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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의 수상 소식은 조금 의외였다. 여름에 작가의 자전작으로 이 작품을 계간지에서 읽었을 때만 해도 소품 느낌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출발선을 막 지난 작가가 한 발짝 더 도약하기 위해 과거의 추억을 산뜻하게 털어 내는 느낌이었다. 큰 상을 받기에 부족하지 않은 단정한 작품이었지만 소설 이전의 다른 장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연애 소설이야말로 정이현의 장기이다. 도시에 사는 싱글 여성의 이야기는 그녀가 얼마든지 변주할 수 있는 분신과도 같은 인물이다. 이 소설에도 도시 여성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평범한 구성에서 그녀는 공감을 끌어내고 재미를 준다. <삼풍백화점>은 그녀의 모든 작품의 근원이 될만한 ''나''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정이현은 스스로를 ''내추럴 본 쿨 걸''이라고 칭한다는 글을 본 적도 있는데 그런 그녀이기에 강남 한복판의 삼풍백화점과는 아주 이질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톡톡 튀고 도시적인 그녀에게 삼풍백화점은 너무 지난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누구도 예상 못한 순간에 무너져 내린 삼풍백화점, 그 분홍색 건물이 소설의 소재가 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삼풍백화점은 이제는 추억이 된 이름이다. 누구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없는 우리 나라의 고속 성장, 부실 공사의 상징이 되어 버린 백화점이 2000년대의 한복판에 나온 소설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주인공과 R의 이야기는 무척 평범하다. 소설 속에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갈 길이 정해지지 않은 ''나''와 삼풍백화점에서 일하는 ''R''의 한때의 일상이 담겨 있다. 삼풍백화점이 뉴스의 한 토막이 아닌 현실의 공간이 된 것이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기 10분 전에 그곳을 나온 주인공과 생사를 알지 못하고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친구의 이야기. 한 층이 무너지는 데 1초가 걸리지 않았다는, 삼풍백화점이 서 있었던 그곳에는 지금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 있다. 그곳을 떠난 후에야 글을 쓸 수 있었다는 나의 이야기는 정이현의 이야기이다. 삼풍백화점이라는 실제로 있었던 장소와 함께 소설 속에는 정이현이 담겨 있다. 문학의 진정성이랄까, 그런 것과 함께 애잔한 느낌, 1995년도에 대한 단상이 꼬리를 무는 작품이다. 읽고 난 여운이 꽤 진한 작품이다.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에, 쿨하다고 소문난 작가의 작품에서 애상을 느낀다는 게 새로웠다. 1995년에 나는 사회인이 되지 않았었다. 어리광을 부릴 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아직 많은 가능성이 있었던 때였는데 싶은 생각도 든다. 정이현의 다른 작품 <어두워지기 전에>는 너무 태만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삼풍백화점에서 느껴졌던 작가의 진심은 어디로 가고 단어만 나열된 느낌이었다. 이렇게 멋진 수상 소설집에 싣는 소설이라면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섹스리스 부부에 유아 살해라는 소재는 이상하게 지루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의 감성은 어디에 닿아 있는 걸까.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이었던 <타인의 고독>처럼 고독한 현대인이 그녀의 감성이 가장 잘 닿은 곳일까? 다른 작품들은 너무 잔잔했다. 김경욱의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은 재치가 있었지만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았다. 재미로는 최고지만 그의 작품에서 이제 재미만을 찾기에는 기대감이 크다. 박민규의 <비치 보이스>도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박민규는 이제 어리지 않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도 더 나이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따뜻하지만 이제는 다른 시선과 다른 스토리를 만나고 싶다. 가장 좋았던 건 이응준의 <약혼>이었다. 이응준의 문장은 단아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리고 약혼이라는 제목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다. 상처 받은 세 사람의 이야기는 아름답기보다는 슬프지만 그래도 읽는 내내 애잔한 감상을 갖게 했다. 단둘이 술을 마시며 아무런 대화가 없는 남자와 여자, 그래서 그들은 서로의 연인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이 첫 문장부터 마음을 끈다. 한창훈의 <나는 여기가 좋다>는 생명력이 있어서 좋았다. 특별한 맛 하나가 없는 듯했지만 원래 인생에서 톡 쏘는 맛은 없는 법이니까 그 담담함과 무덤덤함이 더 마음에 든다. 정지아의 <풍경>은 멈춰 버린 어머니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큰 감흥은 없지만 차분한 문장은 좋다. 오랜만에 읽은 윤후명의 <태평양의 끝>도 괜찮았다. 소재만 있어도 소설 한 편을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작가의 능숙함이 좋다. 현대문학상은 이제 51회를 맞았다. 점점 정적인 이미지의 작품들이 많아지는 문단에서 현대문학상은 그런 정적인 느낌을 가장 많이 간직한 작품상이다. 모험은 하지 않는 편이고 비교적 이름이 있는 작가들이 안전한 작품으로 수상하는 느낌이다. 가끔은 재기발랄한 김영하의 소설 중 차분한 느낌의 <당신의 나무>와 같은 수상작을 내서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고 너무 담담해서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모를 일상을 그린 이혜경의 <고갯마루>를 수상작으로 내놓기도 했다. 성석제의 <내 고운 벗님> 같은 깜찍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윤대녕의 <빛의 걸음걸이>처럼 고운 작품을 수상작으로 했을 때이다. 현대문학상은 그렇게 고운 느낌이 있는 작품상이다. 문제작이기보다는 정적이고 담담한 느낌, 앞으로도 현대문학상이 그 고운 빛깔을 잃지 않고 발전하는 상이기를 바란다. 삼풍백화점의 분홍색 건물처럼 이번 표지는 분홍색이다. 어떻게 보면 바래 보이는 색이지만 빛깔이 참 착하고 순수하게 느껴진다. 이번 작품의 주제는 어쩌면 순수일지도 모른다. 정이현이 말하는 순수의 시대. 정이현식 순수, 고속 성장 속 강남 한복판에서 바라보는 순수, 장소와 시대가 어디든 순수는 존재한다. 아이스크림 스푼 속의 분홍색처럼 상업적이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연분홍 치마나 신부의 약혼식 드레스 색깔처럼 설레이게 하는 게 분홍색이다. 고운 느낌의 책 한 권, 고운 분홍색처럼 잘 살아야 할 2006년이 시작된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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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나는 고2였다. 중간고사 기간이었는지, 기말고사 기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시험기간이었고, 촘촘히 칸막이가 쳐져 있던 사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독서실 입구에 켜져 있던 티비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은 내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가슴이 아려왔다. 그런데, 이런 아린 가슴과는 달리, 정이현씨의 글은, 담담하게 쓰여지는 듯 했다. 삼풍백화점에서 일하는 친구, 그닥 절친하지도 않았고, 매일 붙어다니는 단짝 친구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깝지 않다고 말하기도 뭣한 그런 친구가 일하는 삼풍백화점 의류매장......, 어쩌면, 가까운 친구나, 가족, 친척 중 누구 하나가 삼풍백화점의 희생자라며 슬퍼하는, 신파성 글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담담한 듯한 문체에 더 가슴이 아련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 부분, 찾아들어간, 미니홈피에 있는, 대문 사진에 올라와 있는 어린아이의 엄마가 그 때 그 친구이기를 바란다는 부분이 참으로 인상깊고 여운이 남는다. 친구가 그 때 그 사고로 죽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그 마음의 결론은 독자들 몫이라는 듯 써놓은 마지막 부분......, 담담한 듯 하지만, 두고 두고 마음에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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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어 둑을 지경에 이르게 했던 책...
서점에 갔다가 들춰보고 또 들춰보고~~결국 한 달 동안
리스트에 넣어 놓고 약간의 돈이 생기자 당장에 질러 버린 책.
... 사서 책꽂이에 모셔 놓고 한 달 동안 바라보며
흐뭇해 했던 그런 책이다.
나원참...참나원...이렇게 책 놓고 군침 흘리며 시간 끌기도 힘들텐데
워낙에 바빠 몸이 두개라도 모자라 그랬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책이 삼풍백화점 무너지듯 중간에 뚝 하고
페이지만 비지 않았어도 이 책은 이제야 펼쳐 들고 흐뭇했을 것이다.
열편의 단편들과 아홉명의 수상자들을 고루 알고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
같은 연배에 같은 시기를 겪어서 일까?
정이현님의 수상작-삼풍백화점은 카라멜처럼 입안을 맴도는 단맛이
아주 좋았다.
젊은 날에 가장 즐거워하면서도 슬픔을 마음에 새기는 나이.
나의 삶은 아니었을까?
- 이건 내 이야기지만........
그때는 누구나 서태지의 팬이었고 그럴듯한 유행메이커를 따라 입고
대학입학만이 남은 인생을 책임져 줄 것만 같았었다.
나도 그때 지방에서 백화점에 다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오빠의 거미줄같던 피라미드 판매망에 걸려 들던 그런 잡다한 생각...
어느날 삼풍백화점 붕괴가 있었고 오빠는 연락이 끊겼다.
나와 오빠, 둘이 있던 등본을 들고 동사무소로 달려가 예비군 훈련을 무마시킨일등...
그때 나의 말은 가관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오빠와 연락이 두절 되었으니 예비군 훈련을 내가
받게 해달라고 했었다. 그랬더니 여자는 훈련을 받을 수 없고, 오빠의 일이 잘 되길 바란다면서
훈련 면제를 받았었다. 참...지금 생각해도 난 언제나 문제나 해결하러 다니는 사람이었다.
오빠도 모자라 남편 예비군 훈련까지 챙기고 있으니~~차라니 내가 남자였기를...헉!
정지아님의 -풍경-
늙어가 모자의 이야기...어쩌면 한 번도 외지를 나가지 않아
탓할 것 없이 묵묵하게 -
하루 하루를 해가 뜨고 지듯이 보내는 것은 아닐까한다.
조경란 - 달걀 - 은 방금 읽어서 인지 가슴에 아로 새겨진 느낌이다.
탁구선수였던 이모와 조카 - 나는 달걀을 먹지 않는다 - 이다.
아무튼 여러 단편과 작가들의 취향을 느낀 기분은 아주 좋았다.
리뷰를 쓰다 말고 쌩뚱맞게 우리 오빠 이야기를 해서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주 좋은 현대문학상수상집이었는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단편들이 될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돌아보려는 순간 이미 그것은 너무나 오래된 과거형이 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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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오랜만에 단편소설들이 쭈룩이 실려있는 문학상 수상 소설집을 읽어봤다. 추석때인가, 설날에 집에 올라갔다가 아버지가 이상문학상 소설집이던가.. 암튼 그런 책을 읽고 계셔서 의외였던 동시에 나도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버지가 읽으셨던 책은 이게 아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다. 나도 아버지처럼 나중에 책으로만 꽉 찬 방을 만들고 싶을만큼 책에 욕심이 많다. 책 자체에 대한 소유욕도 많다. 책이 주는 느낌을 참 좋아한다. 종이의 질감, 특유의 냄새, 책에 나한테 줄 수 있는 감정적인 모든 것... 이 모든게 약주를 하고 퇴근하시던 아버지가 서점에 들러 내가 읽을 만한 책을 골라서 잠든 내 머리맡에 놓아주실 때부터 생긴 애착이다.
암튼, 이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모두가 단편 소설들이고 문학계의 대단한 분들이 심사하신 작품들이라 내가 이러쿵 저러쿵 하긴 부끄럽지만, 이렇게 상을 받는 단편소설들을 읽다보면, 나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차오른다. 지극히 사소할 수도 있는, 세상에 널리고 널린 소재들을 자기만의 시각으로 다듬고 숨결을 불어넣어서 세상에 내보낸다는, 말로만 들으면 쉬워보이는 작업이지만,..
사실 몇 번의 시도도 있었고, 아버지의 바램도 내가 작가가 되는 것이었던 만큼 아직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감수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중고등학교 시절의 의욕과 뭔가를 배출해버리고 싶다는 악(?)이 세월이 지나면서 바래어버린 지금 시점에서는 그냥 꿈으로만 간직하고 살 것 같다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다들 꿈은 꾸는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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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역시 정이현.
이번에도 또 수상했구나.
''쿨하다는 것''은 ''인간미 없음'' 또는 ''차가움''의 의미가 아니라, 결국 ''자기보호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내용의 글로 내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작가 정이현. 그가 새해부터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말을 듣고 곧장 책을 사들었다.
주인공은 별로 모자랄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유유자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녀석이다. 그러던 중 10대 시절에는 존재감마저도 없었던 동창을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난다. 결국 둘은 친구가 되고, 집 열쇠를 나눠가질 정도의 사이가 된다. 하지만 삼풍백화점 붕괴로 둘은 연락은, 관계는 모두 끊긴다.
20대의 청춘을 부자 동네의 백화점에서 다른 사람들의 옷 시중 드는 것으로 보내던, 그 친구. 과연 그 친구는 살아있을까, 아니면 죽었을까. 싸이월드에서 그 친구의 생년과 이름으로 찾아낸 홈페이지 중 한 곳에서 만난 그 아이를 닮은 아가 사진. 그건 그 친구의 딸일까.
관계에 대해 소위 ''쿨하다는 감정''을 실어 이야기하던 정이현의 이제껏 소설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지만, 가슴 깊이 마음을 나누었던 그들의 관계. 정이현이 그런 관계를 다룬 것은 처음 보았다. 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건 바로 작가의 힘이겠지. 물론 정이현이 자선작으로 꼽아놓은 <어두워지기 전에="">는 ''정이현다움''이 물씬 풍기는 작품!
51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에 함께 묶여놓은 다른 작품들 중에 괜찮다고 꼽고 싶었던 건, 동반 입대 전의 네 녀석을 다루며 우리네 세태를 묘하게 꼬집어놓은 <비치보이스>와 섬에서 바다를 천직으로 알고 살던 사내와 그 섬에 태어난 것을 저주로 여겼던 사내의 아내가 어두운 밤 바다 위 배에서 나눈 대화를 다룬 <나는 여기가="" 좋다="">다.
아, 참 좋다.
정이현이 빨리 새작품을 냈으면 좋겠다.
요즘 한창 말이 많다는 조선일보 연재작이 얼른 단행본으로 묶여나오길. [인상깊은구절] 마음과 마음 사이 알맞은 거리를 측정하는 일은 그 때나 지금이나 내겐 몹시 어렵기만 하다.나는>비치보이스>어두워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