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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숲, 책방지기의 책방살이[소소책방 책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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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는 저에 대한 이미지 중 하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입니다. 음, 기준이야 각자 다르기 때문에 맞다 아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그런데요.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독서량보단 넘지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고 떳떳이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저의 기준은 1년 백 권 이상. 권수로 굳이 기준을 잡자면 그렇다는 것이지 박웅현씨처럼 20~30권을 읽어도 정독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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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는 저에 대한 이미지 중 하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입니다. 음, 기준이야 각자 다르기 때문에 맞다 아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그런데요.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독서량보단 넘지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고 떳떳이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저의 기준은 1년 백 권 이상. 권수로 굳이 기준을 잡자면 그렇다는 것이지 박웅현씨처럼 20~30권을 읽어도 정독하시는 스타일이라면 다독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은 책을 읽는 속도보다 책을 사는 속도가 훨씬 빠른 사람이지요. 즉 북리더라기보다 북컬렉터에 가깝다고 할까요. 서가에 빽빽히 꽂힌 책등을 눈으로 쓰다듬으면 '흐뭇'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순간이 옵니다. 딱, 그 수준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지요.

 

책을 읽으면 일단 재미있습니다. 독서의 시작은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에서 지적 희열로, 타자에 대한 이해로, 자기 성찰로 확장되고 여물어지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이과정은 보이지도 않는데다 직접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당장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서히, 서서히. 어떤 골격이 갖추어지고 영글어지는 것이 점차 선명해지는 느낌이랄까요. 그것이 꼭 책만으로 된 것은 아니지요. 경험과 세월(나이)이 더해져 화학작용을 합니다. 생각할 거리가 생기면 덥석 물어 곱씹고 뒤집어보고 헤집어보는 그 즐거운 고통이 그리워 자꾸만 중독자처럼 책을 또 만나러 가게 만들지요.

 

어쨌거나 책을 좋아하다보니 남들 눈엔 유별나 보일 수 있는 관심사가 몇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특정 작가의 책은 예약 구매를 할 정도로 모으려 한다거나, 표지가 예쁜 책이 보이면 바로 사버린다거나 '아~ 책방이나 하면 좋겠다'라고 상상하는 등. 책도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로  관심있기 때문에 돈을 쓰고 몰입하는 것이겠지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점도 좋아합니다. 아마 대부분 대형서점보다 동네서점에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대형서점은 저절로 가게 되는데 동네서점은 마음 먹고 가는 경우가 많지요. 애써 가야하는 하는 곳이 대형서점보다는 동네 서점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도(군 단위) 과점체제이던 동네 서점 두 개가 이젠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자연독점의 상태가 돼버렸네요. 이렇듯 동네 서점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최근에 알게 된 동네서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 서점에 가고 싶어한지 몇 개월이 지나가네요. 진주문고. 우리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중소도시인 진주시에 있는 서점입니다. 문화행사나 책 진열 방식 등이 제 마음에 들어서 어떤 분이 운영하시는 곳인지 만나고 싶었고 한권의 책일지라도 그 서점에서  책을 사고 싶었습니다. 몇 개월을 벼르고 별렀건만, 며칠 전 겨우 간 곳은 본점이 아닌 지점이었습니다. 그것도 영화 시작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억지로 서점을 둘러보러 갔어요. 주어진 시간은 고작 5분. 오랜만에 서점에 온 아들도 신이 났는지 책 하나 사달라 조르네요. 아들이 고른 책을 얼른 결제하려던 찰나 제 눈에 띈 책 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떤 책인지, 정보는 전혀 없는데 제목은 어디선간 들어본 듯한 책이어서 덥석 함께 사버렸던 책입니다.

 

서설이 길었네요. 책에 관한 저의 생각을 짧게 나마 이야기해야 이 책에 빠진 이유가 설명될 수 있기에...... 이 책은 헌책방을 운영하는 조경국씨의 '책방일지'입니다. 진주에 '소소책방'이 있다네요. 기약은 없지만 언젠가 진주문고 본점 가는 날, 소소책방도 둘러볼 생각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반갑고 설렌 이유는, 딱 제 맘 같은 책방지기의 '책 사랑' 때문입니다. 이 분이 하시는 말씀에서 책에 대한 무한 애정이 그리고 그 애정을 실천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답니다. 연신 '맞아맞아' 하며 즐겁게 읽어갔습니다. 책 읽던 순간을 상상만하여도 기분이 좋습니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말이죠.^^

 

'책방일지'이기 때문에 2015년 1월~5월까지 쓴 짧은 글들을 묶었습니다. 헌책방을 하실 정도이니 이미 책도 많이 읽으셨을테고 소설 쓰기 모임도 하신다는데 글솜씨도 있으셔서 그의 글이 착착 달라붙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지만 글로 표현하지 못했던 저의 마음을 이 분이 대신해서 쭉쭉 써 내려 가주신 것 같이, 그렇게 착착 달라붙는 글입니다.

 

 

책방지기의 머릿글에 나온 책방일지를 쓴 이유를 여기에 옮겨봅니다.

책방일지를 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책방의 현재를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절 즐거이 다녔던 책방들이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중앙서점, 문화서점, 지리산, 송강서점... 그 외 사라진 많은 책방들이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을 채우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기억조차 선명하지 않습니다. 사라지기 전에 글 한 줄,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책방일지는 사랑했던 책방과 책을 위한 송가(頌歌)이기도 합니다. (6p)

 

이 책의 첫 페이지에 쓰인 내용입니다. 머릿글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소소책방 일지에 제가 빠지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답니다. [소소책방 책방일지]는 시집 크기만한 판본, 재생지를 활용했는지 무게 또한 가볍습니다. 일지 형식이니까 끊어 읽기 좋은 구성이기도 하고요. 즉 휴대하기 좋은 책, 짧은 시간 틈틈이 읽어나가기 좋은 책입니다. 챕터마다 생각에 잠기게 하는 '거리'들을 주기 때문에 서둘러 읽을 강박이 전혀 없습니다. 저는 얼른 읽고 말았지만요. 이 분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제 입맛에 맞게 달착지근 요리해주셔서 앉은 자리서 후루룩 마셔버렸지요. 행복했습니다. 이런 책을 만나니까 행복에 겨워 자꾸 웃음이 났습니다.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고, 보일 때마다 손닿을때마다 펼쳐보고 싶네요.

 

헌책방지기라서 출판된지 좀된, 연식이 제법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저를 더욱 집중하게 만듭니다. 이런 책도 있었구나, 아, 구해 읽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등 제 안에 숨은 설렘이 생명의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콩닥이게 합니다.

 

(구술로 만든 책)

 

 

 

이 책이 왜 좋은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음이 답답합니다.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수가 없네."(40p) 딱 그 심정입니다. 그는 독서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단순한 삶"(66p)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정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간 정치인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해진 말이 있죠. 바로 '저녁이 있는 삶'. 책방지기는 독서의 전제 조건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합니다. 혼자있는 저녁 이후의 시간에 우리는 몰입의 강도가 세집니다. 책방지기에게도 그랬다고 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누려본 그는 그 시절에 가장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읽은 책들 덕분인지 그가 발췌하고 인용한 문장이나 단락이 포함된 책의 분야가 다양합니다. 저의 명치에 턱턱 걸리는 것들은 따로 옮겨 적기도 했습니다. 그 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나오는 한 문장이 책방지기가 '나이 먹을수록' 와닿았다고 했는데 제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 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후지와라 산야의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책이기도 한데요, 책방지기에게도 그랬나봅니다. 그가 발췌한 '슬픔'에 대한 글이 왜이리 와 닿을까요. 슬픔의 언저리에 계속 머물러 있는 제게 '구원의 빛' 같은 문장입니다.

인간의 일생은 무수한 슬픔과 고통으로 채색되면서도, 바로 그런 슬픔과 고통에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받고 위로받는다는, 삶에 대한 나의 생각과 신념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 같다. 슬픔 또한 풍요로움이다. 거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 타인에 대한 한없는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결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꺼지지 않는 성화이기 때문이다.(70p)

 

1월부터 3월까지 쌓인 일지는 많았는데 화사한 봄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4월, 5월은 글 분량이 적어 한 챕터로 묵었네요. 들뜬 봄기운에 눌려 책방지기의 마음은 책방 바깥에 가 있었던 건 아닐까요. 글이 잘 안써지는 계절이 봄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5월의 일지엔 달랑 2개의 글이 있네요. 행사가 많은 5월이 책방지기에게도 영향을 주었나봅니다. 책방일지 <봄편>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부록으로 간디학교 교사 이임호 선생님의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스무 가지 단상]이 들어 있습니다. 책방지기가 <함께 읽고 싶은 글>로 이임호 선생님의 글을 실은 것입니다. 이 글은 제가 두고두고 꺼내 읽을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스무 가지 단상이지만 글이 깁니다. 박학다식함을 기본으로 깊이와 풍미가 있는 글입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분명한 논조와 확신이 숨은 글입니다. 고수에게서나 뿜어나올만한 글의 기운입니다. 그렇다고 어렵지는 않습니다. "선생님 책은 왜 읽어야 해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이 글을 복사해서 그 아이에게 던져주고 싶습니다. (참고로 저는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소소책방 책방일지]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의 책방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소책방이 속한 지역의 문화, 인문학, 교육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임호 선생님도 진주 인근 산청에 있는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 계시는 분이지요. 책방지기는 진주 지역의 글쓰기 소모임 <손바닥 소설 쓰기>를 이끌고 있으며 소소책방에서 문화행사나 강연을 주관하기도 한답니다.

 

(책방지기가 가장 좋아한다는 사진집. 기억해두기 위해 찰칵, 구할 수 있으려나)

 

수도권에 집중된 지성, 문화, 예술 등이 지역으로 뻗어나가야 합니다. 경제력의 집중이 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구조는 또다른 지역 불균형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지역에 작은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열렬히 반가워해야 할 일입니다. 미미한 힘이라도 주어야 지역의 문화가 성장합니다. 지역의 색깔이 살아납니다. 다양성의 가지가 뻗어 문화 예술의 풍성한 꽃을 피웁니다. 이것은 지역 시민들의 의식 성장과 지적 수준을 힘껏 올려줄 것입니다. 여러 불균형과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 때 사회적 소외로 인한 불안이 해소됩니다. 너그럽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심적 토양이 기름지게 되지요. '미미한' 움직임이지만 소소책방과 책방이 만들어내고 있는 '자잘한' 움직임에 힘을 보태려하는 '거창한' 이유입니다. 운영의 어려움으로 책방문이 닫힌다면 우리 지역의 문화와 시민의식이 한뼘 닫히는 거라고 볼 수 있기에. 오지에 사는 제가 할 수 있는 '자잘한' 동조는 무엇일까. 소소책방의 책방일지를 정기구독하는 것일 겁니다. 혹시 소소책방이 있는 진주시에 가게 된다면 진주의 동네서점에 들러 책을 몇 권 살 것이고요. 아직 우리가 서로에게 거창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부담을 안을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역량과 의지만큼 행동하면 됩니다.

 

소소책방의 책방지기님, 기다리세요. 책방지기님이 꾸준히 책방일지를 내게끔 간접적 압박을 위해 정기구독 신청할테니까요! 책방일지를 들고 소소책방에 가면 꼭 사인을 해주세요. 다음 편을 열렬히 기다리겠습니다. (남해에서, 소소책방에 빠진 바다소녀(아줌마 ㅠㅠ)가)

 

 

#며칠 후,

소소책방을 찾아갔으나

[외출중 ]이라는 팻말과 함께 묻은 굳게 닫혀있었다.

사인 받으려고

들고 간 책을 문간에 대고

인증샷만 찍어왔다.

 

 

 

YES마니아 : 로얄 g********s 2015.08.29. 신고 공감 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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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헌책방에서 길어올리는 이야기꽃 (소소책방 책방일지 1호)
"작은 헌책방에서 길어올리는 이야기꽃 (소소책방 책방일지 1호)" 내용보기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18작은 헌책방에서 길어올리는 이야기꽃― 소소책방 책방일지 1호 조경국 글·사진 소소문고 펴냄, 2015.6.30. 1만 원  경남 진주는 여러모로 예쁜 곳이라고 느낍니다. 진주를 가로지르는 남강도 예쁘고, 남강을 둘러싼 나무도 예쁘며, 남강 숨결을 느끼면서 이곳에서 삶을 짓는 사람들도 예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렇게 예쁜 고장에 아기자기하게 깃들어 ‘마
"작은 헌책방에서 길어올리는 이야기꽃 (소소책방 책방일지 1호)" 내용보기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18



작은 헌책방에서 길어올리는 이야기꽃

― 소소책방 책방일지 1호

 조경국 글·사진

 소소문고 펴냄, 2015.6.30. 1만 원



  경남 진주는 여러모로 예쁜 곳이라고 느낍니다. 진주를 가로지르는 남강도 예쁘고, 남강을 둘러싼 나무도 예쁘며, 남강 숨결을 느끼면서 이곳에서 삶을 짓는 사람들도 예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렇게 예쁜 고장에 아기자기하게 깃들어 ‘마을 책살림’을 가꾸는 조그마한 책방도 예뻐요.


  진주 고속버스터미널 건물 2층에 〈소문난 책방〉이 있습니다. 남강 다리 둘레에 〈동훈서점〉이 있습니다. 봉곡광장 네거리 한쪽에 〈형설서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건너편 2층에 〈소소책방〉이 있습니다.


  이들 헌책방은 저마다 다른 숨결로 책을 다룹니다. 저마다 아기자기하면서 알뜰살뜰 책을 아끼는 손길로 책손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네 군데 헌책방을 찾아나서려고 기쁘게 진주마실을 할 만하고, 진주사람은 네 군데 헌책방을 신나게 나들이를 할 만합니다.



지난 시절 즐거이 다녔던 책방들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중앙서점, 문화서점, 지리산, 송강서점, 그 외 사라진 많은 책방들이 지금도 마음 한구석을 채우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기억조차 선명하지 않습니다. 사라지기 전에 글 한 줄,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6쪽)




  《소소책방 책방일지》(소소문고,2015) 1호를 읽습니다. 진주에 있는 예쁜 헌책방 네 곳 가운데 2013년 11월 11일에 문을 연 〈소소책방〉 책방지기 조경국 님이 글을 쓰고 사진을 넣어서 엮은 ‘헌책방 잡지’입니다.


  헌책방을 이야기하는 잡지로는 서울에 있는 〈공씨책방〉에서 모두 아홉 권으로 선보인 《옛책사랑》이 있습니다. 1988년부터 1990년까지 나왔습니다.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에서 모두 열한 권으로 선보인 《우리말과 헌책방》도 있습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나왔습니다. 여기에, 진주에서 곱게 책살림을 가꾸는 〈소소책방〉이 《소소책방 책방일지》라는 이름으로 2015년 여름에 ‘헌책방 잡지’ 1호를 선보입니다. 예쁜 책살림에 걸맞게 예쁜 꾸밈새로 태어난 자그마한 책은 앞으로도 한결같이 이야기꽃을 길어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책방은 완전 난리법석입니다. 새해를 맞아 서가를 더 들이기 위해 내부 정리 중입니다. 계속 책은 느는데 공간이 부족해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다음주까진 아마 어수선하겠군요. 공방에서 열심히 서가를 만들고 있는데, 혼자서 하고 있는지라 진도가 더딥니다. (14쪽)



  헌책방 〈소소책방〉 책방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곳 누리집(http://sosobook.co.kr)에 들어가면 읽을 수 있습니다. 헌책방 책살림을 꾸리는 책방지기 가운데 ‘책방일지(책방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책방일지를 쓰더라도 공책에만 쓰시곤 하는데, 서울 홍은동에 있는 〈기억속의 서가〉 책방지기 한 분은 책방 누리집(http://cafe.naver.com/daeyangbook)에 틈틈이 책방 이야기를 올립니다.



제가 보기에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서관이나 책방에 부모님이 함께 가는 겁니다. (40쪽)


이리저리 골목을 훑으며 책방이 있는지 찾았지만 건물 안에 번듯하게 있는 책방은 딱 두 군데였고, 대부분은 사진처럼 난전을 펼쳐놓고 책을 팔았다. 추위도 아랑곳 않고 사진 속 책방 어르신은 책읽기에 몰두했다. 손님이 와도 조용히 인사만 건네고 읽기를 계속했다. 책방지기의 제일 큰 즐거움은 책을 파는 데 있지 않고, 들어온 책들을 열심히 읽는 데 있다는 것을 무시로 깨닫는다. (54쪽)




  작은 헌책방에서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작은 헌책방을 가꾸는 일꾼이 책을 만지면서 느낀 온갖 생각을 갈무리해서 ‘이야기씨’를 책시렁마다 심으면, 작은 헌책방으로 찾아온 책손은 책시렁을 살며시 둘러보면서 ‘이야기씨’를 얻고, 이 이야기씨는 무럭무럭 자라서 잎이 돋고 꽃이 핍니다. 책방지기하고 책손이 도란도란 생각을 주고받는 사이에 이야기꽃은 고요히 지고, 이야기꽃이 지면서 ‘이야기알(이야기 열매)’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작은 헌책방에서 ‘이야기씨’란 무엇일까요? 바로 책 한 권입니다. 작은 헌책방 일꾼은 ‘버려진 책’을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살핍니다. ‘되살릴 책’을 차곡차곡 그러모아서 정갈하게 닦고 손질합니다. 헌책방지기 손을 탄 책 한 권(이야기씨)는 헌책방 책시렁에 얌전히 놓이고, 이 책을 알아보려고 책방마실을 한 사람(책손)은 기쁘게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가슴에 책 한 권을 품습니다.


  책손이 책방마실을 하면서 가슴에 책 한 권을 품기에, 비로소 이야기씨가 싹을 틀 수 있습니다. 책손이 책 한 권을 장만해서 첫 쪽을 넘기기에, 비로소 ‘싹이 튼 이야기씨’에 잎이 돋습니다. 책손이 책 한 권을 즐겁게 읽는 동안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책손이 마지막 쪽을 덮고서 눈을 가만히 감고 생각을 갈무리하는 사이에, 어느덧 이야기알이 맺혀요.


  씨앗을 심어서 싹이 트고 잎이 돋으며 꽃이 피도록 마을 한쪽에서 ‘이야기밭’이요 ‘이야기터’ 구실을 하는 곳이 바로 ‘마을책방(동네책방)’입니다. 작은 책방 한 곳은 작은 텃밭 구실을 할 뿐 아니라, 작은 이야기터 노릇을 합니다. 아주 많은 사람이 모일 만한 광장은 못 되지만, 여러 사람이 도란도란 모여서 웃음꽃으로 이야기잔치를 벌이는 다락방 같은 자리가 되는 마을책방입니다.




“아빠, 왜 사람 죽이는 이런 책을 읽어?” 아이가 서가에 있는 책들을 보고 물었습니다 … 대답은 “공부하려고.”였죠. 궁색한 대답이긴 하나 일부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명쾌하게 이 책들을 읽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더군요. 아이가 고개를 갸웃하곤 더 이상 호기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랄까요. (84쪽)


달력이나 질긴 사료부대 속종이를 잘라 책싸개를 했죠. 이렇게 쓰고 보니 굉장히 오래된 일인 듯하군요. 제가 나이를 그리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먼 옛날 옛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이군요. 하하, 며칠 전 아이에게 새 교과서 책싸개를 해 줄까 물었는데, “촌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14쪽)



  진주에 있는 예쁜 헌책방 〈소소책방〉 책방지기는 이녁이 삶으로 늘 마주하고 겪는 이야기를 수수하게 들려줍니다. 딸아이하고 나눈 이야기를 적고, 혼자서 생각에 잠긴 이야기를 적으며, 책 한 권을 읽다가 깨달은 이야기를 적습니다.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책방일지로 남긴 뒤, 《소소책방 책방일지》로 묶습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책방지기 스스로 사랑하고 아끼면서 돌보는 작은 책터에서 피어나는 모든 노래를 글 한 줄하고 사진 한 점으로 갈무리합니다.


  무엇보다도 이제껏 ‘다른 사람이 쓰고 엮고 펴낸 책’을 다루는 책방이었으면, 앞으로는 ‘책방지기가 손수 쓰고 엮고 펴낸 책’을 함께 다루는 책방이 됩니다.


  바로 이 책방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나눕니다. 바로 이곳 진주에서 책방을 가꾸는 마음을 실은 책을 나눕니다.




헌책방은 버려질 책들의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350권쯤, 꽤 많은 책이 들어왔는데 차에서 책을 내리며 바로 분류 작업을 했습니다. 폐지 모으는 어르신께서 버릴 책은 바로 챙겨 달라 부탁하셔서 책방으로 들이지 않고 바로 길에서 버릴 책, 살릴 책을 나눴습니다. 가져온 책 절반 넘게 어르신께 드렸습니다. 헌책방 책방지기로 보람을 느낄 때는 내 손을 거치지 않았으면 폐지가 되었을 책들을 살렸을 때죠. (117쪽)



  책은, 많이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책은, 즐겁게 읽으면 됩니다. 책은, 꼭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책은, 사랑으로 읽으면 됩니다. 책은, 지식이 아닙니다. 책은, 스스로 지식을 찾는 길에 동무가 되어 주는 숨결입니다. 책은, 결과가 아닙니다. 책은, 꿈을 이루는 삶길을 걸어가면서 생각을 북돋우는 이웃입니다.


  어떤 책을 손에 쥐든, 책을 손에 쥔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책이 달라집’니다. 즐겁게 노래하는 마음으로 책을 손에 쥐면, 어떤 책을 읽더라도 가슴 가득 즐거움이 샘솟습니다. 시무룩하거나 슬픈 마음으로 책을 손에 쥐면, 어떤 책을 읽더라도 마음자리에 시무룩하거나 슬픈 기운이 감돕니다.


  슬픈 책이나 기쁜 책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슬픈 마음일 때에는 책을 슬프게 읽고, 기쁜 마음일 적에는 책을 기쁘게 읽습니다. 너르고 따스한 마음일 때에는 책을 너르고 따스하게 맞아들이고, 아프거나 지친 마음일 적에는 책을 아프거나 지친 몸으로 받아들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게 더 큰 이유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존’을 위해 늦게까지 일할 수밖에 없는 경쟁 사회에선 저녁이 있는 삶을 찾는다는 건 사치에 가깝습니다. 주말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예전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독서가 쉽지 않더군요. 일이 아니더라도 저녁엔 무어 그리 약속이 자주 잡히는지. 책을 펴는 시간은 집에 돌아오고 한밤이 되어서야 가능할 때가 많았습니다. (159쪽)



  책을 즐겁게 읽으면서 삶을 즐기는 사람이 차츰 늘어날 수 있기를 빌어요. 책을 사랑스레 읽으면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날 수 있기를 빕니다. 마을에 깃든 작은 헌책방이나 새책방으로 책마실을 다니는 사람이 차근차근 늘어날 수 있기를 꿈꾸어요. 경남 진주에 있는 예쁜 헌책방 〈소소책방〉에서 빚은 《소소책방 책방일지》는 인터넷서점에서 장만할 수 있지만, 일부러 진주마실을 하면서 책방에서 손수 장만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자그마한 책방은 기쁘게 노래하는 마음으로 문을 엽니다. 서울에서 인터넷신문 기자로도 일했고, 사진책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기도 한 〈소소책방〉 책방지기인 조경국 님은 어릴 적부터 가슴속에 품은 꿈을 마흔 살 나이가 되어서 이루었다고 합니다. 어떤 꿈을 꾸었을까요? 책방지기가 꿈이었고, 헌책방 책방지기가 온누리에서 가장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꿈을 날마다 삶으로 누리는 책방지기가 빚는 조촐한 글과 사진으로 묶은 《소소책방 책방일지》는 눈부시게 피어난 꽃으로 겉그림을 꾸밉니다. 언제나 꽃 같은 마음이요, 언제나 꽃 같은 책방이며, 언제나 꽃 같은 이야기입니다. 4348.7.2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h*******e 2015.07.22. 신고 공감 2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