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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트맨'을 보면 고담이란 어두침침한 분위기의 도시가 등장한다. 배트맨은 그야말로 최악의 범죄도시인 이 고담시를 악에서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둠의 경성'은 조선에 있는 일본어 잡지 '조선 및 만주'에 실렸던 식민지 경성의 범죄를 다루고 있다. 제목만 보고서는 바로 고담시가 연상됐는데 막상 읽어보면 예상했던 것보다는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실린 것은 1910년에서 30년대 사건이다보니, 아무래도 요즘 어금니 아빠같은 인면 수심의 극악한 범죄에 비하면 이 책에 언급된 사건들은 범죄에 면역성이 생긴건지 그나마 양반으로 보여진 것이다. 거기에 일본인이 쓴 글이고 일본 대상의 잡지인만큼 조선을 폄하하려는 건 아닌지 그 의도가 의심이 가니, 고운 시선으로 이 책을 읽게 되진 않았다.
이 책에는 열두 편의 글에 일제 시대 조선의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소설,르뽀, 기사 등 여러 형식으로 싣고 있다. 그런데 범죄사실보다 더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왜 이리 여성의 일탈 행위에 집착하는 건지, 살인범의 어머니, 음독사한 여자, 불량소녀단, 가출소녀 등 다룬 사건이나 남편, 아이를 죽인 여자까지. 왜 이렇게 환락을 추구하거나 인륜 천륜을 저버린 패륜적인 여성을 집중적으로 담은 걸까? 이게 조선에 있는 일본인 잡지의 전반적인 경향인건지 아니면 이 책을 만들 때 이런 경우를 주로 고른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심하게 눈에 거슬렸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조선인 범죄 내역을 분석한 기사에서는 그 불쾌한 감정이 더더욱이 강해졌다.조선인에 대해 저급하다거나 비문명적이라는 분석을 서슴지 않았고, 조선인의 성질은 유약하고 게을러서인지 비교적 난폭한 범죄가 적다는 표현도 있었다. 30년대에 눈에 띄는 사건으로는 은행강도나 금괴밀수를 꼽을 수 있었고 남편 살인, 영아 살인, 권총강도가 조선의 특수범죄라고 덧붙여놨다. 그리고 그 사회적인 원인을 짧게 제시해놓았는데, 조혼이나 재혼을 꺼리는 풍습때문에 과부가 몰래 아이를 낳고 죽이는 경우, 권총강도는 사대주의에서 나온 것으로 상하이나 만주에서 돌아온 사람이 군자금을 내놓으라며 협박하는 강도라는 것. 제대로 된 분석이라고 하기에는 심하게 어설펐고 지극히 일본인다운 분석을 했지만 조혼, 개가와 관련한 대목에서는 일정 부분은 동의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지배자로서 조선인을 열등하게 바라보고 있는 일본인의 시선이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니 읽는 내내 심기가 불편할 밖에. 조선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것을 넘어서, 조선인 범죄를 빌미삼아 일본이 미개한 조선인을 지배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더불어 조선인 범죄와 치안과 사법절차를 연결시키고 강조하는 것은 법치에 의해 조선을 통치하고 있다는 강변으로 들렸다. 일본인이라 조선의 범죄를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다룰 수 있지만 시각이 문제인 것이다. 같은 시기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 범죄, 일본의 범죄도 함께 다루어보면 어떨까? 반문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불쾌할 정도로 조선을 폄하하는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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