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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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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읽는 내내 마음은 한 번도 조용했던 적이 없었다. 애니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감정적으로 호소하거나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그 시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할 뿐인데, 오히려 그 담담함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한 사람의 선택이 이렇게까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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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읽는 내내 마음은 한 번도 조용했던 적이 없었다. 애니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감정적으로 호소하거나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그 시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할 뿐인데, 오히려 그 담담함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한 사람의 선택이 이렇게까지 사회와 시대의 영향을 받을 수 있구나'였다. 원치 않는 임신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던 현실과 침묵을 강요하던 사회였다. 개인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일이 사실은 시대와 제도, 여성의 삶이 모두 얽혀 있는 문제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에르노의 문장이었다. 감정을 과하게 꾸미지 않는데도 불안과 공포, 수치심, 외로움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치 한 사람의 기억 속을 함께 걸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화려한 표현은 없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았고, 그 절제된 기록이 오히려 더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낙태에 대한 찬반을 이야기하기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시간을 견뎌야 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서도 쉽게 감상을 정리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했다기보다, 이해하려는 마음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건』은 결코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욱 오래 남는다. 한 사람의 기억을 따라가는 동안 어느새 한 시대를 마주하게 되고, 결국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권리와 선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침묵과 희생 위에 놓여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책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런 불편함마저 이 책이 꼭 읽혀야 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s*****5 2026.07.1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