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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자 비는 의외로 순순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아무래도 들켜버린 것 같군. 여기서 변명해봤자 안 믿어주겠지?" 간단하게 인정했다. 여기저기서 경악이 뒤섞인 웅성거림이 전해졌다. 비류연이 "그럼 안명후를 죽인 것도 역시 당신 짓"이라고 말하자 대공자 비가 "그 일은 내가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관하지 않다고 해두지. 뭐, 내가 한 걸로 쳐도 좋아. 어차피 도구를 이용했다 해도 내 도구였으니 말이야." 비류연이 "이런 짓을 하는 이유와 목적은?"라고 묻자 대공자 비는 신념에 가득 찬 눈빛을 빛내며 "낡은 관습 타파! 그리고 강호의 새로운 재생!"이라고 대답했다. 비류연이 "새로운 재생? 무슨 이유로 강호란 틀을 파괴하려 한단 말이죠? 설마 자기가 알고 있는 건 남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건 이 세상에서 내가 모르는 건 없다고 착각하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짓이라구요!" 반문했다. 대공자 비가 "그렇다면 확실히 말해주지! 현재 이 무림이 썩어빠진 웅덩이이기 때문이다. 염오된 호수, 그것이 현재 강호의 진실한 모습이다. 누구나 들춰보기 꺼려하는 진면목! 과거로부터 대대로 전해져 오는 권위와 기득권에 안이하게 빠져들어. 그 단물만을 마셔대고 있는 구더기들이 들끓는 썩은 웅덩이! 참된 武理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한데 겨우 전통의 보존이라는 명목하에 주저앉아야 하는가? 자신의 기득권을 잃어버리는 것이 그렇게도 두려운가? 그런 틀 따위는 파괴해버리는 게 더 나아! 파괴만이 새로운 재생을 가져온다."라고 외쳤다. 장홍이 "당신의 계획은 아미 발각되었소! 그만 포기하시오! 당신에겐 이미 그럴 힘이 없소!" 외쳤다. 갑자기 비의 입에서 "크크크큭! 계획을 막았다고? 어딜 막았다는 건가? 너희들이 찾아낸 건 미끼일 뿐이야. 어리석은 구더기들! 강호를 좀먹는 좀벌레들아! 이미 모든 준비는 끝마쳤다. 계획은 예정대로다!"라고 말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뭐, 뭐, 뭐라고!"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대공자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우르릉 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대공자와 그의 부하들이 일제히 합창했다. "고인 물은 썩고 쓰지 않는 검은 녹슨다! 화룡이 날아오르고 불의 홍수가 산을 뒤덮으리라! 그리고 재 속에서 불사조는 날아오른다!" 마치 주문을 외우는 사람처럼 비와 그의 추종자들이 외쳤다. "천겁혈세 혈신재림!" 그리고 진이 발동되었다. 계곡의 열두 방위에서 불꽃 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검성이 "어서 멈춰라! 우리 셋의 손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비가 "소용없습니다. 한 번 발동한 화룡멸겁대진은 아무리 저라도 멈출 수 없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불의 용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전에는 그 분노를 풀지 않지요. 그리고 전 잡히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하고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몸을 뒤로 뺐다. 콰콰쾅! 그 순간 단상이 엄청남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엄청난 충격파와 폭풍이 사람들을 덮쳤다. 그것을 신호로 홍매곡 여기저기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곳을 가루로 만들려고 작정을 한 듯했다. 비류연의 양팔에서 뻗어나온 수십 개의 칼날 그림자가 유성처럼 대공자의 몸에 쇄도했다. 갑자기 대공자의 몸이 세 겹으로 분리되었다. 유성 같은 검류는 허무하게 비의 첫 번째 그림자와 두 번째 그림자를 훝고 지나갔다. '설마, 삼첩영?" 비뢰문의 독문신법인 삼첩영, 방금 비가 펼친 것은 그것과 똑같지는 않았지만 매우 닮은 기술이었다. 대공자는 비류연의 공격을 피해 착지하자마자 바로 손을 뿌렸다. 틈을 줘서 다시 공격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했다. 영뢰 잔흔! 보이지 않는 칼날이 비류연의 전신을 향해 살의를 번뜩이며 달려들었다. 등가교환의 법칙에 충실한 비류연답게 그는 전방위로 휩쓸고 들어오는 비의 공세를 모조리 피해냈다. 비류연이 "이제 방화, 폭파, 살인 교사에 납치까지 죄목을 추가해야겠네요." 손가락으로 일일이 죄상을 꼽으며 말하자 불쾌해진 대공자 비가 "미안하지만 더 이상 놀아줄 수 없겠군. 시간이 다 됐거든! 용이 날아오를 시간이다!" 비는 신속하게 몸을 뺐다. 화룡멸겁대진 제이 단계 발동! 잠자고 있던 화룡이 눈을 떴다. 화룡이 분노의 불꽃을 토하며 대지를 불꽃의 강으로 뒤덮었다. 홍매곡에 입구는 하나뿐이었다. 화룡멸겁대진이 일 단계에서 이 단계로 전위되는 순간 잠시동안 생로가 열리다. 그 생로를 놓치면 지옥의 겁화는 모든 것을 싸그리 쓸어버릴 것이다. 대공자는 순식간에 독고령을 제압한 뒤 부하들을 이끌고 생로를 빠져나갔다. 뒤쫓으려던 비류연은 마천칠걸의 저지에 발이 묶여 추적을 포기해야만 했다. 독고령을 들쳐맨 비와 그의 수하들이 찰나의 생로를 지나 입구를 통과하자 홍매곡의 입구가 천둥 신의 북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더 이상 이곳은 사람이 드나들 수 없이 완전히 고립된 것이다. 준동하는 열화가 초열지옥을 현세로 끌어들였다. 천무삼성과 혁중이 기를 모아 불꽃을 어찌해보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대로 연기에 질식사할 것인가 아니면 불에 타죽을 것인가? 은밀하게 마련해놓은 단 하나뿐인 비상 탈출구마저 뇌탄의 폭발로 막혀버렸다. 이 거대한 재해 앞에서는 삼성의 무공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보통의 불이었다면 애초에 삼성의 검풍 앞에 무릎을 꿇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의 불은 특별한 재료와 진법을 이용한 화진이었다. 대공자는 계곡의 입구 쪽으로 단 한 번 열리는 생로의 때가 언제인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입구까지 파괴했다. 다른 출구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비상대피소가 첫 번째 폭발로 이미 무너진 뒤였다. 대공자 비는 그곳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정말로 용의주도했던 것이다. "이대로 다 죽어야 하나? 정말 아무런 방법이 없단 말인가?" 여기저기서 연기로 인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이때 불타는 홍매곡 정 가운데서 우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한곳으로 모여요! 아직 방법은 있어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도 의지를 꺾지 않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비류연이었다. 비류연이 "방법은 물론 있죠. 하지만 그 방법은 막대한 내력을 소진하는 일이라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해요. 아직 혼자 힘으로는 그것을 완벽하게 구현해낼 자신이 없거든요." 혁중과 천무삼성은 눈을 크게 떴다. "정말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정말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기가 존재한단 말인가?"라고 묻자 비류연이 "물론 확실히 제 몸속에 그건 존재하고 있어요." 혁중이 "소형제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력을 아끼지 않겠네." 말하자 천무삼성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뢰도 최종비전오의 풍신 발동! 비류연의 전신에서 엄청난 힘이 방출되면서 나선으로 얽혀 있던 기가 거대한 용권풍이 되어 포효했다. 주위의 자갈과 먼지가 날뛰는 용권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천무삼성 마저도 그 기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몸에서 이런 힘이 뿜어져 나오다니. 용권풍의 힘은 점점 더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압축되어 있던 기류가 비류연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용권풍을 중심으로 나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세 배는 빨라진 속도로 거리를 좁혀오던 불의 장벽도 오장 앞으로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번쩍! 그 순간 화룡멸겁대진이 마지막 용트림을 했고 잠재되어 있던 모든 힘을 폭발시켰다. 엄청난 충격파가 계곡 전체를 휩쓸었고, 불의 홍수가 생명을 유린하기 위해 날뛰었다. 비류연이 만들어낸 용권풍의 세력도 이번 폭발을 견뎌내지 못하고 점점 더 좁혀졌다. 비류련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물러나면 모두 죽는 것이다. 천무삼성과 혁중이 그를 도와주고 있었다. 아직 힘은 다 소진되지 않았다. 비뢰도 최종비전오의 풍뢰의 장 나선의 인 용권 승룡! 거대한 폭풍이 계곡 전체를 미친 듯이 휩쓸었고 마구잡이로 뒤흔들었다. 비류연이 서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엄청난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놀랍게도 비류연이 서 있는 장소만이 태풍의 눈처럼 고요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힘은 지금도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팽창되고 갈 길을 찾지 못하던 뜨거운 공기가 비류연이 하늘과 땅 사이에 만들어 놓은 바람의 기둥을 타고 하늘로 하늘로 끝없이 밀려 올라갔다. 그 모습이 마치 붉은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보였다. 엄청난 바람과 불이 한데 어우러져 천지를 진동시켰다. 그리고 이 엄청난 작업에 힘이 다했는지 불꽃은 단번에 꺼져 버렸다. 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믿을 수 없는 고요가 그들의 주위를 감쌌다. 이제 어디에도 그들을 위협하는 불꽃은 없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살아남은 사람들로부터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나예린이 "살았군요. 살았어요. 류연!" 기뻐하면서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비류연의 몸속에 힘은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이내 정신을 잃었고 나예린의 품속으로 안기듯 쓰러졌다. 비류연은 엄청난 피로감과 싸우고 있었고 그것의 해결 방법은 잠밖에 없어 잠들어 버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