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할 때나 칼럼을 쓸 때 주로 예를 드는 국가들이 있다. 주로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들이다. 서양의 경험에 의존하는 ‘기지촌 지식인의 근성’은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진영을 막론하고 존재한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민주화 역사가 긴 서양의 관점에서 보는 건 틀에 박힌 느낌이라 거부감도 든다. 오히려 본인의 박학다식함을 과시하려 서양의 사례를 꺼내는 경우도 있다. 그럴수록 독자적인 논리 개발은 뒤처진 채 머물고 만다. 진보 진영 내 정치인에 대한 진보언론 비상임 논설위원의 평가는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정도로 이해하고 읽었다.
|
|
한동안 잊고 있다가 근래에 읽은 <슬기로운 좌파생활>에서 우석훈 선생이 그를 언급하여 생각난 이름, 정운영. 그의 저서들을 읽어보지 않았고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거나 하지도 않았기에 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워낙에 많은 소위 지식인들이 그를 많이 언급하여 이번 기회에 그를 좀 읽고자 싶어 우선 시작은 강준만 선생의 비평부터 골랐다. 강준만 선생은 그에 대해 꽤 날 선 비판을 가한다. '기지촌 지식인' 근성이 가장 강한 진보적 지식인 중 하나라며 글만 썼다 하면 무조건 외국 이야기부터 끌어다댄다고 지적한다. 강 선생이 비판하는 기지촌 지식인이란 서양의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지식인을 말한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을 중점으로 한다. 경제 칼럼을 쓸 때엔 반미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운영이 어쩌자고 정치 칼럼을 쓸 때는 친미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의문이라고 강 선생은 이어 지적한다. 정운영 선생은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지금도 그런 태도를 보이는 소위 진보적 지식인은 얼른 생각나는 사람들만 해도 여럿이다. 이런 고질병부터 해소하지 않는 한 그들이 침 튀기며 역설하는 진보는 요원한 일일 거라 생각한다. 정운영 선생은 차라리 순수한 면이라도 있었다. 그와 대척점에 있었던 지식인들도 하나같이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오히려 그 순수함이 때론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고 강준만 선생은 이를 "순수한 증류수를 마시면 설사하기 마련"이라 일갈한다. 그 앞에서는 깨끗한 정치인이나 지식인이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것. 강 선생의 그러한 비판을 접하고 나니 정운영 선생이 더욱 궁금해진다. 그의 칼럼들을 묶은 <시선>과 함께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부터 읽어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