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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억나는 고전은 수능 언어영역의 마지막 지문이었던 춘향전이다. 그 춘향전이 나를 살렸다. 첫 수능의 긴장은 극에 달했고 첫 지문인 비문학의 낯설음에 당황한 나머지 흰색은 종이요 , 검은색은 글씨라는 감각외에는 내용이 안들어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고가 멈추고 머리속이 텅비어 버리니 내용이 들어오지도 않는 지문을 20분이나 읽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날리고 나니 그때서야 뒷장부터 풀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만났던 지문이 춘향전 문제가 술술 풀리고 나니 정신이 차려졌다. 그렇다. 고전은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다. 쉽고 재미있고 친근하고 많은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들 천지다. 그래서 우리 중학생 아들과 같이 읽었다. 다시 읽는 고전은 예상 밖으로 충격적이었다. 이름하여 이춘풍,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처신이 가벼운 사람입니다. 부잣집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제멋대로 살아 재산을 모두 날려버리고 아내에게 집안 살람을 모두 맡겨 버립니다. 아내는 잘 얻어서 다시 아내가 큰 재산을 일구어 냅니다. 그 어렵게 일군 재산을 들고 평양으로 장사한다고 가버립니다. 평양으로 가서는 기생 추월이에게 홀려 전 재산을 또 날리고 추월이네 집 머슴살이를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춘풍의 아내, 이름도 없는 그 아내는 평양 감사의 비장이 되어 평양으로 가서 추월이와 춘풍이를 혼내주고 재산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주색잡기의 대마왕 , 요즘 같으면 진작에 이혼각입니다. 도덕적 판단도 있지만 이 소설은 경제적 무능도 질타합니다. 즉 어느정도 경제적인 관념이 자리 잡기 시작한 때라는 것 입니다. 이춘풍전을 중간중간 읽는 재미가 있는데 마치 노래를 읊조리는 느낌의 묘사들이 많다.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 새타령이 이춘풍전에서 나왔다. 술술술 넘어가는 대사들이 구성지다. 거리낌 없이 놀다 모든 걸 탕진한 춘풍이의 삶과 아내의 삶을 자연스레 비교해보면서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점도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 |