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영 작가의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은 제목부터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빵’과 ‘벌레’가 한데 묶인 것도 낯선데, 뒤에는 공문서 같은 ‘준수 사항’까지 붙어 있다. “그해 여름, 전 국민이 같은 빵에 열광했다. 그게 빵이 아니라는 건 아무도 몰랐지만.” 책 소개의 이 문장을 읽고 나니 불길한 이야기가 시작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괴물을 사랑한다’는 작가 소개도 궁금증을 더했다. 과연 이 기묘한 설정은 어디까지 나아갈까.
주인공 정한은 트럼펫을 전공하고 재즈 음악가를 꿈꿨지만, 음악으로 생계를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밴드 활동도 기대만큼 풀리지 않고 연인과 헤어진 뒤, 그는 귀농을 결심한다. 하지만 야심 차게 시작한 딸기 농사마저 실패하고 만다.
정한에게 찾아온 다음 기회는 소금빵을 닮은 식용 애벌레, ‘빵충’을 키우는 일이다. 전국에 빵충 디저트 열풍이 불면서 정한은 뜻밖의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사육 농가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이 찾아온다. 여기에 사육 규칙을 둘러싼 갈등까지 얽히며 이야기는 점점 불안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빵충 사육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 판매할 수 있는 것은 번데기가 되기 전의 유충뿐이고, 번데기를 발견하면 즉시 보고해야 한다. 빵충을 살아 있는 채로 밖에 내보내거나 성충으로 변태하게 두어서도 안 된다. 왜 이 규칙들이 그토록 중요한지는 소설을 읽으며 서서히 드러난다.
이 소설에서 ‘준수 사항’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다. 이야기를 움직이고 긴장감을 쌓는 장치다. 독자는 규칙을 읽는 순간부터 어떤 항목이 먼저 깨질지 기다리게 된다. 규칙이 구체적일수록 위반의 순간은 더 선명하고 섬뜩하게 다가온다.
규칙을 어긴 대가가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고 공동체 전체로 번지는 구조도 인상 깊었다. 작품 속 규칙을 사회적 약속에 빗대어 읽을 수도 있겠다. 누군가 약속을 어길 때, 그 결과는 어디까지 퍼질까. 그리고 그 일을 보고도 모른 척한 사람에게는 어떤 책임이 있을까.
주인공 정한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 아니다. 잘해 보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생계를 위해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선 서른 즈음의 청년이다. 그래서 그의 좌절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트럼펫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또 20대 초중반은 그렇게 굴러가는 듯도 했으나 서른을 맞이한 이 시점에 통장에 꽂히는 수입은 월 50만원이 채 되지 않았고, 사회에서 1인분의 몫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재능이 없지는 않지만 꿈을 이루기에는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마음, 그 사실을 인정하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마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귀농 뒤에도 정한의 좌절은 이어진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망한 청년 농부가 되어 있었다. 진짜 나는 찾아간다는 허울같은 소리, 거기서 찾은 '나'가 멋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걸까.”
‘진짜 나를 찾는다’는 말의 허망함을 정면으로 찌르는 문장이라 오래 기억에 남았다. 정한은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에게 되묻기도 한다.
“이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밀려나고 있는 중은 아닐까.”
귀농이 새로운 출발이라기보다 다른 곳으로 밀려난 결과일 수도 있다는 감각. 이 현실감 덕분에 이후의 파국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정한이 마주하는 농촌은 도시를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낭만적인 전원이 아니다. 마을에는 나름의 관계와 규칙,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장은 마을에 자리 잡았으니 발전 기금을 내야 한다고 말하고, 정한은 귀찮다는 이유로 오백만 원을 내기로 한다. 그때 이장이 건네는 말이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촌에서는 '아니요' 하면 적들이 사방에 생겨난 게 생기는겨.”
현금 영수증도 끊을 수 없는 돈이 사라지는 장면은 우습고도 서늘하다. 이후 정한은 마을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알려 주지 않은 일들을 마주하며 실망한다. 도시를 떠나도 경쟁과 텃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풍자 덕분에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은 괴물 이야기인 동시에 농촌 현실을 들여다보는 소설로 읽힌다.
빵충 사육은 정한에게 단순히 돈을 벌 기회만 준 것이 아니었다. 정한은 그 일을 하며 자신이 얻은 것을 이렇게 표현한다.
“제대로 된 돈벌이가 내게 준 건 땅도 집도 차도 아닌 해명할 필요 없는 삶이었다.”
경쟁하고 증명해야 하는 세계에서 밀려난 사람에게, 하루 동안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은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정한이 사육을 통해 얻은 안도감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만큼, 그 기반이 흔들릴 때의 불안도 함께 커진다. 또 한 문장은 소설의 주제를 압축해 보여 주는 듯했다.
“자연에서 난 본연의 것은 예쁘지도 맛있지도 않다. 눈에 좋아 보이고 혀에 단 것은 모두 인간의 의도가 들어간 것들뿐이다.”
소금빵을 닮은 벌레라는 설정과 만나면 이 문장은 한층 섬뜩하게 읽힌다. 우리가 달콤한 풍요라고 부르는 것에는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어디까지가 자연의 모습이고, 어디부터가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일까.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생각한 것은 절박한 상황에서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였다. 정한은 눈앞에 놓인 마지막 기회를 붙든다. 나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이 이야기는 더 불편해진다.
이 소설에서 공포의 근원은 괴물만이 아니다. 괴물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욕망과 침묵도 이야기를 서늘하게 만든다. 성공의 기회가 왔을 때 우리는 무엇을 감수하는지, 그 대가는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묻게 된다. 정한이 어떤 사람인지 단정하기보다, 의심해야 할 순간에 편안한 쪽을 택하는 마음이 얼마나 흔한지 돌아보게 됐다.
빵과 애벌레를 결합한 독특한 설정, 웃음과 풍자에서 긴장과 공포로 옮겨 가는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후반부의 장르 전환이 빠르게 느껴져 앞부분과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호려’의 묘사 역시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묘한 설정의 크리처 스릴러를 좋아하거나, 익숙한 일상 속 욕망과 책임을 들여다보는 소설을 찾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작품이다. 책장을 덮은 뒤에는 나 역시 어떤 규칙을 지키고, 어떤 순간에 모른 척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
|
흡입력 대박 처음엔 주인공 삶의 이야기로 너무 길게 빼서 언제까지 얘기하는거지?.. 솔직히 조금 지루했다 그치만 중반부터 사육 이야기가 나오면서 얘기가 흥미진진 했는데 페이지를 멈출수 없고 금방 읽어 버렸다 이건 영화 나와도 될듯 한 진짜 너무 재밌다 |
|
김혜영 작가님의 빵충 사육 준수 사항 리뷰입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서국도에 갔다가 직원들의 줄거리 설명에 홀린듯이 들었어요. 안전가옥에서 딱 7권만 사려고 했던지라 결국 내려놨던 소설이에요. 어차피 살거 왜 내려놨던건지 ㅋㅋ 일단 주인공은 트럼펫터 입니다. 어중간한 재능 때문에 계속하지도, 그만두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다 서울 생활 다 정리하고 거액의 대출을 받아 청년 농부가 되지만 그 마저도 폭삭 망하게 되요. 그러다 국가에서 주도한 신 사업에 뛰어들게 되요. 처음엔 주춤하는 것 같다가 한 유튜버의 먹방으로 인해서 빵충은 크게 유행을 하게 되고, 너도나도 빵충 사육에 발을 들이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빵충의 가격은 폭락하게 되고 누군가가 규칙을 깨고 빵충을 개량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지옥이 시작되요. 작가님이 여성캐릭터를 이용하는 방식이 좀 많이 올드합니다. 그렇지만 영화 한 편 본 것 같은 이야기 진행은 최고인듯. 언젠가는 꼭 영상화 됐으면 좋겠어요. |
|
기대 안 하고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2시간만에 완독했어요 일단 빵충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너무 신박해서 재밌었고 그 이후 내용은 추리소설 같은 느낌 사알짝 클리셰스럽긴 한데 주인공들 감정 전개 방식이 독특해서 재밌었습니다 왕추천!! |
|
정말 영화같은 이야기예요.. 제목보고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일까? 싶었는데 대뜸 뜬금없는 직업의 주인공이 나와서 뭐지? 일단 읽어보자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예측하지 못한 사건들이 겹겹이 겹치면서 연관이 되어있고 스토리가 모두 설계가 되어있었구나! 싶어 정말 놀랐습니다 기승전결이 완벽했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호기심에 구입했는데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이 되었네요 추천합니다 !! |
|
<빵충 사육 준수 사항> 책 제목부터 눈에 확 들어오는데, 궁금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에다가 안전가옥 출판 소설이라 바로 주문했네용! 요즘 틈이 안 나서 아직 읽어보지를 못 했는데,, 조만간 시간나면 틈틈이 읽어보려고 합니다. |
|
빵충 사육 준수 사항 김혜영 저자 안전가옥 출판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좋은 속도감 있는 소설입니다. 너무 많은 사회 소재들을 다 넣은 것 아닌가 싶다가도 또 잘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차기작도 기대가 되네요 굿굿 ㅇㅇㅇ |
|
이 책은 빵을 집착적으로 좋아하는 기괴한 생물 '빵충'을 키우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독창적인 SF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기이한 설정 속에 유머와 서스펜스를 더해,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작용과 길들이기의 의미를 탐구하며 현실을 비트는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줍니다. |
|
『빵충사육준수사항』이라는 제목을 통해 생물을 사육할 때 필요한 기본 지식과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생물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먹이와 환경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생물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생물을 키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돌봐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
|
헐랭 재밌습니다 추천해여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묘하게 불안하고 찝찝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작품. 설정도 신선하고 전개가 은근히 긴장감을 줘서 다음 내용이 계속 궁금해진다. 기묘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