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협지 또는 무협소설 하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허무맹랑한 괴담 정도? 어떤 문학적 가치도 찾아볼 수 없는 쓰레기? 아직 정리되지 않은 학생들의 흥미만 자극하여 결국은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괴물? 동양적 환타지? 무협이 소재인 소설? 문학작품? 무협소설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그러면서도 그 흐름이 자못 다른 그런 창작은 일찍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선입견들을 뛰어넘어 무협소설을 문학의 한 범주에 넣기 위해 쓰여진 것은 아닌 듯 하다. 이미 현실에서는 대중의 대부분이 그렇게 느끼든 소수 매니아에 의해서만 그렇든 간에 무협소설은 문학의, 특히 중국 문학의 한 장르로서 인정받고 있다. 북경대학을 비롯한 중국의 유수한 대학들에 무협소설, 특히 무협소설의 대부격으로 여겨지는 김용의 작품을 연구하는 과목들이 개설되어 있고, 김학이라고 불릴 만치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한국이라는 현실에서 무협소설이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고 그 들어온 소설들에는 무엇들이 있으며 중국에서 건너온 소설들에 의해 영향받은 한국의 무협소설사라든가 무협소설의 소재들, 무협을 다룬 영화, 만화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찰해보고 있다. 이는 문학에의 편견을 깨는 한 소중한 작업이자, 이제껏 홀대받던 무협소설의 제 위치를 찾아주는 그런 일련의 흐름의 첫 파고로서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명칭부터 정리를 해주는 게 필요하겠다. 무협지인가? 무협소설인가? "-誌"는 본래 삼국지, 열국지, 수호지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이 아니라, 어떤 역사서 중 품격이 높은 것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삼국지 연의가 통상 삼국지로 불리며 역사소설의 전형으로 불리자 그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무협소설도 무협지라는 명명을 거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무협지는 그 이름이 사용됨에서 그닥 긍정적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바, 오히려 부정적인 양상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그래서 그냥 무협을 소재로 한 소설로서, 무협소설이라 함이 정당한 표현으로 사료되어 이후에는 그렇게 고정하여 쓰고자 한다. 소설의 한 하위범주임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기도 하다.
무협소설의 역사에서부터 구무협, 신무협, 한국에서의 무협소설 등등은 책에 수록된 글들에서 자세하게 고찰하고 있다. 그 소스의 빈곤함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워낙 무협소설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라는 것이 전무했던 한국 지형의 척박함 탓이라고 할 수 있으니, 무어라 따질 수는 없다.
나는 무협소설에 대해 폄하의 시선으로 일관하는 이들에게 늘 권하는 것이 김용의 작품들이다. 특히 천룡팔부라든가 녹정기, 소오강호 같은 작품들은 무협소설도 문학의 고전 반열에 당당히 자리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한국무협으로는 좌백의 작품들을 권할 수 있다. 대도오라든가 생사박, 야광충 등 그의 일련의 작품들은 무협의 전형적인 틀을 깨고 인생사에 관한 짤막한 질문들을 속속 던져주고 있다.
소설을 좋아한다면, "무협"을 소재로 한 소설도 읽어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