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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머문 자리, [마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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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머문 자리, [페루에서 온 신사] [마리아나]📕안드레 애치먼 작가 / 비채 안드레 애치먼의 [페루에서 온 신사], [마리아나]는 사랑이라는 거대한 파도의 시작과 끝, 혹은 빛과 그림자를 마주 보게 하는 한 쌍의 거울 같은 작품이다. 여름날의 마법처럼 불현듯 찾아오는 사랑의 낭만과 모든 것이 휩쓸고 지나간 뒤 홀로 남겨진 이의 고독이 두 권의 책 속에 각기 다른 매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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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머문 자리, [페루에서 온 신사] [마리아나]

📕안드레 애치먼 작가 / 비채 


안드레 애치먼의 [페루에서 온 신사], [마리아나]는 사랑이라는 거대한 파도의 시작과 끝, 혹은 빛과 그림자를 마주 보게 하는 한 쌍의 거울 같은 작품이다. 여름날의 마법처럼 불현듯 찾아오는 사랑의 낭만과 모든 것이 휩쓸고 지나간 뒤 홀로 남겨진 이의 고독이 두 권의 책 속에 각기 다른 매력으로 펼쳐진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 가슴 앓이를 해본 이들이라면,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활자 위로 자신의 지나온 과거를 투영하게 될 것이다. 

<페루에서 온 신사>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을 여행하던 젊은 미국인 일행이 보트 고장으로 한 고급 호텔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그들은 속을 알 수 없지만 묘한 아우라를 풍기는 라울을 만난다. 일행의 과거와 비밀, 심지어 미래까지 보는 듯한 신비로운 이방인인 라울과의 만남은, 한여름 밤의 마법 같고도 시간을 초월한 운명적인 사랑의 기억 속으로 이끌어준다. 


<마리아나>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연인에게 띄우는 짧고 강력한 형식의 소설이다. 열병 같았던 사랑이 끝난 후, 세상의 풍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본인의 모습과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차분한 시선으로 되짚는다. 폭풍이 지나간 폐허 위에서 지난 사랑의 기억을 회상하며, 그 파편들을 모아 스스로를 다독이는 한 인간의 내밀한 고백을 담고 있다. 


살아가면서 빠져들 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만나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거절을 경험해 보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외면에 속상해본 적이 평생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늘 머릿속에 맴돌지만 다가갈 수 없어 그의 행적을 남몰래 궁금해했던 시간들. 이런 먹먹한 마음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 두 책은 이러한 사랑의 다면적인 얼굴을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페루에서 온 신사]가 죽음마저 넘어, 돌고 돌는 기적 같은 사랑의 기억을 이야기 한다면, [마리아나]는 떠난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남겨진 사람의 내면을 마주하는 책이다. 


두 작품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이러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깊이 좋아하고 사랑을 겪어낸 후에는 결코 사랑을 하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랑은 때로는 우리 스스로 고통을 겪게 하고 삶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하지만 사랑이 폭풍처럼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상실과 고통만이 남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는 이전과는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된, 새롭게 변화한 나 자신이 남는다. 사랑이 끝난 뒤 지독한 혼자가 되었을 때 상처 입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또한 누군가의 다정한 사랑과 보살핌이듯, 우리는 고통 속에서도 나를 변화시키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들은 다가갈 수 없어 가슴 아파했던 시간과, 사랑이 끝난 뒤의 상실감까지 모두 겪어낸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이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고통마저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변화한 자신을 인정하게 된 분이라면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이 휩쓸고 간 자리엔 고통 대신, 기꺼이 변화를 견뎌낸 새로운 내가 남을 뿐이다. 




📓이 글은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마리아나 #페루에서온신사 #비채 #안드레애치먼 #서평 #서평단 #도서협찬

j****0 2026.08.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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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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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나>는 이별을 겪은 후, 떠나간 연인을 대상으로 쓴 편지의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마리아나에게는 원치 않는 이별이었고,미련, 슬픔, 질투, 분노 등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굉장히 날것의 감정이다. 라고 느낀 이유는,저도 과거 마리아나처럼 행동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처음에는 책장 넘기기가 좀 힘들었어요.그 때의 제 감정들을 글로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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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나>는 이별을 겪은 후, 떠나간 연인을 대상으로 쓴 편지의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리아나에게는 원치 않는 이별이었고,

미련, 슬픔, 질투, 분노 등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굉장히 날것의 감정이다. 라고 느낀 이유는,

저도 과거 마리아나처럼 행동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책장 넘기기가 좀 힘들었어요.

그 때의 제 감정들을 글로 마주하니 찝찝하달까, 부끄럽달까.


그럼에도 결국은

‘아 그렇다면 나만 이런 부끄러운 감정을 느껴본게 아니구나.’하고 위로받았다는 것입니다.


끝난 사랑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똑바로 마주한 마리아나 덕분에 저도 그 시절의 저를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출판사 비채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비채 #페루에서온신사 #마리아나 #안드레애치먼

z***z 2026.08.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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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사랑 긴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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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다. 마리아나의 사랑은 지독하다. 짧은 사랑 긴 이별 그녀가 겪은 사랑은 한낮의 뜨거움과 같다. 뜨겁지만 결국 식어버리는. 마리아나는 꺼진 사랑을 놓지 못하고 홀로 뜨겁다. 절절한 그녀의 사랑에 공감할 수 없지만, 쉽게 고개를 내저을 수도 없다. 그녀는 사랑을 앓고 있으니까.마리아나의 사랑이 지독하다면 이타마르의 사랑은 무책임하고 고약하다. 과연 그가 한 것도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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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다. 마리아나의 사랑은 지독하다. 짧은 사랑 긴 이별 그녀가 겪은 사랑은 한낮의 뜨거움과 같다. 뜨겁지만 결국 식어버리는. 마리아나는 꺼진 사랑을 놓지 못하고 홀로 뜨겁다. 절절한 그녀의 사랑에 공감할 수 없지만, 쉽게 고개를 내저을 수도 없다. 그녀는 사랑을 앓고 있으니까.


마리아나의 사랑이 지독하다면 이타마르의 사랑은 무책임하고 고약하다. 과연 그가 한 것도 사랑이었을까. 그저 잠깐의 호기심과 호감이었던 것 같은데 마리아나만 그걸 모르는 걸까. 그녀는 그와의 짧은 순간을 편지를 통해 남긴다. 그 편지가 곧 소설이 되고 책이 된다. 


짧은 사랑이 주는 여운은 얼마나 될까?! 그 사랑이 한 사람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을까. 마리아나는 자신의 삶이 이타마르를 만나기 전후로 나뉜다며, 이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아 그녀의 사랑은 뜨겁고 절절하며 지독하다. 만약 내가 그런 사랑을 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야지.


책을 다 읽고 나면 안드레 애치먼이 영감을 받았다는 <포르투갈 수녀의 편지>를 읽고 싶어진다. 프랑스 장교와 수녀의 사랑, 수녀의 이름이 마리아나라고 하는데 그 편지 속에는 어떤 사랑이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q********2 2026.08.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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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색감이 강렬한 ‘마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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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온 신사‘ 작가님의 글이라 비슷한 분위기나 문체로이야기가 전개되겠지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 책의 특별함은 소설도 일기도 아닌 편지의 형식이라는 점이다. 사건들 위주가 아닌 마리아나의 감정이 어떤 곡선으로 진행되는지 느낄 수 있다. 이 사랑이 나에게 ‘다’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 사랑의 상대편은 나와 같은 속도가 아닌 나보다 빠른 속도로 남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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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온 신사‘ 작가님의 글이라 비슷한 분위기나 문체로

이야기가 전개되겠지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 책의 특별함은 소설도 일기도 아닌 편지의 형식이라는 점이다. 

사건들 위주가 아닌 마리아나의 감정이 어떤 곡선으로 진행되는지 느낄 수 있다. 


이 사랑이 나에게 ‘다’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 사랑의 상대편은 나와 같은 속도가 아닌 나보다 빠른 속도로 남이 되어 주인공 마리아나의 마음을 적는것 같았다. 

이 편지는 결국 상대방에게 보내지지 않을것이다. 

그래도 마리아나는 글을 쓴다. 


사랑이 진행 중 일때는 찬란 할 수 있지만, 

페루에서 온 신사에서처럼 이번생 사랑을 이루지 못하여도 

다음 생 아니면 그 다음 생 우리가 만날 수 있다 라는 

기다림의 사랑이지만,  마리아나의 사랑은 이 사랑이 끝나고 처절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글이었다. 


결국 편지의 마무리부분은 마리아나의 내면 성장이 보인다. 

사랑을 알기전으로 돌아가기 싫고 사랑으로 인하여 상처를 받았다해도 또 사랑을 포기 하기 싫고, 그것들이 쌓이면수 사랑이 그 사람의 내면을 새로 정립해주는것 같았다. 


이 책은 진행중인 사랑이 아니라 끝났을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마다 마무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듯 

사랑의 끝도 잔잔할 수도 풍랑이 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m*******0 2026.08.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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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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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애치먼의 『마리아나』와 『페루에서 온 신사』는 원래 한 권의 책에 함께 실린 두 중편이다. 비채가 두 작품을 나란히 소개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마리아나』가 사랑의 종결 이후를 바라본다면, 『페루에서 온 신사』는 죽음과 시간까지 건너 사랑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상상한다. 하나는 이별 뒤의 기억을, 다른 하나는 상실 이후에도 지속되는 욕망을 다룬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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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애치먼의 『마리아나』와 『페루에서 온 신사』는 원래 한 권의 책에 함께 실린 두 중편이다. 비채가 두 작품을 나란히 소개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마리아나』가 사랑의 종결 이후를 바라본다면, 『페루에서 온 신사』는 죽음과 시간까지 건너 사랑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상상한다. 하나는 이별 뒤의 기억을, 다른 하나는 상실 이후에도 지속되는 욕망을 다룬다. 그러나 두 작품의 관심은 사랑의 시작이나 연애의 사건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애치먼이 오래 응시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경험을 통과한 인간의 변화다. 누군가를 사랑한 뒤에는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관계가 사라진 뒤에도 그 변화만은 현재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두 작품을 관통한다.


『마리아나』에서 이 문제는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선명해진다. 이탈리아에서 이타마르를 만난 마리아나는 짧고 강렬한 사랑을 경험하고, 관계가 끝난 뒤 그에게 편지를 쓴다. 하지만 이 편지에서 중요한 것은 수신자의 응답이 아니다. 이미 떠난 사람에게 계속 말을 거는 행위 자체가 마리아나의 시간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함께했던 장면과 말들을 되짚으며 사랑이 시작된 순간부터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반복해서 통과한다. 과거는 지나간 사건으로 정리되지 않고 현재의 의식 속에서 계속 수정된다. 이타마르가 떠난 뒤에도 마리아나의 삶에는 그와 함께 있을 때 발견했던 욕망과 감각,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자기 자신의 모습이 남는다. 그래서 그녀가 상실한 것은 한 사람만이 아니다. 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 자기 자신 역시 상실의 일부가 된다.


이때 애치먼의 사랑은 상대방을 소유하는 관계와 상당한 거리를 둔다. 타인은 나의 삶에 들어와 나를 변화시키는 존재이며, 그 변화는 상대가 떠난다고 해서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의 경험이 한 인간의 자기 인식을 바꾸어놓는다면 관계의 지속 여부만으로 그 사랑의 성패를 판단하기도 어려워진다. 마리아나가 이타마르를 계속 기억하는 이유 역시 그가 특별히 완전한 사람이어서라기보다, 그를 통해 자신 안에 존재하던 무엇인가를 처음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대상은 기억 속에서 점차 하나의 인물인 동시에 하나의 시기가 된다.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 속에서만 가능했던 자아의 형태까지 함께 기억되는 것이다.


『마리아나』의 편지는 연애편지이면서 기억의 형식이기도 하다. 애치먼에게 기억은 지나간 시간을 보관하는 기능보다 현재의 감정을 다시 구성하는 힘에 가깝다. 마리아나는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그때의 자신을 다시 만난다. 같은 사건도 현재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한때는 사랑의 증거였던 말이 나중에는 이별의 징후로 바뀐다. 사랑했던 순간은 과거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기억하는 사람의 현재가 달라질 때마다 과거 역시 조금씩 모습을 바꾼다. 그래서 사랑의 종결 이후에 남는 것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현재의 자신을 계속 만들어가는 하나의 시간이다.


『페루에서 온 신사』는 이 사고를 현실의 시간 바깥까지 확장한다. 아말피 해안의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라울은 타인의 통증을 치유하고 그들이 숨겨온 삶의 일부를 알아맞히는 기묘한 인물이다. 오래전 사랑했던 마리아를 사고로 잃은 그는 수십 년이 지난 뒤 만난 마고에게서 그녀의 흔적을 발견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환생이라는 초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진행되지만, 애치먼이 바라보는 것은 환생의 진위보다 한 인간에게 과연 현재의 삶만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다. 라울이 말하는 ‘그림자 자아’는 실제로 살아온 나의 뒤편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능성의 나를 가리킨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존재했을 사람, 다른 시간에 누군가를 만났다면 경험했을 사랑, 살아보지 못한 삶까지도 현재의 자아를 구성한다는 발상이다. 사랑은 이처럼 한 사람의 현재를 과거와 미래, 그리고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까지 이어놓는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시간을 바라본다. 마리아나는 이미 끝난 사랑을 기억 속에서 반복하며 ‘다르게 될 수 있었던 우리’를 상상한다. 라울은 시간 자체를 건너 ‘다시 만날 수 있는 우리’를 믿는다. 전자가 기억을 통해 과거의 가능성을 복원한다면 후자는 환생을 통해 가능성을 현재로 불러온다. 현실에서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가능했던 세계, 애치먼이 ‘그럴 수도 있었던 것’과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설명해온 가능성의 영역이 두 작품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삶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택하지 않은 길과 만나지 못한 사람, 하지 못한 말과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미래까지 끌어안은 채 현재를 살아간다. 사랑은 특히 이 가능성의 영역을 넓힌다. 사랑에는 언제나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을 시간 너머로 연장하려는 욕망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페루에서 온 신사』에서 라울이 마고를 마리아와 겹쳐 바라보는 순간, 과거의 사랑을 보존하려는 마음은 현재의 한 사람을 과거의 이미지 안에 가둘 위험을 갖는다.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하는 일과 눈앞의 사람을 그 사람의 대체물로 바라보는 일은 다르다. 애치먼은 이 차이를 명확한 윤리적 선언으로 설명하기보다 라울과 마고 사이의 불안정한 관계 속에 배치한다. 과거를 잃지 않으려는 욕망이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랑에는 소유하려는 충동이 따라붙지만, 상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나의 기억과 욕망으로 완전히 환원될 수 없는 독립된 세계임을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두 작품에서 상실은 사랑의 반대편에 놓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 가진 성격을 드러내는 조건으로 작동한다. 사랑했던 사람이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 함께 상상했던 미래가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사랑은 현재의 감각을 강렬하게 만든다. 『마리아나』의 마리아나에게는 지나가버린 시간이, 『페루에서 온 신사』의 라울에게는 죽음으로 끊긴 시간이 현재를 향해 되돌아온다. 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부재한 사람과 관계를 지속한다. 그 과정에서 사랑은 더 이상 두 사람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감정이 아니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을 해석하는 방식 전체를 바꾸는 경험이 된다.


애치먼의 작품에서 사랑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사랑은 행복한 상태로 오래 유지되는 감정이라기보다 인간의 감각과 기억, 시간의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사건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그의 인물들은 사랑했던 사람보다 그 사랑을 경험하면서 달라진 자신을 더 오래 데리고 살아간다. 『마리아나』의 편지는 그 변화를 기록하는 형식이고, 『페루에서 온 신사』의 환생은 그 변화를 시간의 경계까지 밀어붙이는 장치다. 현실적인 실연과 초현실적인 재회라는 전혀 다른 외형을 갖추었지만 두 작품의 내부에서는 같은 일이 일어난다. 사랑이 지나간 뒤에도 인간은 그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왜 반복되는가. 상실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애치먼의 두 작품은 이에 대한 낙관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집착과 후회와 그리움의 자리로 데려간다. 그럼에도 사랑을 경험한 사람에게 그 이전의 안전한 상태로 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사랑은 삶에 하나의 가능성을 열고, 그 가능성이 사라진 뒤에도 그것을 경험했던 사람의 감각을 바꾸어놓는다.


결국 『마리아나』와 『페루에서 온 신사』가 함께 보여주는 것은 사랑의 전과 중과 후가 서로 단절된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랑하기 전에는 가능성이 있고, 사랑하는 동안에는 자아가 변하며, 사랑이 지나간 뒤에는 기억과 상실, 살아보지 못한 삶이 남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통과한 인간은 다시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이 삶을 안전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 삶의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 없는 삶은 상처받을 일도 적을 것이다. 그러나 타인을 향해 자신을 열어본 경험이 없다면 인간은 자신의 세계가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애치먼이 두 작품에서 집요하게 바라보는 것은 바로 그 확장이다. 누군가를 사랑한 뒤에는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뿐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자신까지 삶에 남는다. 사랑은 떠난 사람을 붙잡아두는 힘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이전과 다른 존재가 되어버리는 사건이다. 그래서 사랑이 끝난 뒤에도 사랑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기억 속의 한 장면으로 남는 대신,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일부가 된다.


✏️도서출판 비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s******6 2026.08.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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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리아나
"[서평] 마리아나" 내용보기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안드레 애치먼의 『마리아나』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보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 마음을 더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짧은 분량인데도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책이다. 사건이 많은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감정이 아주 느린 속도로 흔들리고 무너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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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안드레 애치먼의 『마리아나』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보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 마음을 더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짧은 분량인데도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책이다. 사건이 많은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감정이 아주 느린 속도로 흔들리고 무너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작품이라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 읽게 된더. 사랑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왜 아직도 이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한 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본 사람이라면 더욱 깊게 빠져들어 읽을 수 있을만한 소설이다.


마리아나는 로마의 예술가 아카데미에서 이타마르를 만나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불꽃처럼 뜨거웠던 시간은 오래가지 않고, 그는 점점 멀어지다 결국 아무렇지 않게 떠나고 만다. 소설은 그 이후를 편지 형식으로 표현한다. "난 모든 걸 다 모아놔."라며 행복했던 순간을 조개껍데기처럼 붙잡으려 하고, "나는 언제나 네 생각을 해. 나는 그림자가 되어버렸어."라고 고백하면서 이미 사랑보다 기억이 더 커져버린 마음이 거기 있다. 사랑이 끝났는데도 일요일마다 그를 우연히 마주칠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나는 널 사랑하지 않아."를 되뇌면서도 끝내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애치먼의 책에는 질투와 미련, 분노와 후회, 체념과 집착까지 흔히 숨기고 싶은 감정들이 있는 그대로 펼쳐져 있다. 읽으며 마리아나가 안타깝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원래 이렇게 비논리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이미 끝났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그 사람을 향하는 경험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모순의 순간을 너무도 섬세하게 포착한다.


애치먼의 문장은 아름답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아름다움 덕분에 상실의 잔향이 더 오래 남는다. 편지라는 형식 덕분에, 마리아나의 독백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말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결국 상대에게 닿지 못한 편지가 아니라, 사랑이 끝난 뒤 새로운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기록일수도 있다.


『마리아나』는 이별의 모습이 한 사람 안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를 보여주는 소설 같다. 사랑은 끝났지만, 사랑했던 사람은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이 이토록 아름답지만 또 아프게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을, 애치먼의 섬세한 문장이 더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사랑이 남긴 상처까지도 결국 사랑의 일부가 된다. 오래 곱씹으며 읽은 만큼, 오래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비채 #마리아나 #안드레애치먼

YES마니아 : 플래티넘 s*****5 2026.08.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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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어느 날 끝날 수 있어요. 하지만 감정은 행정 처리처럼 끝나지 않아요.
"관계는 어느 날 끝날 수 있어요. 하지만 감정은 행정 처리처럼 끝나지 않아요." 내용보기
이 소설은 부끄럽고 구질구질한 이별 뒤의 마음을 숨기지 않아요. "왜 아직도 못 잊어, 왜 자꾸 생각해, 왜 그리워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마리아나가 대신 말해줘요.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마음에 박힌 말이에요.마리아나는 헤어진 뒤에도 편지를 써요. 상대를 붙잡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자기 마음을 붙잡기 위한 것이에요. 감정은 관계가 끝난다고 따라서 끝나지 않
"관계는 어느 날 끝날 수 있어요. 하지만 감정은 행정 처리처럼 끝나지 않아요." 내용보기

이 소설은 부끄럽고 구질구질한 이별 뒤의 마음을 숨기지 않아요. "왜 아직도 못 잊어, 왜 자꾸 생각해, 왜 그리워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마리아나가 대신 말해줘요.

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마음에 박힌 말이에요.

마리아나는 헤어진 뒤에도 편지를 써요. 상대를 붙잡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자기 마음을 붙잡기 위한 것이에요. 감정은 관계가 끝난다고 따라서 끝나지 않아요.

버림받음에 대한 이야기도 오래 남았어요. "내 감정이 실은 질투보다 더 나쁜 것임을 알았어. 버림받은 느낌." 이별이 아픈 이유가 상대를 잃어서만은 아니에요. 선택받지 못했다는 감각이 자기 존재의 가치까지 흔들어요.

이 소설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말이에요.

"나는 모든 걸 다 모아놔. 아이가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모아두듯이."

그 사람을 되찾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때의 행복했던 나를 다시 만나고 싶은 거예요.

감정의 비합리성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이성적으로는 끝났다는 걸 알아요. 그 사람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도 마음은 멈추지 않아요. 사랑은 우리가 얼마나 통제할 수 없는 존재인지 보여주는 감정이에요.

마리아나는 상처를 입었지만 사랑하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아요. 그 사랑이 자신을 바꾸었기 때문이에요. 이별은 상실이면서 이전의 나와 작별하는 일이기도 해요.

 《페루에서 온 신사》가 사랑의 찬란함을 보여줬다면, 이 책은 정확히 반대편에 서 있어요. 두 책을 연달아 읽으며 사랑이 얼마나 다층적인지 느꼈어요.

이별 뒤에도 마음이 끝나지 않아 힘든 분께, 구질구질한 이별의 감정을 이상하게 여기는 분께,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한 모든 분께 이 소설을 건네고 싶어요.

나는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이 짧은 만남을, 저녁 해가 진 뒤의 가느다란 빛을 택하겠어요. 🌿


📌 도서 제공 안내 

서평단 모집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제 마음의 울림을 담아 정성껏 기록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m*********4 2026.08.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