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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시인들이 선정한 최승자의 시들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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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꾸준히 시를 쓰면서 70대에 접어든 시인의 작품들을 후배 시인들이 모두 읽고, 그 가운데 복수로 추천된 작품들을 선별하여 엮은 ‘시선집’이다. 1981년에 출간된 <이 시대의 사랑>부터 시작해서 <빈 배처럼 텅 비어>(2016)까지 8권의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 가운데, 6명의 시인들이 2회 이상 추천한 시들을 모아 엮어냈다고 밝히고 있다. 시인 자신이 선별하여 엮은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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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꾸준히 시를 쓰면서 70대에 접어든 시인의 작품들을 후배 시인들이 모두 읽고, 그 가운데 복수로 추천된 작품들을 선별하여 엮은 ‘시선집’이다. 1981년에 출간된 <이 시대의 사랑>부터 시작해서 <빈 배처럼 텅 비어>(2016)까지 8권의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 가운데, 6명의 시인들이 2회 이상 추천한 시들을 모아 엮어냈다고 밝히고 있다. 시인 자신이 선별하여 엮은 시선집도 적지 않지만, 독자이자 문단에서 함께 활동하는 후배 시인들이 선정에 참여했다는 것이 더욱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오랫동안 시인의 작품을 탐독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접하면서 시인의 시집을 읽었던 오래 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아무런 전망도 갖추지 못한 채 지도 교수의 방에서 책상 하나를 놓고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있을 때, 최승자 시인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삼십 세’)로 시작되는 시인의 시화가 연구실 벽면에 걸려있었고, 그 작품의 구절들이 30세 무렵이었던 당시의 내 심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 시인의 시를 읽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겠지만, 독자로서 나에게는 시인의 나이에 대한 감각이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삼십삼 년 동안 두번째로 나는 / 나로부터 도망갈 결심을 한다.”(‘삼십삼 년 동안 두 번째로’)는 구절이나, “우리는 벌써 중년 / 자칫하다가는 중년 / 하마터면 중늙은이 / 오 이 삶의 중노동!”(‘삼십대’)이라고 토로하는 시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십년이 흐른 40살을 형상화한 최승자 시인의 작품도 다른 시집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서른이 될 때는 높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지. / 이다음 발걸음부터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 끝도 없이 추락하듯 내려가는 거라고. / 그러나 사십대는 너무도 드넓은 궁륭같은 평야로구나.”(‘마흔’) ‘추락하는’ 느낌에서 벗어난 마흔이라는 나이의 일상은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같은 작품의 말미에서 ‘날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상태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작년 어느 날 / 길거리에 버려진 신문지에서 / 내 나이가 오십육 세라는 것을 알고 / 나는 깜짝 놀랐다”라고 토로하면서, “참 우습다 / 내가 오십칠 세라니”(‘참 우습다’)라는 시인의 나이를 새삼 깨닫는 작품도 접할 수 있었다.

 

“움직이고 싶어

큰 결음으로 걷고 싶어

뛰고 싶어

날고 싶어

 

깨고 싶어

부수고 싶어

울부짖고 싶어

비명을 지르며 까무러치고 싶어

까무러쳤다 십 년 후에 깨어나고 싶어“ (‘나의 시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시’ 전문)

 

아마도 시인에게 시란 뛰고 싶으면서도 날고 싶은 욕구를 표출하는 대상이면서, 또한 깨고 부수고 울부짖고 싶은 마음을 토로하는 의미였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마치 ‘비명을 지르며 까무러치고’ 싶은 절망적인 상태에서 ‘십 년 후에 깨어나고 싶’다고 여겨졌던 상황을 시로 형상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하여 “실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의 뼈를 / 그러나 시인은 삼켰고 / 그리고 잘못 삼켰다.”(‘시인’)고 고백하면서, 마음 한편에는 “이 시를 나는 파괴하고 싶다 / 나는 오래전부터 내 시의 리듬을 파괴하고 싶었다.”(‘이 시’)라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그 이유를 같은 작품에서 자신의 시가 “이 보이지 않는 조건반사적, 쇠창살 같은 / 이 리듬”으로 창작되었기에,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절실함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독자로서 나는 그러한 시인의 마음까지 감싸 안으며 공감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활동했던 시인의 작품에 대한 감상은 독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록 시편의 선정에 참여했던 후배 시인들의 최승자 시인의 작품에 대한 기준이나 이유도 조금씩 다른 관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선정 과정에 참여했던 이들이 최승자 시인과 그의 작품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산문을 모아, <내 청춘의 영원한>이란 제목으로 별도의 책자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시집을 통독한 후에 산문들을 읽으면서, 한 시인의 시에 대한 감상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별책으로 제공된 ‘함께한 시인들의 산문’들의 말미에, 최승자 시인이 그동안 출간했던 시집들의 목록과 함께 수록 작품들의 제목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여겨졌다. 아마도 자신의 시선집을 엮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최승자 시인에게는 “봄은 봄이지만 늘 맞던 봄이 아니라 / 처음으로 맞는 봄 같다”(‘시인의 말’)고 느껴졌을 것이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   https://cafe.daum.net/Allwithbooks   )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i*****n 2026.08.12.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