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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역할과 사회적 위상은 가장 먼저 가족 관계에서 어떤 위치에 처해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성이 가족 구성원들을 보살피는 역할에 머무는가, 아니면 자신의 직업을 갖고 활동을 하는 역할인가에 따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달리 평가될 수밖에 없다. 어느 시대이든지 경제적 자립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상을 확립하는데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경제적 조건은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렇기에 여성문제를 논하는데 있어 가족의 변모 양상을 살피고, 여성이 가족 혹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처해있는가를 따져보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라고 하겠다.
여성학을 전공하는 3인이 공동 작업을 진행해 얻은 결과물인 이 책은 서유럽을 배경으로 근대 가족의 변모 양상을 탐구하고 있다. 주로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이들 국가의 영향을 받은 미국의 자료들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았으며, 중세가 해체되고 근대가 성립되던 18세기 이후 근대 가족의 변모 양상을 추적하여 그 성격과 의미를 논하고 있다. 저자들은 유렵에서 중세의 견고한 체제가 해체되면서, ‘18세기 이후 가족과 사회와의 확연한 구분을 통해 근대 가족이 탄생’했다는 견해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근대 가족의 변모와 여성문제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주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19세기는 여성에게 암울하고 가혹한 억압과 제약의 시기’임과 동시에, ‘여성의 삶이 새롭게 개념화되는 시기’이자 ‘여성의 삶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리하여 ‘근대성의 출현과 함께 여성이 주체로 인정받고 시민사회에서 시민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근대 가족의 변모에 초점을 맞추어 탐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 일반이 아니라, 노동자 계급과 중간계급 그리고 상류층의 가족 생활이 다르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이들 계층 사이에 존재했던 가족 구성원들과의 관계와 여성의 역할이 어떻게 규정되었는지를 논하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체제가 정립되면서 여성이 노동 현장에 투입되어 임금 노동자로 나서게 되었고, 이에 따라 여성의 노동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탐색하는 ‘여성문제’가 비로소 부각되기 시작했음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의 문화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었기에, 남성에 비해 당대의 여성들은 낮은 임금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의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던 한편으로, ‘가정의 신성화’라는 관념에 따라 가정을 책임지는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향도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측면을 ‘근대 가족의 이면과 환상’이라는 항목을 통해 상세히 고찰하고 있으며,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은 물론 ‘이혼’이나 ‘낭만적 사랑과 매춘’이라는 문제가 아울러 부각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움직임은 여성주의(페미니즘) 운동을 다양한 방면으로 표출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마르크시즘은 부분적으로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작용을 했으며, 프로이트에 의해 본격적으로 전개된 정신분석학을 통해 가족과 여성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논의를 제시하기도 한다.
여성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 논의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여성을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여기는가, 혹은 사회활동을 하는 존재로 규정하는가는 별개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성이 어머니 혹은 아내와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을 병행해야만 한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에는 여성이 가정 내의 살림을 전담해야 한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반면, 남성에게는 직장인으로서 가정의 경제적 책임만을 강조하는 모순적 상황이 전제되어 있다. 이러한 관념이 오랫동안 고착되었기에 여전히 여성문제는 가족의 구성과 역할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유럽의 상황을 소개하고 있으나, 근대 가족이 형성되면서 여성문제가 어떻게 부각되었는가를 탐구한 이 책의 내용이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 https://cafe.daum.net/Allwithbooks )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