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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친숙하다는 것이 오히려 심리적으로 거리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그 친숙한 이미지라는 것이 위대한 아우라로 가득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은 친숙하지만 친근하지는 않다. 숫제 심리적으로 간극이 생겨버린 것이다. 정말 위대한 나머지, 아예 우리 같은 일반인과는 뿌리부터 다를 것이라는 식의 인식이 어느새 박혀버렸다. 물론 업적을 칭송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업적만이 남고 인간적인 모습이 모두 지워진다면, 그것 역시 또다른 박제가 아닐까. 아인슈타인이 그리 먼 과거도 아닌 20세기에 살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당연히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안녕, 아인슈타인>이라는 제목마저도 어딘지 예사롭지 않게 여겨졌다. 마치 주위 사람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한 제목이다-아인슈타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 전기에 정말 맞는 제목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이 책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풍부하면서도 철저한 전거이다. 편지 등 사적인 기록이나 아인슈타인을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의 증언을 많이 인용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생각과 삶의 단면을 끄집어내고 있다. 덧붙여 증언을 채록하거나 편지를 입수하기 위한 후세인들의 노력도 조금씩 언급하고 있다. 문득 <궁궐의 꽃 궁녀>에서 문초 기록인 추안급국안을 통해 궁녀의 출신과 입궁 경위를 조사했던 대목이 떠올랐다. 에피소드에서
그리고 아인슈타인에 관한 일반적인 오해도 상당수 해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인슈타인이 어릴 때에는 낙제를 했다는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터무니없는 오해'이다. 아인슈타인이 중고등 과정을 밟았던 독일에서는 점수가 낮을수록 성적이 좋은 것이었지만, 취리히 대학교가 있던 스위스에서는 점수가 높을수록 성적이 좋은 시스템이었다. 스위스 기준으로 보면 아인슈타인의 학창시절 수학과 과학 성적은 '완전 낙제'였다-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문득 한국어능력시험이 떠오른다. 이건 1급이 가장 낮고 6급이 가장 높은 시험인데, 덕분에 멋모르고 6급 문제를 처음 풀어봤다가 좌절하는 사람이 꽤 된다던가...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첫째부인 밀레바 마리치에 대해서 심도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밀레바 마리치. 남성 중심주의의 과학 풍토에 희생된 여성 과학도의 대명사가 된 이름이다. 아인슈타인 아닌 다른 남성과 결혼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 별로 다를 것이 없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밀레바가 아인슈타인 때문에 과학적 재능을 희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다른 형태다. 밀레바가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완성되는 큰 역할을 했다는 물증은 없고, 정황증거나 심증도 전무하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밀레바에게 가사 부분을 완전히 떠넘겼고, 동료 과학자와 토론할 때 어느 새부터 밀레바를 제외했다. 밀레바가 아이를 낳고 양육에 전념하면서 자연히 과학연구와 멀어지는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덧붙이면, 그로스만은 진정한 인격자였다. 대학교 시절 강의노트를 빌려주는가 하면(아인슈타인은 그 노트로 벼락치리 공부를 해서, 수학 성적 1등을 하기도 했다) 성마르고 날카로운 성격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아인슈타인에게 직장을 주선하기도 했다. 특허청 사무직이라는 자리는 대학조수를 제외하고는 아인슈타인이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직업이었다. 과학 특허와 관련된 사항을 심시하면서 소양을 쌓을 수 있었을 뿐더러, 실질업무시간이 짧아 이론연구를 할 시간도 넉넉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인슈타인의 논문에서 수학적 정리를 도맡아 해주는 모습을 보고 난 입을 떠억 벌렸다. 그로스만, 당신은 진정한 인격자입니다! '친구'로서 당신 이상 가는 사람은 난 알지 못하고, 아마 웬만해서는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인간적인 면모를 조망한 만큼, 아인슈타인의 결점이나 실수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비난하면서 깎아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변명하고 있지도 않다. 그냥 그랬었다는 식으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을 뿐이다. 이때까지는 아인슈타인의 실수라고 해 보아야 우주상수를 상정했다가 후일 철회한 것처럼 학문적인 실수밖에 알지 못했었고, 무언가 다른 저 세상의 존재라는 느낌은 여전했었다. 이 책을 보면 '인간적'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절절하게 느끼게 된다. 살아 숨쉬는 인간답다는 표현이 어떤 뜻인지 절감하게 된다.
말미에서는 아인슈타인의 '뇌'가 어떻게 쓰였는지도 추적하는데, 이 부분은 꽤 많이 씁쓸했다. 아인슈타인 본인이 생전에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무단으로 적출된 뇌가 '연구'되는 모습은 기분 좋게 바라볼 수 없다. 그 연구 중 적지 않은 것이 흥미 위주나 낭설을 검증하는 것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