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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의 지적 여행을 추적하는 내면의 지도
"롤랑 바르트의 지적 여행을 추적하는 내면의 지도" 내용보기
저명한 사상가의 대담집을 읽는 시기는 선택적인 사안이 아니라 시절인연이 좌우한다. 읽고 싶다고 맘대로 골라 읽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많은 사상가들의 대화집이 나온 것도 아니지만 프랑스 사상가들의 대담집은 의외로 나와 인연이 매우 깊었다. 지금 나는 푸코, 들뢰즈, 롤랑 바르트의 주요 작품을 모두 완독했다. 완독하는데 16년이나 걸린 셈이다. 들뢰즈의 대담집은 초반에 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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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사상가의 대담집을 읽는 시기는 선택적인 사안이 아니라 시절인연이 좌우한다. 읽고 싶다고 맘대로 골라 읽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많은 사상가들의 대화집이 나온 것도 아니지만 프랑스 사상가들의 대담집은 의외로 나와 인연이 매우 깊었다. 지금 나는 푸코, 들뢰즈, 롤랑 바르트의 주요 작품을 모두 완독했다. 완독하는데 16년이나 걸린 셈이다. 들뢰즈의 대담집은 초반에 접했고, 푸코의 대담집은 중반 무렵에, 롤랑 바르트의 대담집은 가장 후반에 접하게 되었다.

 
《목소리의 결정》(동문선, 2005)파리 고등연구원에서 교수 활동을 시작한 1962년부터 1980년 타계할까지 바르트가 불어로 행한 대부분의 인터뷰 모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개인적으로 롤랑 바르트의 지적 여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고 복기할 수 있었다. 이 대담집은 구조주의에서 포스트구조주의까지, 주체철학에서 탈주체철학까지, 말에서 글쓰기까지, 신화비평에서 파토스론에까지  이르는 그의 지적 여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상적 지도에 해당한다. 여기 있는 인터뷰 기록 가운데 1977년 1월 10일 베르나르 앙리 레비와 진행한 <지식인은 무엇에 소용되는가?>는 내가 앙리 레비의 저서를 통해 미리 접한 적이 있는 대담록이다. 그러나 거의 전부가 새로 접하게 되는 인터뷰라 반가웠다. 
z***a 2012.09.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바르트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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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인데 웬 꽃샘추위람? 차가운 강풍에다 눈까지 내리니 아직 봄이 먼 듯하다. 이런 때에 조르주 페렉의 소설 <사물들>을 읽고 <아이 엠 러브>라는 이탈리아 영화도 봤는데, 마침 이 두 작품 모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을 만났다. 롤랑 바르트의 대담을 모아놓은 <목소리의 결정>이다. 사실 이 책이 처음 나왔던 2006년 즈음에도 한번 집어들었던 적이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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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인데 웬 꽃샘추위람? 차가운 강풍에다 눈까지 내리니 아직 봄이 먼 듯하다. 이런 때에 조르주 페렉의 소설 <사물들>을 읽고 <아이 엠 러브>라는 이탈리아 영화도 봤는데, 마침 이 두 작품 모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을 만났다. 롤랑 바르트의 대담을 모아놓은 <목소리의 결정>이다. 사실 이 책이 처음 나왔던 2006년 즈음에도 한번 집어들었던 적이 있었지만, 그땐 도통 읽어볼 마음이 나지 않았었다.

 

1. NR(누보로망)에 대하여 (19쪽)

그것은 새롭고도 놀랍게 단순한 중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것은 "사물들이 무언가를 의미하는가?"라고 자문했던 것이다.

당시까지 문학은 사물들의 의미를 결코 의심한 적이 없었다. (...) 그러니까 문학의 역할은 이런 질문을 제기하는 것, 다시 말해 이야기/소설적인것/인물 혹은 사물을 통해 그것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 모든 누보로망 작품들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들이 있지만, 아마 그것들은 공통으로 어떤 결점들을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작품의 가능성과 그것에 주어지는 형태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 하나의 시가 당신을 사로잡는 것은 그것이 짧기 때문이다. 너무 긴 시는 힘을 상실한다. NR에도 마찬가지 일이 일어난다.

놀라운 것은 그 모든 누보로망 소설가들이 지니는 고요함이고 확신이다.

 

2. 영화에 대하여 (36쪽)

성격상/테크닉상으로 다소간 반동적인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가? 나는 문학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좌파문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적인 문학, 다시 말해 유보된 의미의 문학은 물론 존재한다. 이것은 대답들을 야기하지만 대답을 제시하지는 않는 예술이다. 나는 최상의 경우 문학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로 말하자면 나는 그것이 이런 차원에서 문학과 매우 가깝다는 느낌이다. (...) 나는 영화가 분명한 의미들을 제공하기가 어렵고, 현재 상태에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가장 훌륭한 영화들은 의미를 가장 잘 유보시키는 것들이다. 의미를 유보시킨다는 것은 매우 큰 테크닉과 총체적인 충실을 요구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든 기식적인 의미들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극도로 어렵다.

 

우리들 각자는  오직 죽음만이 멈추게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장만을 말한다.(135쪽)

[이 대담집의 표지. 원제목은 목소리의 결정이 아니라 목소리의 씨앗(Grain)이다]

 

그러나 크게 보면, 이 대담집은 주로 바르트가 쓴 책들에 대해 언론사 기자들과 인터뷰한 내용들이다. 그중 몇 권에 대한 대담 내용을 옮기거나 정리해놓는다! (대담 순서가 아니라 해당 저서의 출판년도 순서)

 

현대의 신화 Mythologies (Seuil 1957)

이제(1967년에) 나는 내가 <현대의 신화>에서 했던 것처럼 이데올로기적 내용들을 형태들과 관련시키는 데 더 이상 만족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나는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종류의 관계를 오늘날 이미 기정 사실이다. 오늘날 모든 사람이 한 형태의 소부르주아적 특징을 고발할 수 있다. 이제 싸움을 보다 멀리까지 이끌어야 하고, 기호들이 아니라, 한편으로 기표들과 다른 한편으로 기의들뿐 아니라 기호의 관념 자체에 균열을 내려고 시도해야 한다. 우리가 기호 파괴(semicalstie)라 부를 수 있는 그런 작용을 말이다. 오늘날 우리가 균열을 내려고 시도해야 할 대상은 서구 담론 자체의 토대들과 기본적인 형태들이다.

 

모드의 체계 System de la mode (Seuil 1967)

모든 사람이 말하면서도 모두가 모르고 있는 하나의 언어를 재구성하겠다는 욕망을 느꼈다. 그리하여 나는 의복을 선택했다. (...) 나의 작업은 묘사에 치중하고 있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모드만큼이나 문학을 생각하고 있다. 묘사가 시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순수한 예지적 세계에 속하며 따라서 그것을 복잡하게 하고 변질시킬 뿐인 어떠한 이미지 제작과도 이질적이다. (...) 글쓰기의 혁명적 과제는 위반하는 것이다.

그런 잡지들이 투사하는 전형적인 여성 이미지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미지는 모순적인 이미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여성은 가능한 가장 많은 여성 독자들을 동시에 표상하기 위해 모든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장 비서인 그녀는 1년과 하루의 온갖 축제들에 참여할 수 있다. 그녀는 매주 주말에 카프리,카나리아군도,타히티 등으로 늘상 여행하지만 매 여행마다 남쪽으로 간다. 그녀는 가수 파스칼 세브랑에서 쿨재즈까지 동시에 좋아한다. 그녀는 근친상간도 애인 관계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하고만 여행을 한다. 그녀는 돈 문제에 대해선 결코 말하지 않는다. (...) 이런 측면에서 모드는 예전의 처녀들을 위한 문학과 합류한다.

 

S/Z (Seuil 1970)

[이 책은 발자크의 30쪽짜리 소설 <사라진>을 분석한 것이다.] [바르트 가라사대] 이 책에는 코드들의 식별을 통한 사회학적 탐구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 여기에는 행동들의 코드, 심리적 의소들의 코드, 지식의 코드, 해석학적 코드가 있다. 예컨대 우리는 발자크를 문화적 상호 텍스트성을 탐구하면서 다시 읽는 일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175쪽)

<S/Z>가 전통적 의미에서 문체의 일부 가치들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문체는 도구적 글쓰기(ecrivance)의 거부로서 작가적 글쓰기(ecriture)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문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순수한 도구로서의 언어를 거부한다는 것을 말한다.

 

기호의 제국 L'Empire des signes (Skira 1970)

나는 이 책에서 텍스트의 즐거움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내가 본 일본인의 삶이라는 텍스트를 해독했다. 물론 기술화된 자본주의 일본이 아니라 매우 환상적인 일본이다. (...) 매우 소외되고 불안에 차 있는 우리 사회 같은 사회들은 안심하기 위해 기호들의 투명성과 항구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잘 만들어진 코드는 언제나 안심하게 해준다. 설령 그것이 구속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200쪽)

일본은 나에게 반신화(contre-mythologie)이고, 기호의 행복 같은 것이다. 그 일본은 취약하고 매우 특수한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현대성 속에 총체적으로 진입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봉건적 단계에 너무도 가까이 있기 때문에 일종의 의미론적 사치를 간직할 수 있는 나라이다. (201쪽)

 

사랑의 단상 Fragments d'un discours amoureux (Seuil 1977)

나는 어떤 유형의 담론을 연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것을 사랑의 담론으로 생각했다. (...) 그러니까 나는 담론성의 한 유형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될 세미나를 열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후견텍스트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선택했고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담론을 분석했다. 작품 자체가 아니라 사랑의 담론을.

책은 정확하게는 사랑에 빠진 한 주체(un sujet)의 담론이다. 이 주체는 반드시 나인 것은 아니다. (...) 이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소설적인 텍스트이다. 게다가 저자와 인물 사이의 연출된 관계는 소설적 유형이다. (...) 사랑에 빠진 주체에는 두 종류가 있다. 라신에서 프루스트까지 프랑스문학에 나오는 주체가 있는데 편집광적이고 질투에 사로잡힌 자이다. 다음으로 독일 낭만주의와 특히 슈베르트와 슈만의 가곡 속에 뛰어나게 연출되고 있는 주체로서 질투에 집중되지 않는 유형이다. (359~362쪽)

r******a 2012.04.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