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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의 침묵은 없었다, 우리가 듣지 못했을 뿐.?
"400년의 침묵은 없었다, 우리가 듣지 못했을 뿐.?" 내용보기
구약의 마지막 책과 신약의 첫 책 사이에는 약 400년의 시간이 놓여 있다. 우리는 이 시간을 흔히 중간기 혹은 침묵기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시간일까? 오히려 그때 유대인들은 수많은 제국의 지배를 견디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신들의 신앙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제2성전기 유대 문헌 입문>은 바로 그동안 잘 보이
"400년의 침묵은 없었다, 우리가 듣지 못했을 뿐.?" 내용보기

구약의 마지막 책과 신약의 첫 책 사이에는 약 400년의 시간이 놓여 있다. 우리는 이 시간을 흔히 중간기 혹은 침묵기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시간일까? 오히려 그때 유대인들은 수많은 제국의 지배를 견디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신들의 신앙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제2성전기 유대 문헌 입문>은 바로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저자는 제2성전기 유대교를 하나의 모습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페르시아와 헬레니즘, 로마의 영향이 차례로 이어지는 가운데 유대인들이 처한 상황도 달랐고, 그에 대한 반응 역시 다양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율법과 전통을 더욱 엄격하게 지키려 했고, 어떤 이들은 변화하는 문화 속에서 자신들의 신앙을 설명하려 했다. 또 어떤 이들은 다가올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을 바라보며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가 희년서, 에녹서, 쿰란 문서, 시락서, 필론, 요세푸스 등의 문헌에 남아 있다.



이 책은 방대한 문헌을 하나씩 다룬다. 특별히 저자는 '경계’와 ‘중재’라는 틀을 사용해 당시 유대인들이 무엇을 지키려고 했고,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기억과 절기, 음식과 정결, 공간과 권위 같은 것들은 생활 규칙을 넘어 자신들이 누구인지 잊지 않기 위한 중요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예언의 시대가 지나간 뒤에는 지혜와 천사, 환상과 기록, 해석 등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종말과 부활, 심판과 회복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도 살펴본다.



누구든 이러한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제2성전기 문헌을 오래된 유대 문헌의 모음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안에는 제국의 압박 속에서 신앙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율법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종말에 대한 기대를 살펴보면서,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여러 표현과 사상이 왜 당시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았는지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다니엘서의 ‘인자’, 부활과 심판에 대한 기대, 천상 세계와 중재자에 대한 생각 등이 어떤 역사적, 사상적 환경 속에서 발전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신약성경을 더 입체적으로 읽는 데 분명한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제2성전기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구약과 신약 사이에 존재하는 빈 시간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신약이 등장하기까지 유대 사회와 신앙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성경을 살펴보면서도 간혹 그 시대의 문헌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네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 간격을 메워 주는 좋은 출발점이 되었다.



다만, 책이 쉬이 읽히지 않을 독자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차라리 성경을 더 깊게 보고 싶은 신학생이나 목회자, 성경의 역사적 배경에 관심 있는 독자는 좋아하지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희년서나 에녹서, 쿰란 문서와 같은 일차 문헌을 직접 살펴보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기리라.



400년은 침묵이 아니었다. 우리가 찾아보지 못했던 것일뿐,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하나님을 붙들고 끊임없이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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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2 2026.08.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