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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글이다. 여름에 시작하여 봄에 끝나는, 계절에 대한 여덟 사람의 추억과 감상들이 오롯이 담긴 시선들이다. 지금 여름, 나에게 여름은 어떠하였을까? 덥다는 느낌 속에 시절은 예닐곱 살로 돌아가고, 고향 집 마루에 부채를 부치던 모습으로 떠오른다. 집이 높아 물론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었고 그 바람결에 매미 소리가 소란스럽기는 하였다. 그럼에도 지금은 고즈넉한 느낌일 뿐이다. 김연수, 홍한별, 김소연, 허태임 그리고 다시 전의령, 윤경희, 김지승과 은유 작가의 글들은 어떠할까? 계절을 쓴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부쩍 궁금하기도 하여 먼저 김연수 작가를 면접한다. 가는 꽃, 세화細花. 몇 년 전 여름의 사나흘로 돌아가 떠오른 제주란다. 작가는 거기에도 바다는 있겠지? 그리 궁금했고. 해 저물 무렵, 돗자리를 옆에 끼고 바닷가로 가면, 수평선으로 반딧불이처럼 환한 불빛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지금 그 여름을 회상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고, 그 순간 먼 미래에서 이 순간 세화의 여름으로 되돌아온 사람인 양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일……. 다시 한번 이 여름을 살게 되었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이어야만 할까요? 이제 이 바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다려야만 할까요? 작가는 잠시 그 여름에 머물고 말을 잃고 있는 듯싶다. 지금 여기, 우리의 여름 안에서 잠시 머무는 삶. 그래서인지 작가는 해가 저물 무렵 바닷가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바라보는 세상, 수평선에 뜬 한치잡이 배의 불빛까지를, 그 여름 안에 머물면서도 그 여름을 그리워한다고 들려준다. 홍한별의 가을은 <오래된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는다. 일곱 살 때, 오빠는 학교 가고 엄마는 외출해서 집에 아무도 없을 때면 왠지 모르게 쓸쓸한 기분이 들었고,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를 썼는데, 제목은 ‘가을’이었단다. ‘내 마음도 낙엽 따라 여행한다’라는 마지막 행이 기억이 났고. 이듬해 학교에 입학했는데, 장래 희망은 당당하게 ‘시인’이라 썼고. 그랬지만 시인이 되지는 못했다는 고백이다. 하지만 괜찮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지 ‘무엇이 될 수 있냐‘고 묻지 않았으니까. 그러면서 들려주는 말은 어릴 때의 작은 실망 들이 뭉쳐져 어른이 되는 것이란다. 오래된 삶에서 비롯된, 오래된 이야기들은 자연에 대한 감각과 관련된 것이 많다. 자연을 읽고 자연을 길들이며 자연과 어우러져 살았던 시절에 체득한 지식이 옛말로 남아 전해진다. 김소연 시인은 해마다 겨울이 시작되면 시인으로서 휴가 신청을 한단다. 겨울잠에 드는 동물들처럼 텅 빈 방에 머무는데 이를 <미현실의 방>이라 명명하고는, 시인으로서의 자신을 잠재우고 천천히 지워가기 위해서란다. 물론 이전처럼 드높은 생산성을 기대하는 겨울에 대한 망상을 하지 않고. 사실 시인의 겨울에 대한 애정은 깊어 보인다. 겨울이 오기 전에 생체 시계가 알람을 울리면, 절약 모드를 켤 때가 온 것을 알았고, 시인은 이 절약 모드를 언젠가부터 조금 즐기게 되었단다. 이 세계에 덜 드나들고,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시적 언어 따위를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자신의 사용 빈도 또한 한껏 낮추고. 그러면 내가 서서히 지워지는 것 같단다. 지워지고 있는데 좋아지는 것 같고. 그래서 겨울의 휴업은 시인인 자신의 특권이라서 마구 남용하고 싶어 지기도 하단다. 겨울이라는 시간이 실상은 모두가 구석구석에서 지혜를 총동원하는 때임을 새삼스레 둘러볼 때, 그렇다면 겨울과 봄 사이로 떠나야 할 때가 된다. 허태임의 봄이며, <봄의 눈>이다. 팽나무 고목이 마을 어귀를 지키는 작은 시골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식물분류학자이다.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생명체는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라 그 나무였으므로, 가지마다 다닥다닥 맺힌 그 숱한 겨울눈은 꽃이 되고 새잎이 되고 신록이 되었고, 팽나무는 그렇게 봄을 데려왔단다. ’팽나무속屬의 계통 분류‘를 파고 든 학위논문 주제를 보아도 그의 팽나무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가득 차 있다. 생명이 눈을 틔우고 결실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일은 봄이다. 시작도, 절정도, 쇠락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봄이다. 사실 길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는지 훤히 안다면 무슨 재미로 골목길을 돌아 다니겠나. 앞날에 대한 설렘이 우리가 계절을, 한 해를 살아가는 힘이다. 그렇다. 계절을 두 바퀴 도는 사이, 우리가 흘려보낸 줄 알았던 시간은, 책을 넘기며 스쳐 간 시간은 다시 그립다. 물론 누군가는 다시 곁으로 돌아온다고도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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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등 8인 작가의 에세이 <계절 쓰기>는 작가들이 한 계절들에 대하여 썼다. 여러 에세이 중 김연수 작가의 (세화, 여름의 이름)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그 이유는 내가 1년 6개월간의 제주살이를 접고 2일 전에 원래 살았던 천안으로 왔기 때문이다. 제주에 살면서 보고 느꼈던 추억과 감정이 작가의 글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을 뭐라고 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