다. 11월 18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타라는 무력감을 느끼고 절망에 빠졌다. 반면 2권에서는 타라가 멈추어 버린 시간을 받아들이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타라에게는 늘 같은 일상이 벌어진다. 같은 호텔에 머물고, 같은 시간에 밥 먹고, 같은 사람들을 거듭 만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하루가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타라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에겐 아무런 기억도 남지 못했겠지만 타라는 이 모든 시간과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나는 소설을 읽으며 미쳐버리지 않는 타라의 정신력에 조금씩 감탄하게 된다. " 어쩌면 나는 그저 혼자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달라질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시도한다. 나는 달려갈 준비를 하고, 때로는 거리에서 사람들의 흐름 속으로 들어간다. (...) 그러다 보면 누군가가 나를 이해하고 조언을 해주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귀를 기울인다면 말이다." 타라는 11월 18일이라는 하루를 다르게 겪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녀의 집에서 겪는 11월 18일은 끝없는 가을의 연속이다. 그러나 공간을 바꾸면 겨울과 봄과 여름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타라는 유럽 전역을 여행하면서 북유럽에서는 눈과 추위를,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등에서는 봄과 여름의 기운을 겪는다. 그녀는 계절을 느끼고 그것을 스스로의 언어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녀는 더 많은 단어를 발견하면서 미래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한편 타라는 그녀의 언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괴물'도 함께 자란다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괴물이란 타라가 먹은 음식들, 써버린 물건들 등 그녀가 사용한 자원들을 말한다. 타라는 본인이 세상을 소비만 하고 돌려주지 못한다는 부채감을 '괴물'로 표현한다. " 나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균형을 잡고, 세상 속에 조심스레 발을 내디디며, 내가 남기는 흔적을 가능한 한 작게 만든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하루를 걷지 않으려 애쓴다. 가벼운 걸음. 여름 나비인 척하는 괴물." 타라는 1권에서부터 가지고 있던 로마의 세스테르티우스 동전 하나를 우연히 발견하곤, 로마의 역사에 대해 탐색하기 시작한다. 로마 시대의 동전에 대해 탐구하다가 문득 타라는 로마인들도 긴 여정 끝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고, 경계에 이르렀고, 조금 앞으로 움직였다가 다시 뒤로 물러섰으며, 결국 제국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정지되었음을 깨닫는다. 로마 제국의 팽창이 멈추어버린 것과 자신의 삶의 유사성을 발견한다. " 로마인들의 국경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동전. 로마 제국. 타라. 정리. 고정 . 땡. 우리는 같은 부류였다." 타라는 무언가를 움직이게 만드는 공허함을 무엇이라 부를지 고민한다. 타라는 이를 '관심', '지식에 대한 갈증', '역사에 대한 허기', '과거에 대한 그리움' 등이라 불러 보기로 한다. 그러다가 이것들은 정확지 않은 표현이며 '열린 공허', '목적 없는 불안'이라 정정한다. 그녀의 탐색은 계속되고 심화된다. 이제 탐색은 더 이상 굶주림이나 결핍도 아니고, 그리움도 갈망도 아니라고 말한다. 강의실과 식당, 박물관과 도서관을 오가면서 새로운 질문들과 새로운 해답들을 찾아간다. 2권의 마지막에서 타라는 11월 18일에 갇혀 있는 또 다른 존재를 알게 된다. 그의 이름은 헨리 데일이다. 2권의 마지막 날인 1144번째 11월 18일은 헨리 D라는 존재가 타라가 먼저와 있는 뮐러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1권에서 타라는 혼돈과 절망,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면 2권에서의 타라는 동일한 하루를 새롭게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발견해 나가는 주체적이고 순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즉 11월 18일은 탈출해야 할 감옥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의 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전체 7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3권부터는 시간의 루프 속에 갇힌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이 모여 이루는 작은 공동체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다. 놀라운 정신력을 가진 타라의 철학적 사유가 얼마나 더 확장되고 깊어질지 무척 기대가 된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레이발레 #국제부커상 #SF소설 #사변소설 #철학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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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타라는 11월 18일이라는 시간에 갇혀 있다. 매일 아침 같은 날짜가 반복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전작에서 122번째 11월 18일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던 타라는, 어느 새 11월 18일이라는 하루를 365개를 모았다. 벌써 1년이 지난 것이다. 같은 가을의 날들을 한데 쌓아 올린다고 해서 그것이 한 해가 될 수는 없는데, 다른 날로 이어지는 통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출구는 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남편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는 처음이자 유일한 날이지만, 타라에게만 똑같은 날들이 반복의 순환 속에 놓여진 것일까. 왜 시간의 균열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걸까. 1권에서 하루의 작동 방식을 조사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불규칙함 속에서 하루가 되돌아오는 시점을 찾으려 애썼던 타라는, 2권에서 대단히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새로운 계절이 오지 않는다면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페리를 타고 눈이 있는 북쪽으로 겨울로 향해 간다. 1월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들을 찾아내고, 계속 북쪽으로 나아가며 2월의 추위를 향해 간다. 그리고 계절의 수첩을 정보들로 채운다. 겨울 음식을 먹고 겨울옷을 사고,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닌다. 그리고 봄의 징후를 찾아 돌아다니고, 봄을 향한 갈망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늦여름의 도시들을 찾아 나서고, 가을의 거리들을 생각하며 계절의 조각들을 수집하며 새로운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사실 1권을 읽을 때만 해도 당장 2권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이 너무 신기했다. 무려 7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인데, 대체 별다른 사건도 벌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루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7권이나 되는 책으로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는 7부작이며 현재 5부까지 출간되었고, 1부가 2025년 국제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것은 소설 연작의 서막을 여는 첫 두 권이다. 전부터 궁금했던 솔베이 발레의 작품을 드디어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다. 솔베이 발레는 1990년대 덴마크 문학의 걸작 《법에 따르면》의 작가로 이 작품으로 30여 년 만에 세계문학계로의 복귀를 알렸다. “사변소설(SF) 장르에 있어서 시의적절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22년 북유럽의회문학상(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타임루프' 소재로 유명한 영화 〈사랑의 블랙홀〉이 개봉하기 6년 전인 1987년에 처음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소재는 유사해보여도 막상 작품을 읽어 보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쓰인 거라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다. 이번에 전체 7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를 읽었다. 같은 시간을 계속 반복해 겪게 되는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하면 일정한 패턴의 서사가 있게 마련인데, 솔베이 발레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 다양한 길이의 일기 형식으로 쓰였는데, #368에서 시작해 #1144까지... 거의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반복되는 11월 18월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최면에 걸린 듯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를 재구성하고, 그 속에서 존재의 의미와 삶에 대한 사유를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어떻게 타임루프에서 벗어나느냐보다,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일까에 대한 탐구가 더 밀도있게 펼쳐진다는 점이 이 작품만의 매력이다. 표지 이미지처럼 나선형으로 된 회오리에 점점 더 휘말리는 느낌으로 서서히 이야기 속으로 잠식되는 기분일 것이다. 각권의 분량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밀도 있는 이야기라 천천히, 깊이있게 읽어야 했다. 그렇게 그저 감탄하며 홀린듯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2권의 결말 또한 매우 충격적이다.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해서 독자들을 안달하게 하는 멋진 엔딩이었다. 자, 그래서 세 번째 이야기는 언제 나오나요? 궁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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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거나, 반대로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가 있습니다.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는 매일 아침 ‘11월 18일’이라는 같은 날로 리셋되는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타라 셀테르의 이야기입니다. 1권이 갑작스럽게 시작된 타임루프에 대한 혼란과 당혹감이었다면, 2권은 ‘수용’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아득한 모색입니다. 300일이 넘도록 11월 18일을 반복하며, 타라는 계절을 느끼고 싶어 북쪽으로, 또 남쪽으로 떠돌아다닙니다. 이러한 타라의 행동은 독자의 눈에 결코 단순한 SF나 장르 소설의 설정으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1.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깊은 공감 자식들 다 키워놓고, 혹은 매일 같은 터전으로 출퇴근하며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것만 같은 중년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타라가 겪는 고립과 침묵은 우리가 인생의 중반부에서 문득 느끼는 외로움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2. 소유와 관계의 의미 내가 가진 물건이 다음 날이면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리셋되고, 내가 나눈 대화를 상대방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 타라는 ‘내가 진정으로 가지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청춘의 열정을 지나 이제는 무언가를 채우기보다 비워내야 하는 나이가 되어서일까요? 그 질문이 유독 가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3. 스스로 만들어가는 계절 세상이 주는 시간은 멈췄지만, 타라는 이동을 통해 스스로 겨울과 봄을 찾아 나섭니다. 정해진 트랙 위를 달리는 삶이 끝났을 때, 비로소 나만의 정적과 나만의 속도로 삶의 '부피'를 측정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마치며 자극적인 반전이나 요란한 사건은 없습니다. 대신 차분하고 정갈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지나온 시간들과 지금 내 곁에 남은 소중한 관계들을 조용히 쓸어보게 만드는, 참 '어른스러운' 소설입니다. 삶의 한가운데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은행나무 #솔베이발레 #부피의계산에대하여1 #국제부커상 #SF소설
@eh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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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365일이 지나도록 11월 18일을 되풀이했다. 지난 1년 동안에는 타라의 거처와 남편이 있는 클레롱수부아의 춥고 황량한 날씨를 반복해서 맞닥트려야만 했다. 타라의 생체 시계에 언제 비가 그치고 다시 내리는지 또렷하게 새겨질 정도였다. 계절의 색감이 뚜렷하지 않은 날씨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계절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물론 어떤 날씨를 찾든 그날은 11월 18일로 국한되어 있지만 말이다. 타라가 도착한 곳은 덴마크. 겨울을 찾기 위함이었다. 겨울이라는 하나의 계절 안에서도 시기별로 날씨가 다 다른 만큼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를 거쳐 겨울의 강도를 높여갔다. 흰 눈과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11월 18일을 벗어난 듯한 해방감을 느껴본다. 타라는 항상 들고 다니는 수첩에 ‘계절의 수첩’이라는 이름을 붙여 그날의 행선지와 날씨, 감상을 적었다. 원래대로라면 순차적으로 흘렀을 나날들을 따라 봄, 여름의 날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점차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며 스스로를 세뇌하기도 했다. 그렇게 또다시 1년이 흘러 11월, 가을의 차례가 왔다. 11월 18일의 뒤셀도르프는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온화한 날씨였다. 그녀는 그 도시에 정착했다. 이보다 더 평온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안정감을 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뒤셀도르프는 그녀에게 평온만을 선사하지 않았고 예상치 못한 사고와 발견을 가져다주었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타라의 세계에서 그녀가 소비하는 것은 사라지기도, 남아있기도 했다. 다음 날이면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돌아왔지만 타라가 전날 먹은 음식이나 식자재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타라는 자신이 세상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괴물 같다고 느꼈다. 계절을 찾아 떠난 것은 이러한 감정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것이었을 테다. 매일 자신을 잊는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고독함과 자기 혐오감을 피하기 위해. 비록 도피에 불과했을지라도 새로운 것들을 보고 배워나가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시 멈춰 섰다. 자신의 세르테르티우스 동전을 주시하다 각성하듯 로마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했다. 시간에 대한 장난은 이 동전으로부터 비롯되었고, 로마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이 비밀이 풀릴 것이라는 듯이. 어느덧 2년이 되어가도록 현상을 빠져나올 수 있는 해답을 찾지 못하자 그녀가 택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번 시도에서도 해답을 발견할 수 없었다. 계절의 수첩, 세르테르티우스 동전에 이어 결국 또 다른 해답을 찾아 헤매게 될 운명이다. 그 과정에서 타라가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깊숙이 자신과 삶에 대해 파고들어 간다. 끊어져 버린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녀 자신의 존재를, 그녀가 세상에 차지하는 부피를 알게 되는 방법만은 분명하게 깨달아가고 있다.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베이발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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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내일이다. 내일이 사라지면 미래도 함께 사라진다. 시간은 미래를 약속하는 가장 오래된 질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베이 발레는 그 질서를 무너뜨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시간을 빼앗긴 뒤에도 인간은 미래를 가질 수 있는가. 이 소설은 그 불가능한 명제 위에 자신의 세계를 세운다. 1권에서 반복은 출구를 찾기 위한 시간이었다. 모든 시도는 내일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2권에서 반복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진다. 내일을 되찾기 위해 견뎌야 했던 하루는 어느새 그 안에서 삶의 방식을 새롭게 익혀가는 시간이 된다. 출구를 향하던 시선이 계절을 향하는 순간, 이 소설 역시 시간의 서사에서 삶의 서사로 방향을 튼다. 1년째 같은 11월 18일을 살아가는 타라 셀테르는 더 이상 출구만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시선은 시간에서 공간으로 옮겨간다. 앞으로 갈 수 없다면 옆으로 움직이면 된다. 북쪽에는 겨울이 남아 있고, 남쪽에는 아직 봄이 도착하지 않았다. 그녀는 도시를 이동하며 계절의 파편들을 수집한다. 시간을 건너지 못하는 사람이 공간을 건너 계절을 이어 붙이는 순간, 달력은 더 이상 삶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시간은 직선이지만 계절은 지리다. 이 한 문장으로도 작품의 세계는 거의 설명된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계절은 장소를 따라 흩어진다. 그래서 시간을 잃은 사람도 계절만큼은 잃지 않는다. 타라는 시간을 되찾지 못하지만, 계절을 다시 만들어낸다. 인간은 시간을 숫자로 기억하지 않는다. 어느 해의 4월보다 벚꽃이 늦게 피었던 봄을, 어느 해의 8월보다 숨이 막힐 만큼 뜨거웠던 여름 햇살을 더 오래 기억하곤 한다. 삶은 달력보다 계절의 감각으로 저장된다. 그래서 시간을 잃은 타라가 계절을 붙드는 일은 우연이 아니다. 계절은 시간을 대신하는 기억의 언어인 까닭이다. ‘계절을 가지려면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미래를 가지려면 그 역시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125쪽) 이라는 문장은 작품 전체를 떠받치는 하나의 축이다. 미래는 흘러오는 시간이 아닌 스스로 빚어내는 시간이라는 선언이다. 타라가 북쪽으로 향하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며, 봄과 여름을 ‘거짓말처럼’ 이어 붙이는 이유다. 그녀가 모으는 것은 계절이면서 동시에 미래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이 그 계절을 끊임없이 ‘거짓말’이라 부른다는 점이다. 봄의 거짓말, 여름의 거짓말. 계절은 실제가 아니다. 기상학자의 그래프를 따라 이동하며 잠시 빌려온 풍경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 거짓말은 이상할 만큼 진실하다. 인간의 삶 역시 그런 작은 허구들 위에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새해라는 이름도, 새로운 시작이라는 믿음도, 언젠가는 괜찮아질 것이라는 다짐도 모두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을 먼저 믿는 행위가 아닌가. 삶은 사실만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상상하는 능력이 오늘을 견디게 한다. 타라는 계절을 통해 삶을 다시 설득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기록은 기억을 보존하기 위한 행위로 읽히지 않는다. 계절의 수첩은 일기가 아닌 시간을 대신하는 장치다. 한 장 한 장 적어 내려가는 문장들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조금씩 조립하기 위해 존재한다. 시간이 멈춘 세계에서 기록은 미래를 향한 기술이 된다.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기록은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루를 살아내는 일과 하루를 남기는 일은 같은 의미를 품게 된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이동이 이 작품에서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존재 방식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타라는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오래 머물수록 괴물이 자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괴물은 절망이라기보다 정지한 의식이 스스로를 끝없이 증식시키는 형상에 가까워 보인다. 시간이 막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 삶은 다른 방향을 발명해야 한다. 타라가 선택한 방향은 ‘앞’이 아닌 ‘옆’이다. 시간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은 공간을 통과한다. 그녀의 여행은 목적지를 향한 이동이라기보다, 시간을 대신할 또 하나의 좌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오래 머문다는 것은 장소에 머무는 일을 넘어 하나의 감정에 머무는 일이기도 하다. 그녀는 삶의 호흡을 이어가기 위해 이동한다.
모든 시간이 앞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삶은 오래도록 같은 자리에 머물고, 어떤 사람은 달력 대신 계절을 따라 자신을 이어간다. 그래서 이 소설은 시간을 잃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넘어, 멈춰 있는 삶을 견디는 방식에 대한 아름다운 비유가 된다.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듯한 감각 속에서 오래 머물러 본 사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시간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타라의 이동이 얼마나 간절한 생존의 몸짓인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기다림 역시 하나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계절과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이들, 시간과 존재를 천천히 사유하는 철학적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국내에 아직 2권까지만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유난히 아쉽게 느껴질 것이다. 시간을 되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을 잃고도 삶을 계속 빚어내는 법을 보여주는 드문 소설. 그래서 다음 계절이, 다음 권이 조금 더 빨리 찾아오기를 바라게 된다. ✏️도서출판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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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나는 겨울로 가는 길을 찾아냈다. 그것은 새로운 삶이다. 계절이 있는 삶이다. (...) 계절을 가지려면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미래를 가지려면 그 역시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계절의 작은 파편들을 모은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는 1권에서 시작된 낯선 시간의 감각들이 이어진다. 끝없이 반복되는 11월 18일이라는 설정은 여전히 비현실적인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가장 현실적인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어제도 오늘도 같은 하루를 살아가지만, 사람의 마음은 결코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타라의 반복되는 시간은 감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가장 느린 사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2권에서는 '시간을 벗어나는 방법'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더 집중한다.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아침을 맞이하면서도 조금씩 달라지는 감정과 선택들이 쌓인다. 그 변화는 극적이지는 않지만 마음에 조금씩 쌓여간다. 우리는 모두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매일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이 비추어 보여준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작가는 반복이라는 소재를 긴장감만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불안과 외로움, 체념과 희망이 아주 잔잔한 문장 속에서 번갈아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특별한 사건보다 생각의 결을 따라가는 이야기라 처음에는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지면 오히려 그 느린 호흡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 된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데 사람의 내면은 계속 움직인다는 아이러니가 여운을 남긴다. 1권이 반복되는 시간이라는 설정 자체의 낯섦을 보여주었다면, 2권은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존재를 견디고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 시간은 날짜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라고 믿었던 순간에도 우리는 조금씩 변하고 있고, 그 작은 변화들은 결국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삶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모든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예상 밖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부분은 스포이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그 반전 때문에 앞에서 지나쳤던 수많은 사건과 생각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이 책은 총 7권으로 이루어져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첫 두 권만 번역되어 발매된 상태다. 앞으로 이어질 3~7권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은행나무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베이발레 #국제부커상 #SF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