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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는 이들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 ⠀ "개인 짐은 1인당 30킬로그램으로 제한돼 있었다.⠀ 그것이 그들에게 허락된 삶의 무게였다"⠀ ⠀ 1937년 9월,⠀ 연해주에 정착해 살아오던 한인들은⠀ 영문을 알지 못한 채 중앙아시아행 강제 이주 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 오래전 두만강을 건너 터를 잡고 ⠀ 70여 년간 쌓아 올린 새 터전 고향 땅과 하루 아침에 눈물로 이별해야 했던 한인들은 ⠀ 모두 17만 3,000여 명이었다고 해요. (최대 22만 이상으로 추정) ⠀ ⠀ 
"낯선 땅 파란 하늘 아래 한인들 삶은 ⠀ 바람을 가르며 피어난 한 송이 야생화처럼 숭고하다."⠀ ⠀ 강제 이주 과정 중 ⠀ 추위와 배고픔, 질병, 사고로 사망한 이들을 제외하고⠀ ⠀ 중앙아시아 각지로 흩어진 한인들에게⠀ 새 정착지에서의 삶을 지원하겠다던⠀ 소련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 ⠀ 빈털터리로 가축처럼 쫓겨온 한인들은 ⠀ 그 척박한 땅에 맨손으로,⠀ ⠀ 생을 잇기 위해 농사를 짓고 ⠀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학교를 세우고⠀ 극장을 운영하고 노래를 불렀어요.⠀

책은 도입부부터 ⠀ 단숨에 제 흥미를 끌었습니다.⠀ ⠀ 8세기 중앙아시아의 탈라스 전투 때⠀ 아바스 왕조와 충돌한 당나라,⠀ 그 당나라 군대를 이끈 장군이 고구려 유민 출신 고선지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 스탈린의 대숙청 당시⠀ 수많은 한인 지식인과 지도자(수천에서 수만 명)가 희생되었다는 것, ⠀ 그 희생자의 대부분이 ⠀ 러시아 내전시 볼셰비키 혁명군 편에 서서 목숨 걸고 싸웠던 우리 독립투사들이었다는 것, ⠀ 그들의 죄명이 비통하게도 '일본 첩자' 였다는 사실에 ⠀ '흥미'는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바뀌고⠀ 곧 '분개'의 감정으로 바뀌었어요.⠀ ⠀

내가 기억하는 ⠀ 독립운동가의 이름은 몇이나 될까⠀ ⠀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의 영웅, ⠀ 홍범도 장군의 마지막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 3대에 걸쳐 독립 운동을 해온 가문의 최후도, ⠀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였던 최재형의 마지막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 독립운동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 태장춘,⠀ 회고록과 자서전을 수집하고 작성한 이인섭, ⠀ ⠀ 타국에 버려진 수많은 한인들의 무덤은 마을을 이루고 그 광야에 이름 없이 남겨져 있어요. ⠀

"조금 더 일찍 길을 나섰더라면,⠀ 조금 더 부지런히 길을 걸었더라면,⠀ 기록하지 못한 날들을 조금 더 위로할 수 있었을 텐데."⠀ ⠀ 김동우 작가는⠀ 우리가 외면하고 잊어버린 ⠀ 독립을 위해 생을 바친 이들, 한인 디아스포라의 흔적을 찾아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어요.⠀ ⠀ 국외독립운동사적지 기록 프로젝트 '뭉우리돌을 찾아서'⠀ ⠀ 21년 <뭉우리돌의 바다>: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편과 ⠀ 24년 <뭉우리돌의 들녘>: 러시아, 네덜란드편에 이어⠀ ⠀ 이번 <뭉우리들의 광야>는 중앙아시아에 남겨진 이야기입니다. ⠀

중앙아시아 취재는 8년이 걸렸다고 해요.⠀ ⠀ 독립운동가 후손들과의 인터뷰와⠀ 독립운동사적지, 중앙아시아 현장의 사진 183컷을 담아낸 생생한 역사의 기록.⠀ ⠀ 이 책이 아니었다면 ⠀ 저는 애도받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알지 못했을 거에요.⠀ ⠀ '역사는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한다'⠀ ⠀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이 이야기가⠀ 많은 분들께 알려져 오래도록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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