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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머문 자리, [페루에서 온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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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머문 자리, [페루에서 온 신사] [마리아나]📕안드레 애치먼 작가 / 비채 안드레 애치먼의 [페루에서 온 신사], [마리아나]는 사랑이라는 거대한 파도의 시작과 끝, 혹은 빛과 그림자를 마주 보게 하는 한 쌍의 거울 같은 작품이다. 여름날의 마법처럼 불현듯 찾아오는 사랑의 낭만과 모든 것이 휩쓸고 지나간 뒤 홀로 남겨진 이의 고독이 두 권의 책 속에 각기 다른 매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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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머문 자리, [페루에서 온 신사] [마리아나]

📕안드레 애치먼 작가 / 비채 


안드레 애치먼의 [페루에서 온 신사], [마리아나]는 사랑이라는 거대한 파도의 시작과 끝, 혹은 빛과 그림자를 마주 보게 하는 한 쌍의 거울 같은 작품이다. 여름날의 마법처럼 불현듯 찾아오는 사랑의 낭만과 모든 것이 휩쓸고 지나간 뒤 홀로 남겨진 이의 고독이 두 권의 책 속에 각기 다른 매력으로 펼쳐진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 가슴 앓이를 해본 이들이라면,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활자 위로 자신의 지나온 과거를 투영하게 될 것이다. 

<페루에서 온 신사>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을 여행하던 젊은 미국인 일행이 보트 고장으로 한 고급 호텔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그들은 속을 알 수 없지만 묘한 아우라를 풍기는 라울을 만난다. 일행의 과거와 비밀, 심지어 미래까지 보는 듯한 신비로운 이방인인 라울과의 만남은, 한여름 밤의 마법 같고도 시간을 초월한 운명적인 사랑의 기억 속으로 이끌어준다. 


<마리아나>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연인에게 띄우는 짧고 강력한 형식의 소설이다. 열병 같았던 사랑이 끝난 후, 세상의 풍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본인의 모습과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차분한 시선으로 되짚는다. 폭풍이 지나간 폐허 위에서 지난 사랑의 기억을 회상하며, 그 파편들을 모아 스스로를 다독이는 한 인간의 내밀한 고백을 담고 있다. 


살아가면서 빠져들 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만나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거절을 경험해 보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외면에 속상해본 적이 평생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늘 머릿속에 맴돌지만 다가갈 수 없어 그의 행적을 남몰래 궁금해했던 시간들. 이런 먹먹한 마음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 두 책은 이러한 사랑의 다면적인 얼굴을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페루에서 온 신사]가 죽음마저 넘어, 돌고 돌는 기적 같은 사랑의 기억을 이야기 한다면, [마리아나]는 떠난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남겨진 사람의 내면을 마주하는 책이다. 


두 작품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이러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깊이 좋아하고 사랑을 겪어낸 후에는 결코 사랑을 하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랑은 때로는 우리 스스로 고통을 겪게 하고 삶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하지만 사랑이 폭풍처럼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상실과 고통만이 남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는 이전과는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된, 새롭게 변화한 나 자신이 남는다. 사랑이 끝난 뒤 지독한 혼자가 되었을 때 상처 입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또한 누군가의 다정한 사랑과 보살핌이듯, 우리는 고통 속에서도 나를 변화시키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들은 다가갈 수 없어 가슴 아파했던 시간과, 사랑이 끝난 뒤의 상실감까지 모두 겪어낸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이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고통마저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변화한 자신을 인정하게 된 분이라면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이 휩쓸고 간 자리엔 고통 대신, 기꺼이 변화를 견뎌낸 새로운 내가 남을 뿐이다. 




📓이 글은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마리아나 #페루에서온신사 #비채 #안드레애치먼 #서평 #서평단 #도서협찬

j****0 2026.08.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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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온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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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온 신사>는 여름의 해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비밀이나 과거를 맞히는 둥 어딘가 신비하고, 신묘한 분위기를 가진 신사의 이야기를 앞세워 순애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저는 평소에도 뭔가 일이 어긋나면‘다음 생의 내가 더 잘해주겠지’하는 타입이라 그건 사랑에도 예외가 없습니다.책을 읽고 떠오르는 사람이, 그리고 사랑이,다음 생에도 똑같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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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온 신사>는 여름의 해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비밀이나 과거를 맞히는 둥 어딘가 신비하고, 신묘한 분위기를 가진 신사의 이야기를 앞세워 순애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평소에도 뭔가 일이 어긋나면

‘다음 생의 내가 더 잘해주겠지’하는 타입이라 그건 사랑에도 예외가 없습니다.


책을 읽고 떠오르는 사람이, 그리고 사랑이,

다음 생에도 똑같이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이탈리아의 눈부신 여름 해변처럼 찬란하게 반짝거리는 제가 그려집니다.


🐢뭘 먼저 읽으면 좋겠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마리아나를 먼저 읽고, 페루에서 온 신사를 읽으셔라~ 라고 하고 싶습니다.


마리아나를 통해 아픈 상처를 마주하고 나를 돌아보며 회복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페루에서 온 신사를 통해 사랑의 상처 이후 더 나은 사랑을 한 나를 떠올리라고 추천드리고 싶네요 😌


📍출판사 비채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비채 #페루에서온신사 #마리아나 #안드레애치먼

z***z 2026.08.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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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다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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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사랑을 얼마나 오래 마음이 품을 수 있을까. 페루에서 온 신사는 신통한 능력을 가졌다. 그 사람의 삶 이전을 들여다 본달까. 신사는 느긋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고, 마고이자 마리아인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휴가를 즐겼다. 모두들 신사 라울의 신성한 능력을 감탄할 때 마고만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어쩐지 날이 서 있는데도 라울은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그것마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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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사랑을 얼마나 오래 마음이 품을 수 있을까. 페루에서 온 신사는 신통한 능력을 가졌다. 그 사람의 삶 이전을 들여다 본달까. 신사는 느긋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고, 마고이자 마리아인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휴가를 즐겼다. 


모두들 신사 라울의 신성한 능력을 감탄할 때 마고만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어쩐지 날이 서 있는데도 라울은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그것마저 이미 모두 있었을 테지. 우연한 계기로 둘은 점심을 함께하며 가까워지는데, 아니 이걸 가까워졌다고 해야 하나? 마고가 마리아였을 때의

기억을 되찾는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40년 전의 둘의 서사가 서서히 드러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둘은 티격태격하며 가까워지는 건 똑같다. 


둘의 서사가 시작되기까지 아주 천천히 시간이 흐르는데, 라울의 능력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데 연관이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라울은 비극적인 사건을 막지 못했고 마리아를 잃었으니까. <페루에서 온 신사>를 읽으면서 사랑의 유효 기간에 대해 생각했다. 짧은 만남과 긴 기다림 그리고 40년 후의 또 이어진 짧은 만남. 얼마나 더 긴 세월을 기다려야 라울과 마리아는 이어질까.


<페루에서 온 신사>와 <마리아나>는 모두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짧은 만남 이후에 오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하나 다르다면, <페루에서 온 신사>는 서로를 그리워한다면, <마리아나>의 그리움은 혼자만의 것이라는 거다. 여름날처럼 뜨겁고 찬란한 사랑은 금세 끝나버리지만, 그 기억은 오래오래 남아 마음을 달군다.

q********2 2026.08.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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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이 다른 ‘페루에서 온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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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제공]사랑은 첫 출발 후 중간역인 연애를 들려 마지막역인 결혼까지. 사랑이 직선으로 쭉 이어진다면 쉽지 않겠지만 굽이굽이 같이 한 시간들을 함께 생각해 보면 그 무엇보다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받았을때 첫 느낌은 여름, 사랑, 밝음이 느껴졌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느낀건 생각하는 사랑보다 훨씬 거대한 감정이 꼭꼭꼭 숨어들어 사람의 마음속에 그리움이라는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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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제공]


사랑은 첫 출발 후 중간역인 연애를 들려 마지막역인 결혼까지. 

사랑이 직선으로 쭉 이어진다면 쉽지 않겠지만 

굽이굽이 같이 한 시간들을 함께 생각해 보면 그 무엇보다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받았을때 첫 느낌은 여름, 사랑, 밝음이 느껴졌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느낀건 

생각하는 사랑보다 훨씬 거대한 감정이 꼭꼭꼭 숨어들어 

사람의 마음속에 그리움이라는 감정으로 변한것 같았다. 


일단 [페루에서 온 신사]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표지의 색상이 강렬하진 않지만 색이 없지는 않아서 

신사분의 사랑이야기가 궁금했다. 


주인공 ‘라울’은 매년 여름 방문하는 이탈리아,

보트가 고장나 같은 호텔에서 지내게된 젊은 친구들. 

식당에서 라울이 도움을 주며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면서 초반부 서사가 정리된다. 


이 수수께끼 같은 신사는 오래전 자신의 사랑에 대해 얘기를 하고,

라울의 일반사람과는 다른 능력으로 

자신에 대해 많이 아는듯 해 ’마고‘는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같이 온 친구들보다 라울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마고는 다니는 곳에서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이야기가 길지 않지만 점점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라울이 모든 일을 마고에게 고백하고 

마고의 감정이 다양해지는 부분이 책의 절정이었다. 


한 생애에서 이루어진 인연이 다음 생에 바로 이어지지 않고 

긴 시간을 돌고 돌아 톱니바퀴처럼 둘이 맞아지는 생에는 

지금껏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완성했으면 한다. 


시간, 사랑, 기다림. 페루에서 온 신사는 이 세단어가 책의 중요 포인트 같다. 

m*******0 2026.08.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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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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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애치먼의 『마리아나』와 『페루에서 온 신사』는 원래 한 권의 책에 함께 실린 두 중편이다. 비채가 두 작품을 나란히 소개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마리아나』가 사랑의 종결 이후를 바라본다면, 『페루에서 온 신사』는 죽음과 시간까지 건너 사랑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상상한다. 하나는 이별 뒤의 기억을, 다른 하나는 상실 이후에도 지속되는 욕망을 다룬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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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애치먼의 『마리아나』와 『페루에서 온 신사』는 원래 한 권의 책에 함께 실린 두 중편이다. 비채가 두 작품을 나란히 소개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마리아나』가 사랑의 종결 이후를 바라본다면, 『페루에서 온 신사』는 죽음과 시간까지 건너 사랑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상상한다. 하나는 이별 뒤의 기억을, 다른 하나는 상실 이후에도 지속되는 욕망을 다룬다. 그러나 두 작품의 관심은 사랑의 시작이나 연애의 사건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애치먼이 오래 응시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경험을 통과한 인간의 변화다. 누군가를 사랑한 뒤에는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관계가 사라진 뒤에도 그 변화만은 현재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두 작품을 관통한다.


『마리아나』에서 이 문제는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선명해진다. 이탈리아에서 이타마르를 만난 마리아나는 짧고 강렬한 사랑을 경험하고, 관계가 끝난 뒤 그에게 편지를 쓴다. 하지만 이 편지에서 중요한 것은 수신자의 응답이 아니다. 이미 떠난 사람에게 계속 말을 거는 행위 자체가 마리아나의 시간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함께했던 장면과 말들을 되짚으며 사랑이 시작된 순간부터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반복해서 통과한다. 과거는 지나간 사건으로 정리되지 않고 현재의 의식 속에서 계속 수정된다. 이타마르가 떠난 뒤에도 마리아나의 삶에는 그와 함께 있을 때 발견했던 욕망과 감각,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자기 자신의 모습이 남는다. 그래서 그녀가 상실한 것은 한 사람만이 아니다. 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 자기 자신 역시 상실의 일부가 된다.


이때 애치먼의 사랑은 상대방을 소유하는 관계와 상당한 거리를 둔다. 타인은 나의 삶에 들어와 나를 변화시키는 존재이며, 그 변화는 상대가 떠난다고 해서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의 경험이 한 인간의 자기 인식을 바꾸어놓는다면 관계의 지속 여부만으로 그 사랑의 성패를 판단하기도 어려워진다. 마리아나가 이타마르를 계속 기억하는 이유 역시 그가 특별히 완전한 사람이어서라기보다, 그를 통해 자신 안에 존재하던 무엇인가를 처음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대상은 기억 속에서 점차 하나의 인물인 동시에 하나의 시기가 된다.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 속에서만 가능했던 자아의 형태까지 함께 기억되는 것이다.


『마리아나』의 편지는 연애편지이면서 기억의 형식이기도 하다. 애치먼에게 기억은 지나간 시간을 보관하는 기능보다 현재의 감정을 다시 구성하는 힘에 가깝다. 마리아나는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그때의 자신을 다시 만난다. 같은 사건도 현재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한때는 사랑의 증거였던 말이 나중에는 이별의 징후로 바뀐다. 사랑했던 순간은 과거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기억하는 사람의 현재가 달라질 때마다 과거 역시 조금씩 모습을 바꾼다. 그래서 사랑의 종결 이후에 남는 것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현재의 자신을 계속 만들어가는 하나의 시간이다.


『페루에서 온 신사』는 이 사고를 현실의 시간 바깥까지 확장한다. 아말피 해안의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라울은 타인의 통증을 치유하고 그들이 숨겨온 삶의 일부를 알아맞히는 기묘한 인물이다. 오래전 사랑했던 마리아를 사고로 잃은 그는 수십 년이 지난 뒤 만난 마고에게서 그녀의 흔적을 발견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환생이라는 초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진행되지만, 애치먼이 바라보는 것은 환생의 진위보다 한 인간에게 과연 현재의 삶만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다. 라울이 말하는 ‘그림자 자아’는 실제로 살아온 나의 뒤편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능성의 나를 가리킨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존재했을 사람, 다른 시간에 누군가를 만났다면 경험했을 사랑, 살아보지 못한 삶까지도 현재의 자아를 구성한다는 발상이다. 사랑은 이처럼 한 사람의 현재를 과거와 미래, 그리고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까지 이어놓는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시간을 바라본다. 마리아나는 이미 끝난 사랑을 기억 속에서 반복하며 ‘다르게 될 수 있었던 우리’를 상상한다. 라울은 시간 자체를 건너 ‘다시 만날 수 있는 우리’를 믿는다. 전자가 기억을 통해 과거의 가능성을 복원한다면 후자는 환생을 통해 가능성을 현재로 불러온다. 현실에서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가능했던 세계, 애치먼이 ‘그럴 수도 있었던 것’과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설명해온 가능성의 영역이 두 작품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삶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택하지 않은 길과 만나지 못한 사람, 하지 못한 말과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미래까지 끌어안은 채 현재를 살아간다. 사랑은 특히 이 가능성의 영역을 넓힌다. 사랑에는 언제나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을 시간 너머로 연장하려는 욕망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페루에서 온 신사』에서 라울이 마고를 마리아와 겹쳐 바라보는 순간, 과거의 사랑을 보존하려는 마음은 현재의 한 사람을 과거의 이미지 안에 가둘 위험을 갖는다.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하는 일과 눈앞의 사람을 그 사람의 대체물로 바라보는 일은 다르다. 애치먼은 이 차이를 명확한 윤리적 선언으로 설명하기보다 라울과 마고 사이의 불안정한 관계 속에 배치한다. 과거를 잃지 않으려는 욕망이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랑에는 소유하려는 충동이 따라붙지만, 상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나의 기억과 욕망으로 완전히 환원될 수 없는 독립된 세계임을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두 작품에서 상실은 사랑의 반대편에 놓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 가진 성격을 드러내는 조건으로 작동한다. 사랑했던 사람이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 함께 상상했던 미래가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사랑은 현재의 감각을 강렬하게 만든다. 『마리아나』의 마리아나에게는 지나가버린 시간이, 『페루에서 온 신사』의 라울에게는 죽음으로 끊긴 시간이 현재를 향해 되돌아온다. 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부재한 사람과 관계를 지속한다. 그 과정에서 사랑은 더 이상 두 사람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감정이 아니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을 해석하는 방식 전체를 바꾸는 경험이 된다.


애치먼의 작품에서 사랑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사랑은 행복한 상태로 오래 유지되는 감정이라기보다 인간의 감각과 기억, 시간의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사건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그의 인물들은 사랑했던 사람보다 그 사랑을 경험하면서 달라진 자신을 더 오래 데리고 살아간다. 『마리아나』의 편지는 그 변화를 기록하는 형식이고, 『페루에서 온 신사』의 환생은 그 변화를 시간의 경계까지 밀어붙이는 장치다. 현실적인 실연과 초현실적인 재회라는 전혀 다른 외형을 갖추었지만 두 작품의 내부에서는 같은 일이 일어난다. 사랑이 지나간 뒤에도 인간은 그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왜 반복되는가. 상실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애치먼의 두 작품은 이에 대한 낙관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집착과 후회와 그리움의 자리로 데려간다. 그럼에도 사랑을 경험한 사람에게 그 이전의 안전한 상태로 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사랑은 삶에 하나의 가능성을 열고, 그 가능성이 사라진 뒤에도 그것을 경험했던 사람의 감각을 바꾸어놓는다.


결국 『마리아나』와 『페루에서 온 신사』가 함께 보여주는 것은 사랑의 전과 중과 후가 서로 단절된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랑하기 전에는 가능성이 있고, 사랑하는 동안에는 자아가 변하며, 사랑이 지나간 뒤에는 기억과 상실, 살아보지 못한 삶이 남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통과한 인간은 다시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이 삶을 안전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 삶의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 없는 삶은 상처받을 일도 적을 것이다. 그러나 타인을 향해 자신을 열어본 경험이 없다면 인간은 자신의 세계가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애치먼이 두 작품에서 집요하게 바라보는 것은 바로 그 확장이다. 누군가를 사랑한 뒤에는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뿐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자신까지 삶에 남는다. 사랑은 떠난 사람을 붙잡아두는 힘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이전과 다른 존재가 되어버리는 사건이다. 그래서 사랑이 끝난 뒤에도 사랑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기억 속의 한 장면으로 남는 대신,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일부가 된다.


✏️도서출판 비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s******6 2026.08.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 페루에서 온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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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안드레 애치먼의 『페루에서 온 남자』는 지중해의 햇살 아래에서 벌어지는 조금 특별한 휴양지 이야기인것마냥 시작된다. 그런데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으로 여행을 온 미국인 친구들 앞에 페루에서 온 라울이라는 낯선 남자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묘하게 전개된다. 그는 사람의 과거와 미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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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안드레 애치먼의 『페루에서 온 남자』는 지중해의 햇살 아래에서 벌어지는 조금 특별한 휴양지 이야기인것마냥 시작된다. 그런데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으로 여행을 온 미국인 친구들 앞에 페루에서 온 라울이라는 낯선 남자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묘하게 전개된다. 그는 사람의 과거와 미래, 어쩌면 전생까지 들여다보는 듯한 말을 건네는 남자기 때문이다.


일행 중 마고는 낯선 남자 라울에 대해 처음부터 적대감을 드러내지만, 갈수록 왜인지 자신이 이 남자를 알고 있으며, 관광을 하다가도 처음 방문하지만 익숙한 곳인 것 같다는 기시감을 느끼고 라울에게 설명해달라고 한다. 


이에 대해 라울이 말하는 평행세계와 다른 삶의 가능성이 흥미로웠다. 내가 지금 선택하지 않은 길에는 어떤 내가 살아가고 있을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사랑도, 삶도 달라졌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이다. 


애치먼 특유의 미련의 감정이 돋보이면서도, 그러나 역시 애치먼답게, 사랑을 아주 달콤하게만 그리지는 않는 책이다. 사랑에는 욕망도 있고, 망설임도 있고, 결국 서로에게 너무 늦게 도착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설레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여행지의 풍경처럼 아름답고, 꿈처럼 조금 비현실적인데 이상하게 감정만큼은 아주 생생한 이야기다. 시간 여행 속 결코 완성되지 않을 미완의 사랑이 안드레 애치먼의 뜨거운 여름과 푸른 바다의 풍경 안에서 완성되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페루에서온신사 #비채 #안드레애치먼

YES마니아 : 플래티넘 s*****5 2026.08.1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영원한 사랑이란 영원히 함께하는 사랑이 아니에요. 끝난 뒤에도 계속 살아남는 마음이에요.
"영원한 사랑이란 영원히 함께하는 사랑이 아니에요. 끝난 뒤에도 계속 살아남는 마음이에요." 내용보기
이 소설은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의 여름을 배경으로 해요. 레몬 향, 바다, 마티니, 늦은 오후의 빛. 그 속에서 수수께끼의 신사 라울이 들려주는 한 사랑 이야기가 시작돼요.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마음에 박힌 말이에요.객관적으로는 아주 짧은 순간들이에요. 하루의 대화, 한 번의 눈맞춤, 바다 위에서 느끼는 행복. 그런데 인간의 기억은 시간의 길이대로 저장되지 않아요. 어떤 여름
"영원한 사랑이란 영원히 함께하는 사랑이 아니에요. 끝난 뒤에도 계속 살아남는 마음이에요." 내용보기

이 소설은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의 여름을 배경으로 해요. 레몬 향, 바다, 마티니, 늦은 오후의 빛. 그 속에서 수수께끼의 신사 라울이 들려주는 한 사랑 이야기가 시작돼요.

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마음에 박힌 말이에요.

객관적으로는 아주 짧은 순간들이에요. 하루의 대화, 한 번의 눈맞춤, 바다 위에서 느끼는 행복. 그런데 인간의 기억은 시간의 길이대로 저장되지 않아요. 어떤 여름의 며칠이 평생의 기억이 돼요.

이 소설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질문이에요.

"사랑에 있어서 운이 좋은 사람이 있긴 한가요."

사랑은 만났다고 행운도, 헤어졌다고 불행도 아니에요. 사랑했던 순간 자체가 축복이면서 동시에 상처일 수 있어요.

기억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어요. 사랑은 사람에게만 저장되지 않아요. 계절과 냄새와 풍경에도 오래 머물어요. 그래서 레몬 향을 맡거나 여름이 돌아오면 이미 끝난 사랑이 다시 현재처럼 살아나기도 해요.

운명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처음 만났는데 오래 알았던 것 같은 사람. 어쩌면 운명이란 예정된 만남이 아닐 수 있어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에게 우리가 붙인 이름인지도 몰라요.

이 소설에서 가장 따뜻하게 닿은 말이에요.

어떤 사람이 내 삶에 들어온 뒤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영원해요. 영원이란 아주 긴 시간이 아니라, 한순간이 평생 사라지지 않는 것이에요.

제가 문장을 기록하는 것도 이와 닮아 있어요. 책 한 권이 잠깐 스쳐도 어떤 문장은 오래 남아요. 그 문장이 인스타그램 '오늘의 다정'을 만들었어요. 182권의 순간들이 그렇게 쌓였어요.

끝난 사랑이 아직 마음에 남아 있는 분께, 어떤 여름이 유독 오래 기억되는 분께, 영원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모든 분께 이 소설을 건네고 싶어요.

어떤 사랑은 함께한 시간보다 훨씬 오래 남아요. 🌿


📌 도서 제공 안내 

서평단 모집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제 마음의 울림을 담아 정성껏 기록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m*********4 2026.08.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