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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꿈이다 아니다》, 꿈과 현실의 옥신각신이 기술과 욕망의 옥신각신과 옥신각신하면서...
"김중혁 《꿈이다 아니다》, 꿈과 현실의 옥신각신이 기술과 욕망의 옥신각신과 옥신각신하면서..." 내용보기
얼마 전 운전 중 라디오에서, 사람이 어떤 영화를 보는 순간 뇌에 쌓인 이미지를 모니터 등에 재생할 수 있는 ‘뇌 활동 기반 영상 복원’ 기술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떠한 영화를 보고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라고 출연자가 이야기하였는데 그녀가 그러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직까지는 그 기술 수준이 걸음마
"김중혁 《꿈이다 아니다》, 꿈과 현실의 옥신각신이 기술과 욕망의 옥신각신과 옥신각신하면서..." 내용보기

  얼마 전 운전 중 라디오에서, 사람이 어떤 영화를 보는 순간 뇌에 쌓인 이미지를 모니터 등에 재생할 수 있는 ‘뇌 활동 기반 영상 복원’ 기술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떠한 영화를 보고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라고 출연자가 이야기하였는데 그녀가 그러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직까지는 그 기술 수준이 걸음마 단계가 아닐까 짐작한다. (하지만 인공 지능의 발전 속도를 생각한다면...)


  “루팅은 달리의 비밀 서비스예요. 고객들의 꿈 아카이빙을 이용해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여는 거죠. 보통의 마인드 업로딩 방식은 정신을 정보 단위로 추출해서 이전하는 거잖아요. 루팅은 생이 전체의 기억, 인지의 흐름 전체를 꿈의 세계에 정착시키는 방식이에요. 좋아하는 꿈을 50개 정도 고르면, 인간의 ‘소울’을 꿈 아카이빙 속에다 넣을 수 있어요. 죽기 전에 루팅을 하면 영원히 죽지 않고 꿈에서 살아가는 거죠.” (pp.29~30)


  그러한 이야기를 접한 터이니 《꿈이다 아니다》 속의 꿈 관련 기술들을 그저 신기루처럼 들여다보지는 않게 된다. 꿈을 영상으로 변환해주는 회사인 달리, 뇌파 데이터를 수집하는 도구인 달리글라스가 그렇다.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소설 속 회사 달리는 회비를 내는 사람에 한하여 영상을 제공하고, 드림 큐레이터를 통해 ‘꿈 해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간의 욕망은 기술 개발의 도구이고, 기술 개발의 결과는 다시 인간의 욕망을 부채질한다.


  “갈라는 신세계였다.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은 이미 원주민이 살고 있는 곳이었지만, 갈라 속 세상은 완벽하게 새로운 곳이었다... 갈라는 신세계였다. 새로운 영토였다. 이 정도면 사기칠 만했다.” (pp.63~64)


  소설은 달리의 새로운 차기 수익 모델인 (죽음 뒤의 영원한 꿈 속 삶을 제공하는) ‘루팅’, 그리고 루팅의 베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갈라‘ 서비스와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코마 상태를 겪어야 하는 오빠인 주이창과 여동생인 주이연이 여기에 엮이게 된다. 주이창은 달리에서 일하면서, 그리고 주이연은 형사로서 서비스에 침투하여 사건들을 만들고 해결한다.


  “... 악의 트라이앵글은, 각자의 욕망에 충실했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탐하지 않았다. 도재호는 달리와 갈라를 통해 돈을 벌고 싶어 했고, 이기태는 꿈의 지도를 만들어 인간을 통제하고 싶어 했고, 오지상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서 종교의 의미를 실현하고 싶어 했다. 도재호는 갈라에서 멈추지 않고 루팅이라는 방법을 고안해냈으며, 오지상은 루팅을 통해 죽음을 극복하는 신이 되고 싶어 했고, 이기태는 인간의 육체를 실험 장비로 사용할 수 있게끔 다양한 약을 제공했다.” (pp.175~176)


  주이창을 부추기는 것은 이기태, 오지상, 도재호로 이어지는 ’악의 트라이앵글‘이고, 주이연을 이용하는 것은 ’에레보스 꿈 연구소‘의 한가진이다. 달리의 사장인 도재호 등은 갈라 그리고 루팅 서비스가 가져올 디스토피아적 현실에 눈 감는다. 도재호와 함께 기술을 개발하였던 한가진은 이를 알고 이 서비스들을 방해하기로 한다. 현실에서 만나지 않던 주이창과 주이연은 갈라 서비스 안에서 만난다.


  “갈라의 세계는 무한대로 넓고, 한없이 아담한 곳이다. 유일한 교통수단은 생각과 마음이다. 생각보다 가깝다고 생각하면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고, 마음만 잘 먹으면 더 빨리 움직일 수도 있다. 꿈속의 물리 법칙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갈라에서는 1분 만에 깨닫게 된다. 갈라의 하늘에는 블랙홀 같은 게 사방에 널려 있는데, 일종의 지뢰다. 거기에는 자신이 업로드하지 않은 무의식의 풍경에 나타나는데, 그걸 보고 놀라는 순간 꿈에서 깨게 된다.” (p.214)


  과거의 김중혁은 현실에 발을 딱 붙인 상태에서 가공할만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기괴한 공간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김중혁은 현실에서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렇기 때문에 저절로 가능해지는 상상력 안에 독자들을 안주하게 만들고 있다. 김중혁의 이야기가 주던 신선함의 시공간이 그립다. 그건 그렇고 아래의 〈작가의 말〉은 좋았다. 머릿속 이야기를 좀더 그럴싸하게 소분하여 내놓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소설의 출발점은 하나가 아닐 때가 많다. 인생의 많은 순간이 동시다발적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출발시키고, 작가는 그걸 수습하고 모으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출발선이 정확히 어딘지도 모른 채 달리다가 결승선에 도착하는 셈이다. 물론 거기가 결승선이 아닐 수도 있지만 계속 달렸다가는 평생 한 편의 소설만 쓰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지. 작가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평생 한 편의 소설을 쓰고 있는데, 작가는 그걸 소분해 책으로 써서 파는 사람들이다.” (p.310, 〈작가의 말〉 중)



김중혁 / 꿈이다 아니다 / 안온북스 / 311쪽 / 2026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6.07.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