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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나의 배아세포가 어떻게 닭, 쥐, 원숭이, 인간과 같은 커다란 개체를 만드는가를 대중교양용으로 쉽게 풀어쓴 책입니다.
제가 이런 과학 교양서들을 읽게 된 연유에는, 요즘 지놈 프로젝트니, 복제니 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최신 기술과 테크놀로지가 발표되는 마당에, 한편으로 과학에 대한 지식을 익히지 않고서는 도저히 21세기를 못버틸 것 같다는 위기감의 반영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한 과학 서적들이 정말 순수한 깨우침의 즐거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과학을 전공하시고, 또 과학 철학에도 깊은 지식을 갖고 계신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과학도 얼마나 비판적인 눈으로 보아야 하는지 말씀하고 싶으시겠죠.
아직 제가 그런 수준은 안되니, 조금 더 과학에 대해 깊은 지식을 쌓게 되면,그 다음의 스텝을 밟아보리라 생각하고 있답니다. 아직은 방금 읽은 과학책의 용어 개념에 대해서도 헤깔리는 수준이라서요.
어쨌든 저는 교양서에서 얻는 수준의 지식에도 온 몸을 부르르 떨어가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뭐랄까요, 빅뱅이나 배아 세포의 분열 같은 건 정말 경이롭고, '예술적'인 것 같아요.
일단 각설하고, 제가 읽은 이 책, '하나의 세포가 어떻게 인간이 되는가'를 말씀드릴게요.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우리 생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출생이나 결혼도 아니고 사망도 아닌 낭배형성 시기가 아닐까?'
저자가 이렇게 이야기한 건 이 시기에 개체의 가장 중요한 특징들이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낭배 형성이란, 포배기의 세포들이 재배열되고 이동하여 배아가 앞으로 발생할 동물의 모양으로 접근해 가도록 변형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하나의 배아가 어떤 모양의 개체가 되는지를 기본적으로 결정하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겠죠. 낭배 형성기는 어떤 동물이든간에 다 거칩니다.
원래 초기 배아에서는 장과 같은 내부 기관으로 분화될 세포는 배아의 표면에 있다고 합니다. 이 시기가 놀라운 것은,그 세포를 안으로 접어 들여보내기 위해서 낭배 형성 기간 동안에 각 세포들이 엄청난 이동과 변형을 겪는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쪽에 전혀 무지하던 저는 그냥 세포가 얌전하게 하나, 둘씩 분화돼서 개체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었는데요,알고보니, 정말 낭배 형성이야말로, 배아에 있어서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하나의 배아가 개체로 발전하기까지는,정말 놀라운 생물학적 프로그램이 작동합니다. 하나의 세포에서 장차 어느 쪽이 머리가 되고 또 다른 쪽은 꼬리가 되는가, 팔, 다리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성별은 어떻게 나뉘는가, 그리고, 뇌와 신경은 어떻게 분화되어 만들어지는가 등등의 기본적인 패턴들이 처음에 정자와 난자가 만나 만들어진 배아세포 내에 이미 프로그램으로 확립되어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들을 따라서 세포들은 분열하고, 이동하고, 변형되고, 성숙합니다.
그러한 프로그램들이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프로그램들이 실행되는가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만이 알려진 상태라고 하네요. 과학적으로 규명된 몇가지 사실 중에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실제로 수행하기 위해서,세포핵과 세포질이, 그리고 세포와 세포가 서로 일종의 '대화'를 한다고 합니다.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
생각해 보면, 우리의 피부, 내장, 팔, 다리, 혈액 등은 모두 같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세포들이고 하나의 모세포에서 나왔는데, 어째서 이 세포는 피부가 되어 있고, 또 다른 건 내장, 그리고 어떻게 팔이 위에 달리고 다리는 아랫쪽에 달리는지, 또 손가락은 어떻게 길이가 다른 다섯개가 각각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한번 생각해 본다면, 우리 몸은 대단히 정교하고 논리적인 자연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생과 유전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사실 많은 배아 연구, 또 많은 인위적 돌연변이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배아가 희생되기도 하고, 또 우리의 일반적인 윤리 시각에서 보면,조금 끔찍하다고 느껴지는 일도 빈번한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도, 각 유전자들의 기작을 밝히기 위해서 닭세포와 인간 세포를 융합한다든지,머리가 두 개 달린 개체를 만든다든지 하는 좀 살 떨리는 연구도 많이 소개되는데요,
자연의 원리를 투명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실험들이 당연한 연구겠지만, 머지않아 이런 연구들이 결국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많이 오싹해 오긴 합니다. 다른 생물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을지라도,생물학자들의 최종 목표는 결국 가장 진화의 정점에 서 있는 인간의 비밀을 밝히는 데에 있을 겁니다.
결국 우리의 지식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는 없는 것 같군요. 겨우 과학 교양서를 하나 읽은 상태에서 이러한 질문에 벌써 대답을 하긴 무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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