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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하는 여자 처음 봐서요.” 누군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내뱉는 한마디. 하지만 이 말에는 우리가 오랫동안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온 성별과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왜 축구하는 여자를 ‘처음’ 보게 되는 걸까. 여자가 축구를 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여자가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 책은 여자축구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여성에게 스포츠의 즐거움이 어떻게 배분되어 왔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스포츠부 기자로 약 4년간 여자축구를 취재하며 다양한 현장을 만났다. 책은 여자축구부의 운동장에서 시작해 1895년 런던에서 경기를 펼쳤던 최초의 여자축구팀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자축구가 어떤 역사를 지나왔고, 지금 한국의 여자축구는 어떤 현실에 놓여 있는지, 앞으로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를 폭넓게 살펴본다. 정말 여자아이들은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책에 등장하는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는 축구의 재미를 묻는 질문에 “머리카락을 가르는 바람의 맛”이라고 답한다. 축구를 직접 뛰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각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이 즐거움을 경험할 기회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남자아이에게 축구는 너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놀이였다. 쉬는 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가 공을 차고, 밥을 먹고 다시 축구를 하고, 방과 후에도 친구들과 공을 찬다. 축구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함께할 사람과 공간을 찾을 수 있다. 반면 여자아이에게는 그 과정 자체가 훨씬 좁은 통로를 거쳐야 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없는게 아니라 축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기회부터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스포츠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일이 아니다. 몸을 움직이고, 경쟁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팀원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감정을 분출하는 경험이다. 때로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초적이고 거칠며 야만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즐거움을 너무 오랫동안 남성의 것으로 자연스럽게 배분해 온 것은 아닐까.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국 여자축구의 현실을 들여다보면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현장엔 여자축구를 둘러싼 사람들의 열정이 가득하지만, 동시에 재정난과 행정의 문제, 엘리트 체육 중심의 구조와 같은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일이 온전히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경험할 기회가 필요하다. 축구공을 한 번도 제대로 차보지 못한 사람에게 축구를 좋아하느냐고 묻는 것은 어쩌면 이상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재미를 알기 전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한 번 재미를 느낀 뒤에도 계속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통로가 너무 좁고, 너무 외롭고, 너무 우연에 기대 있다’는 문제는 결국 이 기회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현장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고, 비인기 종목이라는 인식도 존재한다. 행정기관의 재정난과 엘리트 체육으로 회귀하려는 보수성 역시 여자축구가 넘어야 할 장벽이다. 그럼에도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절망보다는 가능성에 가깝다. 이미 운동장에 나와 공을 차는 여자아이들이 있고,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발견한 사람들이 있으며, 그 경험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와 지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축구하는 여자 처음 봐서요.” 언젠가는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축구하는 여자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 흔해서 굳이 눈여겨볼 필요도 없는 풍경이 되는 것이다. 운동장에서 뛰는 여자아이에게 ‘여자가 축구를 해도 돼?’라는 질문이 아니라 ‘오늘 몇 골 넣었어?’라고 물을 수 있는 환경. 스포츠를 좋아하는 마음을 성별 때문에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 어쩌면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더 많은 스타 선수만이 아니라, 더 많은 운동장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공을 차고 달리다가 머리카락을 가르는 바람을 처음 느끼는 순간. 그 순간을 더 많은 여자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 ‘여자축구’라고 따로 부르는 풍경도 언젠가는 그저 평범한 축구의 풍경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될지도 모른다. 축구의 즐거움에는 원래 성별이 없었다는 것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