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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부른 이야기, 끝내주는 책을 기막히게 찾고 파는 이야기장수의 장사 수완
"될성부른 이야기, 끝내주는 책을 기막히게 찾고 파는 이야기장수의 장사 수완" 내용보기
책을 쓰는 ‘작가’라고 하면 신춘문예에 등단한 사람만 진짜라 치부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개나 소나 작가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책 속 사진을 몇 장 찍어 SNS에 올리면, 그럴듯한 느낌을 줘서 인기를 얻는 책. 다 읽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은 조금은 뻔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글의 책도 많다. 인생에 대한 응원이나 괜찮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엇비슷한 책이 연
"될성부른 이야기, 끝내주는 책을 기막히게 찾고 파는 이야기장수의 장사 수완" 내용보기

책을 쓰는 ‘작가’라고 하면 신춘문예에 등단한 사람만 진짜라 치부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개나 소나 작가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책 속 사진을 몇 장 찍어 SNS에 올리면, 그럴듯한 느낌을 줘서 인기를 얻는 책. 다 읽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은 조금은 뻔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글의 책도 많다. 인생에 대한 응원이나 괜찮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엇비슷한 책이 연일 출간되고, 블로그에 몇 줄의 글을 배설하듯 싸질러 놓고는 스스로를 작가라 칭하는 이들도 생겨났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압축적인 메시지를 담아 쓰기도, 읽기도 쉽지 않은 시,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야 하는 소설은 필력을 칭송하거나 존경받지만, 일기처럼 자기 얘기를 풀어내는 에세이는 유독 ‘책 같지 않은 책’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아니라는 부정어가 붙은 ‘비문학’으로의 분류는 이런 평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학창 시절 작문 수업만 되짚어봐도 수필이나 에세이, 산문 쓰기를 과제를 내주기는 했어도 소설이나 시 쓰기를 시키지는 않았듯, 에세이는 가장 쉽게 접하고 만만한 장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에세이만큼 쉽게 가까이할 수 있는 장르도 없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것은 마다하지 않을 터. 누군가의 다이어리나 블로그에 끄적여둔 글을 읽듯 한 사람의 마음과 인생을 헤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에세이의 매력은 고급스럽지는 않아도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침이 고이게 하는 길거리 포장마차의 분식처럼, 무슨 맛인지 알기에 당기는 그 특유의 매력이 있다.


문학동네 계열사인 출판사 이야기장수. 이야기장수에서 출간되는 책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에세이이다.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고 누구나 쓸 수 있다는 평을 받는 장르이지만, 유독 이곳에서 나오는 에세이들은 하나같이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책도 그 책을 쓴 사람에게도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떻게 이런 사연을 가진, 이런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을 찾아냈을까 싶을 만큼 한누군가의 인생을 맛깔나게 버무려낸 책의 뒤에는 한결같이 이연실 대표가 있다.


보통 출판사 하면 출판사의 이름이나 대표작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이야기장수를 떠올릴 때면 과감한 패션에 화려한 안경테를 쓴 편집자, 이연실 대표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야기장수의 SNS 계정만 살펴봐도, 수많은 책의 편집과 출판 과정 그리고 도서전 등의 행사를 진행하며 매일 같이 땀에 전 앞머리와 만화 속 캐릭터처럼 터질듯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렇게 책이 좋을까’ 신기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책을 한 권 만들어낼 때마다 수많은 웃음과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 과연 책을 팔기 위한 하나의 장사 전략일까 아니면 뼛속까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일까 궁금하기만 했는데, 그녀가 쓴 《에세이 만드는 법》을 통해 이연실이라는 사람을 그리고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에세이를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주는 팁을 담은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불황이라 모두가 어렵다는 출판계에서 출간해 내는 책마다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그녀이기에, 자신이 만들어낸 성공담이랄까 혹은 자랑이 나열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이 책은 에세이를 만드는 법이 아니라 ‘에세이를 사랑하는 편집자의 연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류로 평가받지 못하고 천대받는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내 새끼가 얼마나 예쁜지, 여러분 여기 와서 보세요’ 하며 그녀는 절절한 사랑을 고백하고 매력을 어필한다. 평상시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보고 나면 에세이가 얼마나 매력적인 장르인지, 한 권의 책을 탄생시키기 위해 현업에서 출판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면 항상 앞표지와 뒤표지를 가볍게 훑어본 뒤, 띠지를 빼놓고 독서를 시작한다. 하다못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면 띠지는 애초에 구경조차 할 수 없으니 띠지는 별 의미 없는 영역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녀는 이 띠지 하나에도 열을 올리는 사람이다. 앞·뒤표지와 다른 메시지를 넣고 싶어서 문구 한 줄도 쉬이 쓰지 않는 사람이라니, 이렇게나 애타는 마음으로 쓴 책을 어찌 읽지 않을 수 있을까.


출판사의 대표이니까, 책을 팔아야 돈을 번다는 밥벌이의 시각이 아니다. 어떤 사람의 인생을 그냥 알고 지나칠 수 없어서, 그의 인생 중 어느 한 부분을 장작처럼 패고 묶어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싶은 그녀의 바람은 어떤 면에서는 참 순수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미련할 정도로 바보 같다. 하지만 그 푹 빠져든 몰입의 마음 때문에 그 진심이 뜨거운 물에 우러난 찻잎처럼 책에 녹아들어, 그 진한 진심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될 것 같은 책을 고르는 편집자, 혹은 잘 팔릴 것 같은 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묵묵히 뒤에서 빛나도록, 조명을 밝혀주는 역할을 기꺼이 끌어안는 책 노동자. 그동안 에세이를 오해하고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이 미안할 만큼 그녀의 ‘에세이 편집기’는 많은 잔상을 남겨주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나의 이야기도 들어보라며 풀어놓고 싶어지고, 또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펼쳐낼까 기대도 가득해진다.


이 책은 에세이라는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이나 혹은 에세이를 ‘아무나 쓰고 쉽게 만드는 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도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바꿔주는 계기로 만들어줄 것 같다. 본인의 이름을 남기는 일은 아니지만 책과 사람을 남기는 노동에 그저 기쁘고 감사한 사람.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낸 에세이가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자주 찾는 장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기필코 독자들도 나처럼 이 책을 좋아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로 열심히 즐거운 작전을 짜는 그녀의 매일이, 에세이를 다시 부흥시키는데 기여하는 발걸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2*****u 2026.08.2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