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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랑은 늘 시작할 때보다 끝난 뒤에 더 오래 남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사랑이 남긴 흔적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했고, 기다렸고, 믿었고, 또 멀어졌던 시간들이 한 장면씩 그림처럼 떠올랐다. 제목은 사랑의 결과이지만, 단순히 사랑이 끝난 뒤의 상처만을 말하는 책은 아니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감정은 왜 오래 지워지지 않는지, 끝난 마음이 왜 다시 나를 비추는지 묻는 책이었다. 이 책은 소설이면서 동시에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문장은 길게 설명하지 않는데도 장면마다 색이 있었다. 검은 배경 속에서 희미하게 번지는 빛처럼, 사랑의 감정도 선명하게 말해지기보다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그래서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어떤 문장은 읽자마자 지나가지 않고 마음 안에 걸렸다. 사랑을 말하는데도 달콤함보다 쓸쓸함이 먼저 왔고, 이별을 말하는데도 완전히 차갑지만은 않았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그 시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의 시작보다 사랑의 끝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이 시작될 때 우리는 보통 설렘과 기대를 먼저 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사랑이 내게 무엇을 남겼는지, 나는 그 사랑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그 지점을 아주 섬세하게 건드린다. 사랑이 아름다웠는지, 아팠는지, 후회였는지, 성장인지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그 모든 감정이 한 사람 안에 함께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자주 조용해졌다. 책 속에서 사랑은 한 가지 색으로만 남지 않는다. 사람마다 사랑의 색이 다르고, 끝의 모양도 다르다. 어떤 사랑은 분홍빛처럼 따뜻하게 남고, 어떤 사랑은 죽어버린 색처럼 어둡게 남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어두움조차 완전히 미워할 수 없었다. 사랑이 남긴 상처와 기억은 결국 내가 지나온 시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마음, 정리하고 싶어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 관계, 끝났지만 끝났다고 말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이 책 안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사랑을 무조건 아름답게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랑에는 기대도 있고, 집착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도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 안에는 때로 내가 나를 얼마나 외롭게 두었는지에 대한 고백도 숨어 있다. 이 책은 그 복잡한 마음을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사랑이란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이고, 사람은 사랑을 겪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읽다 보면 결국 이 책은 타인을 향한 사랑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나를 향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를 오래 바라보던 눈이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과정처럼 읽혔다. 사랑이 끝난 뒤 남는 것은 상대에 대한 기억만이 아니었다. 그때의 나, 그 사람 앞에서 작아졌던 나, 기대했던 나, 버티던 나, 그리고 다시 살아가려는 내가 함께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슬픔은 무너지게 하는 슬픔이 아니라, 가만히 나를 돌아보게 하는 슬픔이었다. 그림과 문장이 함께 있어서 더 특별했다. 글을 읽다가 그림을 보면 문장으로 다 말하지 못한 감정이 색으로 이어졌다. 그림을 보고 다시 글을 읽으면 마음이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페인팅노블이라는 형식이 낯설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 형식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사랑이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림이 더 많은 말을 해주는 순간이 있었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아직도 마음 한쪽에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오래 붙잡게 될 것 같다. 사랑의 결과는 끝이 아니라 남겨진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일이 나를 망가뜨리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 어떤 끝은 다시 나를 살펴보게 만드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이 책은 빠르게 읽고 덮는 책이라기보다 천천히 넘기며 감정을 따라가야 하는 책이었다. 문장과 그림 사이에 멈춰 서는 시간이 많았다. 사랑이 지나간 뒤에도 마음 안에 남아 있는 색을 조용히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사랑의 끝을 통과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어둡고도 부드러운 빛을 쉽게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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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래 전 <어둠의 양보>로 만난 적이 있다. 이후 <바다 하늘 바람, 그녀>로 다시 만났다.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사이공 나이트>는 늘 궁금했다. 하지만 수많은 신간 속에서 그의 이름은 조금씩 마모되었다. 책장에서 가끔 보이는 <어둠의 양보> 표지가 아니었다면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 신간이 나왔는데 ‘페인팅노블’이란 단어가 보인다. 작가가 직접 그린 12점의 강렬한 회화가 텍스트와 함께 어우러졌다고 한다. 어떤 방식일까? 잠깐의 호기심은 책을 받으면서 혼란으로 가득했다. 크기가 작다. 시집보다 작다. 두께도 하드커버가 아니었다면 두툼한 시집보다 얇었을 것이다. 이런 외형보다 나를 더 혼란스럽게 한 것은 활자의 배열과 글의 크기다. 키워진 폰트의 크기, 시 같은 단어와 문장들. 가운데 정렬로 표시된 각 쪽의 모습들. 이런 외형적 혼란은 글을 읽으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노골적인 표현, 자극적인 장면들이 거침없이 나온다. 한 편의 포르노그래피 같은 느낌이지만 잠시 고민하게 한다. 편집후기를 보면 음란해 보였던 그 단어와 문장을 다르게 해석이 가능하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갇혀 있던 나의 인식의 벽이 무너졌다. 한 편의 긴 장편시 같은데 왜 글자의 크기를 그렇게 키웠을까? 가운데 정렬은 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그가 사랑한 가수 레너드 코언은 한두 곡을 제외하면 잘 모른다. 그의 노래 제목이 작은 제목이 되었지만 낯설다. 이 낯섦과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표현들은 읽으면서 고민하게 한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열두 점의 강렬한 유화들은 순간적으로 시선을 멈추게 한다. 그러다 아바나에 대한 생각으로 빠져든다. <아바나 리브레>란 소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책 속에 나온 여성들과 아바나는 어디까지 사실일까? 읽은 내내 뛰어난 가독성과 함께 밖으로 드러난 형식에 생각이 머문다. 글자의 배열, 크기, 글자의 간격 등이 무슨 의미일까? 그의 출판사가 아니었다면 이 책의 출간이 가능했을까? 약간 부정적이지만 누군가는 좋아할 지도 모른다. 솔직히 책을 다 읽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 가끔 시집처럼 곁에 두고 한두 쪽씩 읽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