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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고 나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얼마나 거대한 이야기의 뼈대 위에 지어져 있는지가 새삼 실감 나게 다가온다. 심용환 작가의 《신화의 역사》는 단순히 흥미로운 옛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역사를 기록하고 집단을 결속하며, 때로는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떻게 '신화'를 만들고 소비해 왔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예리한 인문학적 기록에 가깝다. 책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가 품은 서사의 힘부터 시작해, 신화가 부재한 듯 보이는 중국의 문명적 특성과 그 이면의 역사적 역학 관계까지 거침없이 넘나든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진실' 혹은 '역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들의 상당수가 사실은 시대의 필요에 의해 가공되고 포장된 신화적 산물일 수 있음을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어조로 일깨워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위대한 사건들이 어떻게 단순한 사실을 넘어 '불멸의 이야기'로 진화하는가에 대한 통찰이었다. 인간은 날것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을 소화하기에는 너무 연약하거나 때로는 부유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위에 극적인 서사를 덧입히고, 선과 악의 구도를 선명하게 그리며, 집단의 기억 속에 영원히 박제될 신화를 창조해 낸다.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역사가 어떻게 왜곡되기도 하고, 혹은 반대로 위대한 저항의 무기가 되기도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수필을 쓰듯 차분히 나의 내면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세상을 바라볼 때 얼마나 많은 편견과 주입된 서사, 즉 '만들어진 신화'를 진실이라 믿으며 살아왔을까. 뉴스를 보고 세상을 판단할 때, 혹은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마주할 때 나만의 시각을 가졌다고 자부했지만, 실은 시대가 유행처럼 떠먹여 주는 거대한 이야기의 틀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부끄러움이 스쳤다. 《신화의 역사》는 우리에게 묻는다. 이제 '신화'가 아닌 '신화의 역사'를 읽을 준비가 되었는가 하고. 그것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해체하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디디고 서 있는 현실의 지형도를 정확히 직시하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며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과 같다. 책장을 덮은 지금, 세상의 이면을 조금 더 깊고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근육이 단단해진 기분이다. 맹목적인 믿음에서 벗어나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이 빚어낸 이야기의 본질을 꿰뚫고 싶다면, 이 책은 더없이 깊고 다정한 지적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