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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는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메기는 개똥벌레보다 훨씬 큰, 그리고 훨씬 빠르게 방 안을 날아다니는 그 물체를 눈으로 좇기 시작했다. p. 16
<잉크하트>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잉크스펠과 잉크데스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메기와 모를 중심으로 하는 <잉크하트>의 이야기는 끝이났다. 모와 메기는 어떤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기에, 메기의 입을 통해서 모처럼 글자 하나하나가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면서 글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메기를 통해서도 책속 인물들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을까? 어쩜, 메기도 알고 싶었는지 모른다. 처음 읽은 책을 통해서 장난감 병정이 나와 버렸다. 그리고 또 한번의 책 읽기는 도도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피터팬>의 사랑스런 요정, 팅커벨을 불러낸다. 팅커벨 대신 어떤것이 책속으로 들어갔는지는 알수 없지만, 카프리콘에게 메기는 새로운 눈으로 바라봐야 할 인물이 되어버렸다. 이제 그는 모가 아닌 메기를 통해 <잉크하트>속 그림자를 불러내길 원한다.
더스핑거는 처음부터 레사를 알고 있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모를 통해서 항상 보았던 사진 속 여인. 그래도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보기엔 다 가지고 있는 모에게서 레사 한명 쯤 자신이 사랑해서 안될 이유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을 통해서 레사가 세상으로 나왔을 때, 언어를 잃어버린 레사는 테레사가 아닌 레사일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메기가 레사를 보는 순간 모든것은 뒤죽박죽 되기 시작한다. 책 속에서 빠져나왔을때 부작용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금발의 여자. 더스트핑거가 사랑한다는 그녀. 메기가 항상 보아온 모의 사진 속 여자. 테레사. 엄마가 있다. 엄마가 그곳에 있었다. 엄마를 찾기위해 그렇게 애를 쓰던 모. 엄마의 부재가 가슴아팠던 메기. 그들 앞에 엄마가 있다. 그렇게 엄마가 책을 통해서 세상에 나와있었다. 카프리콘의 시중을 들면서 말이다. 이제 엄마를 떠나 보낼수가 없다. 엄마니까. 엄마의 눈이 메기를 따라온다.
어떻게 해야할까? 모와 페노글리오가 무언가를 하는것 같은데, 아직 메기는 알지 못한다. 제대로 할수 있을까? 메기가 읽고, 세상으로 나와버린 장난감 병정. 종이 발레리나와 행복해질 수 있을까? 페노글리오가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한글자 한글자, 장난감 병정과 발레리나의 행복한 결말을. 벽난로 속 하트로 태어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결말을. 그리고 메기가 읽기 시작한다. 글자들을 문장을 움직이게 만드는 메기의 입술이 열리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 버리는 장난감 병정.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 슬픈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만들수도 있구나. 이제 모와 페노글리오가 아닌 메기와 페노글리오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페노글리오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에 손 끝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기 시작한다. 쓰고 또 쓰고, 글을 읽지 못하는 카프리콘의 부하들 덕분에 글이 쓰여지고, 글이 쓰여진 종이가 쌓이기 시작한다. 한장 한장.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분명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모도 메기도 레사도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작가는 1권부터 끊임없이 기브앤 테이크를 요구한다. 질량 불변의 법칙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책 속에서 나오는 무엇과 세상에 있는 것은 바뀌어야 한다. 어둠의 '그림자'와 <잉크하트>속 요정들이 나오면서 페노글리오 할아버지가 사라져 버렸다. 자신이 만든 세상으로 들어가 버린 페노글리오 할아버지. 세상에 나와버린 요정과 거인들. 여전히 들어가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팅커벨.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글 쓰기를 시작하는 메기를 통해서, 입으로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 될 것이다. 모의 말처럼 이야기를 쓰는 것은 마술이니까. 엘리너의 정원처럼 요정들이 날아다니고, 밤이면 책꽃이에서 책들이 속삭이는 이곳에서는 분명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그 글들은 <잉크 스펠>을 <잉크 데쓰>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메기는 페노글리오처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적당한 단어를 골라내어 아무런 걱정 없이 엄마에게 읽어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메기는 글쓰기를 미래의 직업으로 선택했다. p.2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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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를 읽으면, 그 모험의 세계가 너무나 흥미로워서 가끔은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역으로 그 세상의 사람들이 우리들의 세상 속으로 불쑥 들어와 버릴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책 속의 주인공들이 우리의 세상 속으로 튀어나온다니, 순간 소리내어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갑자기 왜 소리를 내어 책을 읽고싶다고 말하냐면, 이 책 속에 나오는 모의 숨은 재능이 바로 거기에 있다. 그가 소리를 내어 책을 읽으면, 책 속의 주인공들이 책 밖의 세상으로 즉, 우리들의 세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모는 책을 복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이쁘고 귀여운 열두 살 먹은 어린 딸이 있다. 어느 비오는 날 저녁, 모의 집 앞에 흉터진 얼굴을 가진 더스트핑거가 찾아온다. 어딘지 모르게 더스트핑거에게서 불길함을 느끼는 메기. 모는 메기를 데리고 엘리너의 집으로 도망간다. 하지만 모는 그를 찾고 있던 카프리콘에게 붙잡혀가고, 아빠를 찾아나서는 메기를 더스트핑거는 카프리콘에게 데려다 준다. 카프리콘, 최고의 악당인 그는 [잉크하트]라는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책 속의 주인공이 어떻게 우리들의 세상 속으로 나왔느냐고 따져 묻는다면 앞서도 살짝꿍 이야기를 했듯이 모의 숨은 능력때문이다. 바로 소리를 내어 책을 읽으면, 그 책 속의 주인공들이 현실 세상으로 튀어나오는... 모가 [잉크하트]를 읽었던 그 옛날, 그 책 속의 등장인물이었던 카프리콘과 더스트핑거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메기의 엄마가 사라졌다. 모가 소리를 내어 책을 읽으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현실 세계로 나오는 대신, 현실의 누군가는 그 책 속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더스트핑거는 자신이 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뚱맞게도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래서 언제나 그는 자신이 있었던 그 책 속의 세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우리들이 언제나 고향을 그리워하듯이 더스트핑거는 [잉크하트]라는 자신이 존재했던 그 책 속의 세상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그 희망때문에 카프리콘을 다시 찾게 된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카프리콘이 가지고 있는 [잉크하트], 그 책을 훔쳐오기 위해서...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우리들의 세상 속으로 튀어나왔으나 하필이면 최고의 악당이라는 위험 인물이 나와버렸으니 그 모험은 신나는 일만은 아닐 것 같다. 더구나 자신이 사랑하던 아내가 책 속으로 들어가 버리지 않았는가..소리를 내어 책을 읽음으로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불러낼 수 있는 그 능력이 결코 부럽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물론 금은보화조차 불러낼 수 있어 금세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매혹적인 유혹이 있지만 말이다.
잉크하트, 영화화가 되었다고 하는데, 읽는내내 이 장면은 영화로 이렇게 만들었을까, 저 장면은 저렇게 만들었을까를 상상하면서 내심 영화도 보고싶다는 욕심을 가지게 되었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판타지의 이야기였다. 더스트핑거와 그를 따르는 소년 파리드, 모와 그의 능력을 유전처럼 받은 딸 메기, 엘리너와 잉크하트의 작가 페노글리오 그리고 카프리콘과 그 패거리들 등등 그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하는 이 모험이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의 파도타기마냥 신났다. 그리고 또 하나, 모는 결국 아내를 만날 수 있게 될까...궁금하다면 책 속에 그 답이 있다.
잉크하트라는 이 책의 제목은 모가 소리를 내어 읽은 판타지 소설의 제목이다. 그래서 잉크하트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모와 메기, 엘리너가 살아가는 현실 세상으로 튀어나온 그 모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험의 세상은 언제나 위험하지만 결국 그 위험을 이겨낸 모습에서 생동진 쾌감을 느끼게 된다. 따분한 일상이라면, 이 책이 그 무료함에 콜라같은 톡 쏘는 짜릿함을 안겨줄 것이다. 모험에 갈증나 있었다면, 잉크하트, 이 책을 소리내어 읽어보자. 혹시 아는가. 우리들에게도 모처럼 책을 소리내어 읽으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현실 속으로 툭 튀어나올지 말이다. 어쩜, 잉크하트를 소리내어 읽고 있는 그 순간, 당신의 등 뒤에는 더스트핑거나 혹은 메기가 미소짓고 있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