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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많은 고증학적인 자료를 제시한 점이 놀랍고, 가히 존경할만하다. 학부생으로써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배워야 할 자세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등자나, 물레방아, 캠 을 설명함에 있어, 그림 자료가 있을 법도 한데, 그걸 모두 글로 설명하고 있어서 의미 파악에 힘들었다는 점이다. 이미지 홍수의 시대에 이미 적응한 탓도 있겠지만, 확실히 캠의 구조나, 등자의 모양을 설명할 때엔 두 세 단락의 설명보다 그림 한장이 훨씬 효과적이다. 읽다보면, 이게 어떻게 생긴건지, 어떤 자료의 어떻게 생긴 그림과 유적을 설명하는 건지 상상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때가 가끔 있었다. ''일반일도 즐겁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책인 것 같다.
기존 지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 많았다. 8세기 이슬람군의 침공을 푸아티에 전투에서 격퇴한 후 로마식 밀집(방형)대형을 주축으로 이루던 보병 중심의 군제가 기병 중심으로 개편될 필요성을 느낀다. 샤를 마르텔은 적절한 기병을 양성하기로 하고, 교회령을 몰수하여 기사 중심으로 개편을 감행한다. 이는 8세기 중반에 탄생한 봉건제를 폭발적으로 확대시킨 사건이었다.(According to 브루너)/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중세의 기술의 축적을 다룬 부분도 신선한 자극이었다. 여기서는 풍차와 물레방아를 비교하면서, 지중해 연안의 남유럽에서는 풍차의 보급이 북유럽에 비해 느렸는데, 이는 겨울철에 물이 어는 문제가 북유럽만큼 심각하지 않앗고, 물의 흐믈이 북유럽 평원 지대보다 세서 물레방아를 이용하기에 더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돈키호테가 북유럽을 여행하며 풍차를 보고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14세기가 되면, 유럽은 수력과 풍력을 공업에 이용하는 데 커다란 진척을 이루는데, 특히 13세기 잉글랜드에서 모직물을 축융하는 데 기계화된 방법을 활용하면서, 직물 산업의 중심이 기존의 동남부 지역에서 수력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북동부 지역으로 옮겨 간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기사가 기사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된 배경을 당시 이슬람 군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한 군제 개편으로 설명하고, 방법적인 면에서 등자(말을 타고 있는 사람의 발지지대)의 발명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로마군이 기세등등하며 백전백승을 자랑했던 것은 뛰어난 전략과 그것을 잘 수행한 잘 훈련된 보병이었다. 이 보병은 붉은 천을 두르고, 흉갑과 창을 든 사람으로 묘사되곤 한다. 당시 기병은 기동력을 이용한 습격이나, 배후공격에 활용되는 정도였지, 전투의 중심은 아니었다. 기병, 즉 기사가 전투의 중심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중세 이후의 전투는 분명 고대와는 다른 양상의 전투를 야기하게 되었다. 십자군 전쟁에서 보여준 전투가 그 대표적인 실제가 될 수 있겠다.
각 시대마다 그 시대를 지배하는 기술이 있다. 중세에 기사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마술을 익혀야만했듯이, 현대의 정보시대를 살아가면서, 정보 검색 능력과 워드 및 프리젠테이션 기술등의 컴퓨터 활용 능력은 필수가 되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달라진 것은 말이 컴퓨터를 바뀌었을 뿐이다. 시대를 읽는 능력, 더 나아가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능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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