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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쓰기 : 계절을 기록하는 일은 결국 세계를 기록하는 일
"계절 쓰기 : 계절을 기록하는 일은 결국 세계를 기록하는 일" 내용보기
계절은 늘 우리 곁을 지나간다. 어떤 사람들은 계절을 풍경으로 기억하기보다 그 계절에 함께했던 사람과 냄새, 공기와 감정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여름은 바다보다 한 사람의 얼굴을 먼저 떠올리게 하고, 어떤 겨울은 눈보다 침묵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계절 쓰기》의 여덟 명의 필자는 저마다 자신에게 오래 남아 있는 한 계절을 붙잡아 문장으로 옮긴다. 같은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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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늘 우리 곁을 지나간다. 어떤 사람들은 계절을 풍경으로 기억하기보다 그 계절에 함께했던 사람과 냄새, 공기와 감정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여름은 바다보다 한 사람의 얼굴을 먼저 떠올리게 하고, 어떤 겨울은 눈보다 침묵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계절 쓰기》의 여덟 명의 필자는 저마다 자신에게 오래 남아 있는 한 계절을 붙잡아 문장으로 옮긴다. 같은 사계절을 살아도 기억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는 사실, 그리고 그 차이가 한 권의 책 안에서 얼마나 풍성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지를 보여준다.

책에서 계절은 이야기를 장식하는 소재가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 된다. 김연수는 제주 세화의 여름 풍경과 그리움이 겹쳐지는 시간을 이야기하고, 김소연은 겨울을 '미현실의 방'이라는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다. 허태임은 아직 오지 않은 봄을 식물의 겨울눈에서 발견하고, 은유는 케테 콜비츠의 삶을 통해 봄이라는 계절을 다시 바라본다. 서로 다른 직업과 감수성을 지닌 필자들은 같은 계절을 전혀 다른 문장으로 기록하며 '계절'이 각자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슬픔, 재개발로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상실감, 시간이 지나며 변해 가는 몸과 마음은 계절의 변화와 나란히 놓인다. 자연과 인간의 삶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한 사람이 겪는 상실 역시 세계가 겪는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시선이 인상 깊었다. 계절은 자연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시간이기도 하다는 걸 느꼈다

여덟 편의 글이 하나의 목소리를 흉내 내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읽다 보면 어느 한 사람의 세계에 머무르기보다 여러 사람의 계절을 차례로 건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계절도 떠올리게 된다.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는 여름 하나쯤은 있고, 유난히 길게 기억되는 겨울 하나쯤은 있다. 각기 다른 계절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계절을 읽는 동안, 자신의 계절이 조용히 되살아나는 경험을 선물한다.

계절은 매년 반복되지만 우리는 같은 사람이 아니기에, 같은 봄도 같은 여름도 다시 오지 않는다. 이 책은 바로 그 변화를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은 결국 한 사람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변화를 증언하는 일이 된다. 계절을 쓴다는 것은 지나간 시간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지금 내가 살아 있는 세계를 더 오래 바라보는 일이다. 《계절 쓰기》는 변화하는 계절과 함께 변화하는 인간의 삶을 기록한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한번에 읽어버리기 보다 일 년 동안 각 계절을 겪으며 천천히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계절쓰기 #물결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h******1 2026.07.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계절을 쓰다.
"계절을 쓰다." 내용보기
🫧 『 계절쓰기 』🎐💙 저자, 김연수, 홍한별, 김소연, 허태임, 전의령, 윤경희, 김지승, 은유 ❄️[ 봄 ]🫧 P.77[ 허태임. 봄의 눈 中 ]고사리 새순의 등장은 봄을 알린다. 노인이 된 우리 할머니는 등이 굽어 고사리순처럼 구부정했지만 어린 내 눈에는 팽나무 고목처럼 강건해 보였다.🫧 P.159[ 은유. 아가야, 봄이 왔다 中 ]내가 엄마라서 엄마인 게 좋고도 싫어서 모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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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절쓰기 』🎐


💙 저자, 김연수, 홍한별, 김소연, 허태임, 전의령, 윤경희, 김지승, 은유 ❄️



[ 봄 ]
🫧 P.77
[ 허태임. 봄의 눈  ]
고사리 새순의 등장은 봄을 알린다. 노인이 된 우리 할머니는 등이 굽어 고사리순처럼 구부정했지만 어린 내 눈에는 팽나무 고목처럼 강건해 보였다.
🫧 P.159
[ 은유. 아가야, 봄이 왔다  ]
내가 엄마라서 엄마인 게 좋고도 싫어서 모성을 강조하 그림이나 작품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돌아가곤 했다. 가부장제에서 모성의 재현은 존재의 복잡성을 지우고 헌신의 존재로 신화화하니까. 그런데 케테의 작품 속 엄마에게는 거친 생명력이 뿜어져 나왔다.

[ 여름 ]
🎐 P.16
[ 김연수. 세화, 여름의 이름  ]
다시 한번 이 여름을 살게 되었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이어야만 할까요? 이제 이 바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다려야만 할까요?
🎐 P.97
[ 전의령. 안녕, 마우  ]
그래도 누나는 나머지 열여섯 번의 여름들로 이겨낼 거야. 언젠가 우리 모두 계절 없는 나라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하면서 말이지.
- 2026년 4월 5일 보고 싶은 누나가 -

[ 가을 ]
💙 P.42
[ 홍한별. 오래된 이야기  ]
길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는지 훤히 안다면 무슨 재미로 골목길을 돌아다니겠나. 앞날에 대한 설렘이 우리가 계절을, 한 해를 살아가는 힘이다.
💙 P.116~117
[ 윤경희. 장미철  ]
재난 이후 생성되는 새로운 공동체와 시민 연대, 애도의 확장, 잔존을 기억하는 감수성, 그리고 그 너머의 많은 것들을 새로 배웠다. 무엇보다 죽음을 다독여 그것을 겪어 산 자들을 더 살게 이끄는데 지역 공동체가 얼마나 큰 공헌을 하는지 실감했다.

[ 겨울 ]
❄️ P.60
[ 김소연. 미현실의 방  ]
미현실의 방에서의 나는 현실을 감지하던 조건을 천천히 초기화한다.
❄️ P.132
[ 김지승. 통증의 유형  ]
겨울은 말이 되다 만 것들을 잘 얼려둔다.
존재를 찌르던 칼, 사라진 눈 같은 것들 이제 집을 잃고 침묵 속으로 떨어진다.
텅빈 한사람으로.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편지지를 엿보는 기분이 들게 하는 작은 산문집. 이 책에는 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계절의 소리와 온도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점은 산문 중에서도 수필과 에세이란 참 매력적인 장르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삶을 활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이 책은 잘 담아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난 활자를 통해 다른 이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나 수필을 좋아한다. 한 권의 책에 이렇게나 다양한 삶과 생각이 들어 있다니, 산문은 참 특별하고 소중한 장르구나, 라고 늘 생각한다.

그리고 한편으론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타인의 삶과 죽음의 순간들을 그냥 아무렇게나 읽어 내려가기엔 안타깝다고 느꼈다. 가볍게 스쳐 지나가듯이 읽기엔 이 글 너머 존재하는 누군가의 삶이 너무 귀하다.

그래서 짧은 책이지만, 몇 번이고 같은 구절들을 되새기듯이 꼭꼭 씹어 삼키고 싶었다. 반복해서 읽느라 짧은 산문집이 아니라 하나의 긴 장편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오래 걸리는, 긴 호흡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듯한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의 하루, 한 달, 1년. 다정함, 매정함, 그럼에도 애틋한 타인의 삶. 그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엿보고 싶다면, 타인의 계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을 추천한다.


(*서평은 물결점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서평 #서평단 #도서제공 #계절쓰기 #물결점

h********4 2026.07.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