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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영하 50도와 피카소, 극과 극의 두 여행이 한 권에 극과 극인 두 여행이 한 권에 담겨 있다니, 심심할 틈이 없는 책이다. 마에다 나오코 작가의 <영하 50도 겨울 왕국까지 가보았다>는 세상에서 제일 추운 도시 중 하나인 러시아 베르호얀스크 여행기와, 유럽 6개국을 돌면서 피카소 미술관들을 순례하는 이야기를 한 권에 묶은 코믹 여행툰이다.
책 앞부분에서는 3kg짜리 두꺼운 외투에 털모자, 장갑, 털부츠까지 완전 무장한 작가가 승무원마저 털코트를 입는 클래식한 비행기를 타고 혹한의 도시로 떠나는 이야기. 그런데 이 여행기,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다. 영하 50도라는 무시무시한 숫자 앞에서도 작가는 거창한 탐험담을 늘어놓기보다, 무거운 옷차림 때문에 벌어지는 소소한 해프닝과 낯선 환경에서도 역시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미소짓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덕분에 극한의 추위가 막연한 배경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생활의 문제처럼 실감 나게 다가온다.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넘어가는데, 스페인,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독일, 영국을 돌면서 각국의 피카소 미술관을 찾아가는 '도장깨기' 여행이 펼쳐진다. 어려운 미술 해설 대신, 열성 팬 한 명이 작품을 직접 마주하면서 느끼는 설렘이랑 감탄, 가끔은 당황스러움까지 솔직하게 담아낸 게 이 매력적인 책은 피카소를 잘 몰라도 전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이 먼 곳을 소개하면서도 친근한 이유는, 이 책이 여행지의 멋진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길을 헤매고, 지치고,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하는 순간까지 단순한 만화로 그려내니까, 여행이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만 누리는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서툴러도 낯선 세계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져 읽기 편하다.
그리고 이 두 여행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다. 하나는 몸으로 부딪히는 극한의 모험이고 다른 하나는 좋아하는 것을 향한 덕질이지만, 둘 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찾아 서점을 순례하거나,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 보겠다고 먼 전시회까지 찾아가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작가의 이런 마음이 훨씬 와닿을 듯. 여행이 꼭 거창한 계획이나 완벽한 준비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떠나는 거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귀한 경험.
'집콕' 여행자를 위한 여행툰이라는 부제답게, 직접 떠나기 힘든 사람도 소파에 편히 앉아서 베르호얀스크의 추위랑 유럽 미술관의 분위기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적인데, 좋아하는 걸 향해 기꺼이 시간이랑 체력을 쏟는 작가를 보면서, 나도 뭔가를 이렇게 열심히 좋아해본 적이 있었나 돌아보게 된다. 이색적인 여행지랑 예술 이야기를 가볍고 유쾌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한테 추천하고 싶은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